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당뇨 환자가 늘면서 설탕처럼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가 낮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사진은 하이트진로가 선보인 ‘제로 슈거’ 콘셉트 진로 포스터 /하이트진로 제공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초 감미료인 스테비아와 알룰로스가 들어간 과일맛 소주 ‘새로 살구’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9월 설탕을 대체할 감미료인 스테비아를 넣은 ‘처음처럼 새로’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제품을 확대했다. 롯데웰푸드도 최근 설탕을 대신할 알룰로스와 수크랄로스로 단맛을 낸 제로(Zero·0) 칼로리 죠스바와 스크류바 제품을 출시했다.

최근 비만과 당뇨 환자가 늘면서 설탕처럼 단맛을 내지만 열량을 크게 낮춘 ‘제로 슈거’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식음료 기업들도 설탕 못지 않은 단맛을 내지만 열량이 훨씬 낮은 스테비아와 알룰로스, 수크랄로스 같은 인공 감미료를 적극적으로 제품에 넣고 있다.

◇ 인공 감미료들, ‘대체’ 뭐가 다른 걸까

제로 슈거 제품은 기존에 사용하던 과당(果糖)을 대신할 대체 감미료를 넣은 제품이다. 과당은 꿀이나 과일에 들어 가는 단당류다. 당분자 개수에 따른 분류상으로는 단당류나 이당류인 ‘단순당’은 빨리 분해·흡수되는 만큼 혈당을 빨리 높이며 에너지원으로 빨리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많이 먹으면 당뇨병이나 비만으로 이어진다.

제로 슈거 식품에는 이런 단당류 대신 합성(인공) 감미료인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감미료인 스테비아, 천연당 알룰로스, 당알코올인 에리스리톨·만니톨·자일리톨이 들어간다. 대체당은 과당만큼 달콤하지만, 몸에 흡수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출돼 열량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인공감미료 중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것은 1980년대부터 쓰인 ‘아스파탐’이다. 아미노산계 합성 감미료인데, 당도가 설탕의 200배에 이를 정도로 단맛 때문에 비만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7월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 가능 물질 2B군으로 분류했다. 이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국제식량농업기구와 세계보건기구 산하 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JECFA)가 한국의 아스파탐 하루 섭취 허용량(체중 1kg당 40mg)이 안전하다고 평가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후 식품 시장에서 잘 쓰이지 않고 있다.

스테비아는 남아메리카의 국화과 여러해살이 식물인 스테비아 식물의 잎, 종자에서 추출한 천연 감미료다. 최근 주류회사들이 제로 슈거 소주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하고 있다. 스테비아는 단맛이 설탕의 300~900배로 아스파탐보다 강한 편이지만 열량이 거의 없고 몸에 흡수되지 않는다.

대체감미료의 작용 방법/조선DB

또 다른 대체 감미료인 알룰로스는 무화과, 건포도, 밀에서 추출한 천연당이다. 설탕과 비교해 같은 칼로리에서 20배의 단맛을 낸다. 롯데칠성음료는 알룰로스로 ‘칠성사이다 제로’와 ‘밀키스 제로’의 단맛을 내고 있다.

과거에는 과당에서 알룰로스를 뽑아내는 양이 적어서 경제성이 떨어졌지만 최근 기술이 발전하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 알룰로스는 스테비아처럼 98%가 몸에 흡수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출된다. 혈당을 높이지 않으면서 콜레스테롤 같은 중성지방의 흡수를 억제한다.

롯데제과가 2000년 내놓은 자일리톨 껌에 들어가는 자일리톨도 대표적인 대체 감미료로 손꼽힌다. 자일리톨은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자일란에서 얻은 자일로스에 수소를 결합해 만든 당알코올이다. 에리스톨과 락티톨, 만니톨, 말티톨, 소비톨처럼 단어 마지막이 ‘올(ol)’로 끝나는 인공감미료들이 당알코올에 속한다. 당알코올은 스테비아나 알룰로스와 비교해 열량이 적어 ‘저당 감미료’라고 불린다.

이 가운데 말티톨은 설탕처럼 자연스러운 단맛을 내는데 100g당 열량이 210㎉로 설탕의 절반에 불과하다. 말티톨의 단맛은 설탕의 70% 정도다. 다만 에리스리톨은 위장관 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섭취를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을 말했다.

◇ “살 빼려고 대체당 찾다가 ‘단맛’ 중독될 수도”

의료계는 ‘제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무조건 칼로리가 ‘0′이거나, 탄수화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루 섭취 허용량을 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우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설탕이 궐련 담배라면 대체당은 전자담배로 비유할 수 있다”며 “어차피 단 음식을 먹는다면, 대체 감미료를 섭취하는 것이 설탕보다는 나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단 음식을 찾는 습관을 들면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무가당 음료를 마시다가, 가당 음료를 마시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설탕보다 열량이 낮은 대체 감미료를 첨가한 음료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우울증 스트레스 수치가 높다는 연구가 있다”며 “대체 감미료를 오랜 기간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안전한지 관련 연구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대체 감미료가 혈당을 높이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혈당 개선 효과를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또 어떤 대체 감미료가 덜 해로운지 비교한 연구도 아직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알룰로스의 하루 섭취 허용량은 54g, 스테비아의 하루 섭취 허용량은 50g이다. 제로 음료라고 해서 하루 6~7캔씩 마시면 대체 감미료 하루 섭취 허용량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배 교수는 “건강을 생각하면, 물을 마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