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 동맹 휴학 움직임, 의협의 궐기대회와 같은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고령의사일수록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일부 대중 사이에서는 의료계의 반대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10일부터 17일까지 의사 회원 40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과대학 정원과 관련 현안에 대한 의사 인식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의 81.7%는 정원 확대에 반대했으며, 40세 미만 의사의 반대 비율은 93.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반대 의견은 40대 82.5%에서 50대 74.3%, 60세 이상은 71.2%로 전 연령대에서 증원에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다만 고령의 의사일수록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늘리는 데 찬성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불안감이 큰 젊은 의사에 비해 고령 의사는 안정적인 지위에 있어 증원에 대한 이해관계가 작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60대 개원의는 ″젊은 의사들은 경쟁자들이 많아지면 원하는 진료 과목에 진출하거나 개업하는 데 대한 불안감이 클 것”이라며 “나이가 많은 의사들은 자신의 지위가 안정적이기에 증원에 대한 거부감이 작은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해당 조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반대 이유 1위는 ‘이미 의료인력이 충분하다’로 응답자의 46.3%가 꼽았다. 이처럼 의료계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통해 의대 증원의 부당함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가 정부뿐 아니라 대중을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여론과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15일 서울시의사회가 개최한 ‘의대 정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레지던트 1년 차 수료를 앞두고 사직서를 낸 한 참가자가 “의사가 환자를 두고 병원을 어떻게 떠나느냐 하시겠지만,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고, 당장 저를 지켜내는 것도 선량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시 집회 참가자들은 이 목소리에 크게 옹호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 소식에 대해 일부 대중은 댓글로 ‘이기적이다’ ‘특권의식이다’와 같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앞서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의 “지방에 부족한 건 민도”라는 의대 증원 비판 의견과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의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에 대해서도 논란이 인 바 있다. 의사들의 의대 증원에 대한 발언이 정부를 넘어 여론으로 향하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추세다.
실제 여론은 의대 증원에 큰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말 보건의료노조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3%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또 85.6%는 의협이 진료 거부나 집단휴업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의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대 증원에 대해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본 응답자의 비율이 76%에 달했다.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본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
의협은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상당수가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의대 증원 반대 논리를 알리기 위해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의대 2천명 증원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이니 의대 증원의 불합리성을 알리는 데에도 집중하겠다”며 “대국민 홍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