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강력한 태양 폭풍이 지구에 도달하면서 북유럽 전역과 미국 남부, 중부, 한국 강원도 화천, 그리고 남반구까지 오로라가 관측됐다. 세계 곳곳에서 오로라 관측 붐이 일어난 가운데 일부에서는 태양에서 날아온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지상에서 오로라를 관측한다고 건강에 피해가 생길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태양 대기인 코로나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로 날아온다. 바로 태양풍이다. 고에너지 입자는 쇳가루가 자석에 끌리듯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초속 500㎞의 속도로 대기에 진입한다. 이때 태양 입자가 대기 속 원자나 분자와 부딪히면서 빛을 내는 현상이 오로라다.
전문가들은 오로라가 태양 활동이 강력하다는 증거이지만 지상에서 방사능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우경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오로라가 발생하는 고도는 100㎞ 이상”이라며 “지구에 가까운 수 ㎞ 이내가 아니라면 인체에 해를 끼칠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책임 연구원은 “또한 지구에 가까워질수록 대기의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우주로부터 들어오는 고에너지 입자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김대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생활방사선규제총괄실 연구원도 “오로라는 우주방사선이 지구 자기장에 끌려와 대기에 부딪혀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지상에서는 지구 대기에 의해 거의 대부분 막혀 무시해도 될 만큼 영향이 작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은 건물 옥상이나 산, 항공기에서처럼 높은 고도에서 오로라를 관측하면 방사능에 더 잘 노출된다고 주장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는 우주인이나 항공기 승무원처럼 고도가 높은 곳에 있으면 방사선에 더 잘 노출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뉴욕 항공편처럼 북극항로를 자주 오가는 항공기의 승무원은 원전 직원보다도 방사능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김 연구원은 “지상에서 관측될 정도로 강력한 태양폭발은 우주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반면 지상에서 관측되는 수준이 아닌 태양폭발은 오히려 은하우주방사선을 막아 방사선 노출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우주비행사나 항공기 승무원이 노출되는 우주방사선은 대부분 태양보다 훨씬 먼 은하 중심에서 날아온 은하우주방사선”이라며 “태양풍 같은 태양우주방사선은 그에 비해 에너지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태양 폭풍이 심해지면 지구의 전력망이나 위성통신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1일 이 같은 이유로 우주전파재난 ‘주의’ 위기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어느 곳에서도 오로라 관측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경고하지는 않았다.
국내에서도 오로라가 포착됐다. 용인어린이천문대 소속 천문가인 박정하, 심형섭 씨는 12일 강원도 화천에서 보라색으로 빛나는 오로라를 포착해 공개했다. 강력한 태양 폭발이 지구를 덮쳤던 2003년 10월 30일, 보현산 천문대 전천 카메라가 붉은색 오로라를 포착한 지 20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