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경험이 있는 어린이 환자 4명 중 1명이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코로나19 백신을 단 한번도 맞지 않은 사람이 코로나에 걸린 경우, 백신을 맞은 사람에 비해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이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기억력 감퇴와 같은 인지 장애 연구가 여러 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8일 미국의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개최한 ’롱코비드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 미팅’에서 “코로나19 감염 이후 대다수 환자는 증상이 호전되지만 약 15%는 감염 후 만성적 장기 손상과 임상적 후유증을 겪는다”라며 “롱코비드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거나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만성 코로나19 후유증, 이른바 ‘롱코비드’ 증상은 약 200여 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국(CDC) 조사에 따르면 발열, 호흡곤란, 기침, 가슴통증, 두근거림, 피로감 등의 증상이 보고됐다. 다만 롱코비드 환자 대부분은 3개월 이내에 증상이 호전됐다.
이 교수는 “롱코비드의 하나로 기억력 상실, 해부학적 구조 이상을 동반한다는 얘기도 있다”며 “이런 변화가 일시적인지, 아니면 그 이후에 지속되는지 논란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신경계와 혈관계 이상으로 장기적인 이상이 초래되는 것이 여러 논문에서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롱코비드가 인지 장에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살피는 연구가 여러 건 진행되고 있다. 이 교수는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 뇌의 어떤 영역에서 증가하고, 사이토카인 바이오마커가 어떤 기능에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란체스카 세디아 모더나 글로벌 최고 의학책임자(박사)는 “아시아·태평양 알레르기 저널에 발표된 논문을 인용해 전 세계적으로 최소 6500만 명이 롱코비드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세디아 박사는 “롱코비드 환자는 장기 기능 저하와 삶의 질 저하를 호소한다. 경미한 증상이 있을 경우 롱코비드 발생률은 30%이지만 중증일 경우 70%로 높아진다. 롱코비드 사례는 주로 36~50세 사이에서 발생한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은 65세 이상 고령층이지만 롱코비드는 18~64세 연령대에서 더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는 것이 세디아 박사의 설명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어린이 4명 중 1명은 롱코비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롱코비드는 경제활동 인구에게 영향을 미치며, 이는 헬스케어 시스템, 교육, 경제에 사회적, 재정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롱코비드 대응을 위해 의료진, 과학자, 정부 정책 관계자, 대중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디아 박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롱코비드 발병 위험을 줄이고 질병의 심각성을 완화할 수 있다고도 소개했다. 영국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백신 3회 접종자는 롱코비드 위험이 73% 줄었다.
질병관리청은 2022년 8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이재갑 교수가 참여하는 가운데 롱코비드 관리 대책을 수행하고 있다. 만성 코로나19 증후군 발생률, 증상, 위험인자, 발생원인 등을 조사하는 사업이다.
만성 코로나19 증후군 조사연구는 임상기반 양상 및 가이드라인 연구, 빅데이터 기반 후유증 연구, 중개연구로 구성된다. 연구 결과는 2023년 7월 3일 발표됐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19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롱코비드의 정의는 국가와 기관마다 다르다. 질병관리청과 대한감염학회는 2022년 5월 코로나19 이후 지속되는 증상에 대한 용어 및 정의를 확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