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일본에서 치사율 30%에 이르는 박테리아 감염병이 확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해외 발생 현황과 국내 감염 실태 조사에 나섰다.
질병관리청은 22일 일본에서 확산 중인 연쇄상구균 독성쇼크증후군(STSS)의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이 균의 감염으로 생기는 질환인 성홍열 합병증 환자에 대한 전수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급성 호흡기 환자 병원체 감시체계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또 급성 호흡기세균 병원체 감시사업을 통해 A군 연쇄상구균의 유행 상황을 조사하기로 했다.
이 감염병은 A군 연쇄상구균(GAS)에 감염돼 걸리는 질환으로 연쇄상구균은 쌍이나 사슬모양으로 배열된 세균을 뜻하는데, 욕실 변기 하수구 배설물 등에 청결하지 못한 곳에 존재한다.
이 원인균은 몸에 들어와도 감염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감염된다고 해도 발열과 기침 등 보통 감기와 같은 증상을 앓게 된다. 이를 성홍열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근육이나 혈액으로 침투하면 극증형 감염증이 나타난다. 중증으로 진행되면 고열에 오한 근육통과 같은 증상으로 시작해 패혈성 인두염, 저혈압, 빈맥, 호흡곤란, 장기부전으로 독성쇼크 증후군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 균이 내뿜은 독소때문에 조직 감염 ,피부 궤양에도 이를 수 있어 식인 박테리아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본의 STSS환자 수는 매년 늘고 있다. 일본 STSS 환자는 지난 2021년 622명에서 지난해 941명으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치명률이다. 이날 질병청에 따르면 일본 국립감염병연구소(NIID)는 올들어 지난 2월말까지 414명의 STSS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9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STSS 환자의 치명률은 21.7%이며, 50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치명률이 24.0%로 더욱 높았다. 미국 CDC에 따르면 STSS의 치명률은 약 30~70%다.
한국도 과거에는 연쇄상구균 감염이 흔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면서 위생 상태가 개선됐고, 페니실린이 보급되면서 연쇄상구균 감염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한국은 STSS 사례가 드물어 별도의 법정감염병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다만 성홍열은 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정부는 모든 성홍열 환자는 신고를 받아 감시하고, 중증, 합병증, 사망 사례가 발생하면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지난해 국내 성홍열 환자는 810명으로 지난 2022년 505명과 비교하면 늘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1만 5777명보다 적다.
정부는 지난 2007년 이후 총 554주의 A군 연쇄상구균을 분리했으며, 현재까지 이 병원체를 보유한 환자에서 STSS는 확인되지 않았다. A형 연쇄상구균 감염을 예방하려면 몸에 상처가 있는 경우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비말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예방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STSS는 사람 간 접촉을 통한 전파가 드물며 동일원인균으로 감염될 수 있는 성홍열의 국내 발생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매우 낮은 점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유행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신속하게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조기진단을 통한 신속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 청장은 이어 “해외여행객들은 과도한 불안과 우려보다는 감염예방수칙을 준수하며 고위험군의 경우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의료기관에 방문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