“인공지능(AI) 기술로 암을 정복하겠다는 공통 미션을 지닌 루닛과 볼파라 두 회사가 하나가 됐다. 볼파라 인수를 계기로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328130)을 이끄는 서범석 대표와 테리 토마스(Teri Thomas) 볼파라 대표가 22일 서울 강남구 루닛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수합병(M&A) 완료 소식과 함께 통합 후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전날 루닛은 글로벌 유방암 AI 검진 업체인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Volpara Health Technologies)의 지분 100%를 취득하고 자회사 편입을 최종 완료했다. 루닛은 이달 초 1665억원 규모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인수 자금을 조달했다.
루닛은 2013년 설립된 국내 첫 의료 AI 기업이다. 대표 제품은 유방암 검진 AI이다. 루닛이 인수한 볼파라 역시 2009년 뉴질랜드에서 설립된 유방암 검진 AI 기업으로, 미국 검진기관 2000곳에 유방암 검진 AI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다. 볼파라의 미국 현지 직원 규모는 100여명이다.
이날 서범석 대표는 “글로벌 AI 트렌드에 발맞춰 전 세계 의료AI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 이번 인수는 필수적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볼파라는 매출의 97%를 미국 시장에서 올릴 만큼 미국에 확실한 사업 기반을 갖췄다. 루닛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이미 미국 시장에 안착한 볼파라 인수가 전략적으로 필요했다고 밝혔다. 볼파라는 미국 유방암 검진 AI 시장 중 40% 이상를 차지하고 있다.
루닛은 이번 인수를 통해 두 회사의 AI 기술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서 대표는 “루닛은 볼파라가 보유한 대용량 의료 데이터를 확보했고, 볼파라 입장에서도 루닛의 AI 기술력을 통해 제품을 더 고도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루닛은 미국에서 볼파라 브랜드를 앞세워 루닛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미국 제품에는 두 회사 이름이 병기된다.
현재 두 회사는 사업 기회가 큰 미국 유방암 검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USPSTF)가 유방암 검진 연령을 50세에서 40세로 내려 40~75세 여성은 격년으로 유방촬영을 받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유방암 검진 수요가 늘어났다.
테리 토마스 볼파라 대표는 “미국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하루 8시간 동안 3~4초마다 한 장씩 의료 영상을 판독해야 할 정도로 업무량이 과중하다“며 “AI 도입 필요성이 해마다 커지고 있는 만큼 미국 유방암 검진 시장은 사업 기회가 크다”고 말했다.
루닛은 볼파라와 함께 제품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시장과 진단 영역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서 대표는 “유럽, 중동, 중남미,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해 암 진단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토마스 대표는 “최근 볼파라는 기존 AI에 폐암과 폐 결절 조기진단 소프트웨어를 연계해 사용하는 등 유방암 외 시장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루닛 AI 를 탑재하면 유방암과 폐암 등 다양한 검진 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루닛은 지난해 9월 볼파라 경영진과 처음 만나 인수합병을 제안했다. 그해 11월 실사에 착수한 뒤 12월 인수 계약을 맺으며 빠른 속도로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루닛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0% 늘어 25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422억원으로 지난해 적자 폭이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