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뇌의 식욕 중추의 역할을 원숭이를 활용한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마우스를 이용한 실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원숭이 시상하부 외측영역에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식욕조절 전임상 효능도 검증했다.
최형진 서울대 의과학과·뇌인지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시상하부에 위치한 억제성신경을 활성화하면 원숭이가 맛있어하는 음식을 갈구하는 행동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비만이 유발되는 가장 큰 원인인 선호하는 음식에 대한 중독성을 뇌의 시상하부 억제성신경이 담당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최형진 교수 연구진이 지난해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원숭이로 확장한 것이다. 최형진 교수 연구진은 작년 논문에서 실험용 마우스를 이용해 식욕 신경군을 찾아냈다. 이번에는 인간과 유전학적, 생리학적으로 매우 유사한 원숭이를 이용해 연구 결과를 확장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대 연구진뿐 아니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이영전 박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조지현 박사, 한국원자력의학원 최재용 박사 연구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공동 연구진은 쥐에서 확인됐던 식욕 중추를 원숭이에서도 찾아냈다. 연구진은 화학물질을 활용해 특정 신경을 활성화시키는 화학 유전학적 방법을 통해 원숭이의 시상하부 억제성 신경세포를 활성화시켰다. 양성자 방출 단층 촬영(PET/CT)과 자기 공명 분광법(MRS)을 통해 억제성 신경세포 활성을 확인했다. 또 안정 상태 기능 자기 공명 영상(Rs-fMRI)을 통해 시상하부와 전두엽 영역간의 기능적 연결성이 증가하고, 전두엽 피질간의 연결성이 감소하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서 원숭이의 시상하부 외측영역에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주입해서 억제성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했다. 최형진 교수는 “비만환자의 뇌에 식욕조절 유전자 치료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비만을 해결할 수 있는 초석이 되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국가영장류센터의 이영전 박사는 “영장류를 활용한 이번 연구는 국가영장류센터가 구축한 뇌 신경과학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아직 인간에게서 확인하지 못한 뇌의 숨은 기능을 규명하고, 뇌질환에 최근 각광받고 있는 유전자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는 단서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참고자료
Neuron(2024), DOI : https://doi.org/10.1016/j.neuron.2024.03.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