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지난해 8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 특위)가 출범을 앞둔 가운데 위원장으로 노연홍(69)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내정된 것을 두고 의료계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의대 증원 정책으로 촉발된 의료 사태가 두 달이 넘었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꼬이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노 협회장이 전날 의료개혁 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을 두고 의료계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개혁 특위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설득하는 성격이 크다. 정부는 특위를 통해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과 별개로 필수 의료 지원에 대한 구체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의사 숫자에 대한 주기적 검토 방향도 논의한다. 그런데 의대 증원 정책을 주도하는 보건복지부 관료 출신이자 제약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장이 양측을 중재할 위원장을 맡는 것이다.

의료계가 노 협회장의 위원장 선임을 반대하는 것은 복지부와 의료계의 오랜 악연 때문이다. 노 협회장은 행정고시 27회 출신으로 1984년 공직에 입문해 복지부에서 근무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청와대 행정관과 보건의료 정책본부장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 때인 2010~2011년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는 지난 2000년 약사들 요구가 대거 반영된 의약분업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의사들의 반발을 샀다. 의약분업 때 복지부가 약사 쪽에 서는 것이 의정 갈등의 시작인데, 그 당시 노 협회장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단순히 노 협회장이 ‘관료 출신’이라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한 의대 교수는 “의료개혁특위 구성을 기대했는데, 노 협회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기대를 아예 접었다”라며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해 특위를 세운다면서, 의약분업을 이끈 관료를 특위 위원장으로 내정한다는 사고를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제약협회장을 위원장으로 앉힌다는 것은 의료개혁에서 의약품 개혁은 하지 않겠다는 뜻인지도 묻고 싶다”라고도 말했다.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던 의대 교수조차 노 협회장이 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을 두고 “정부가 의료계의 심기를 거스르는 빌미를 주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며 “노 협회장이 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복지부가 ‘약사 편’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고 의사들은 정부를 더 이상 믿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대 교수는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한다면, 의사단체가 참여를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누가 봐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람들로 구성했어야 한다”라며 “정부에 대법관 출신의 명망 있고, 중립적인 인물을 위원장으로 모셔달라고 건의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이번 인사를 통해서 진정한 개혁 대상은 보건복지부라는 것이 명확해졌다”라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