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이탈로 생긴 의료 공백을 그동안 음성적으로 운영되던 ‘진료보조(PA) 간호사’를 제도화해 메우기로 했다. 과거 필수의료 분야에서 암암리에 전공의 업무를 대신해 왔던 PA 간호사 업무를 제도로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간호사 교육 제도를 참고해 전담 간호사의 전문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체적 계획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18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대한간호협회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간호사 역량 혁신방안’을 주제로 의료개혁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성렬 고려대 간호대 교수와 이지아 경희대 간호대 교수가 참석해 ‘필수의료 분야 간호사 역량 강화’ 방안과 미국, 일본의 PA 간호사 전문 교육 사례를 소개했다.
PA 간호사는 수술 보조, 검사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상황 보조 등 의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간호사를 뜻한다. 간호사가 의사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은 현행법에서 불법이지만,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의사들이 늘어나면서 현장에서 PA간호사가 크게 늘었다. 정부는 현재 전국에 1만 명 이상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전공의 집단 이탈로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해지면서 PA 간호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지아 교수는 “일본은 1995년부터 특정 간호 분야에서 수준 높은 간호 실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정간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이를 위해 19개 분야별로 800시간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는 10개 분야에 전문지식과 숙련된 기술을 갖춘 ‘전담간호사’ 공인제도가 있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홍정희 삼성서울병원 간호부원장, 김정혜 울산대 임상전문간호학 교수, 신연희 분당서울대병원 간호본부장,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장, 신종원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전담간호사 확대가 필요하다는 발제자의 의견에 동의하고 다른 직역과의 논의를 통해 전담간호사를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간호계는 PA 간호사 제도화를 여러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이 의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 PA간호사 제도화 내용을 담은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됐다.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을 강행할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 총선 참패 이후 중단했던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지난 19일 개최했다. 정부는 중대본 회의 이후 브리핑도 개최하기로 했다. 정부가 중대본 회의와 브리핑을 개최하는 것은 총선 참패 이후 열흘 만이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의료개혁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를 내주 출범하기로 했다. 특위 위원은 20명 안팎으로, 정부를 포함해 의사·간호사·약사 등 의료계, 환자단체로 구성된다. 하지만 전공의 단체 참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달 말까지 대학들은 내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확정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해야 한다. 대교협이 이 계획을 승인하면 의대 증원 정책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오는 25일은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째가 되는 날이다. 민법에 따라 25일부터 사직서를 낸 의대 교수들의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 대학 병원을 떠나는 교수가 속출하면 막을 대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