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전공의 정원이 지방으로 배정됐다. 사진의 서울의 대학병원 전공의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0.9.8/뉴스1 ⓒ News1 자료 사진

정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발표하면서, 의대 증원을 찬성했던 대학병원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원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500~800명 범위를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의대 증원 규모 발표 직후인 이날 오후 전체 과장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의대 증원 발표에 동요한 전공의들이 근무에 이탈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병원은 오는 8일부터 설날 연휴 당직 체계로 운영되는데, 전공의들이 근무에서 이탈하면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공의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오는 12일 의대 증원과 관련해 임시대의원총회를 소집한 상태다.

수도권 대학병원 교수는 “500~800명 정도 증원을 예상했고, 의대 증원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쪽이었다”며 “2000명은 납득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대규모 증원에 따른 교육 과정 개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지 걱정했다.

현재 전국 42개 의과대학은 입학 3058명에 맞춰서 20년 가량 교육해 왔다. 의대 교육 커리큘럼이 3000명에 맞춰져 있는데, 5000명을 교육하도록 재구성 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반에 40여명이 받던 교육을 100명으로 늘리면 강의실 공간을 마련하는 것부터, 교수 섭외까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의대생들은 입학 후 예과 2년 동안 자연과학·인문학 등 기초 교양과목을 이수하고, 본과에 진급해서 실습 수업 등을 받는다.

본과 1, 2학년 때는 해부학 등 기초교실 수업을 듣고, 이후 임상 교수들과 함께 병원 실습을 하게 된다. 해부학 수업의 경우에는 장비 등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장식 교육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의대 교수들의 우려다. 학생들을 가르칠 의대 교수가 충분한가의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지방의 의대는 지금도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구하기 어려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중증 응급환자를 다루는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 인력이 흡수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지금 의대생을 늘려도 전문의가 되는데 까지 의대 6년 인턴 1년 전공의 4년까지 11년이 걸리는데, 11년 이후의 인구구조와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학생은 늘어나는데, 교수가 없으면 지방에서는 폐교하는 의과대학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는 다만 기초 교양 수업을 듣는 의대 입학 초기에 온라인 교육도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때 의대에서도 교양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졸업 후 인턴(수련의)·레지던트(전공의) 선발 과정에서 예과 성적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2년 정도는 각 대학들이 교육 인프라를 구축할 시간이 있다고 본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 같은 우려와 관련해서 “현장 점검 결과 정원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 대학들이 많았다”며 “교육부가 다시 각 대학별로 수요조사를 해서 이런 부분까지 감안해서 적정하게 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앞으로 6년 후 2031년 인턴·레지던트 과정에 의사 인력이 늘어나 의료 현장의 허리역할을 하면서 현장 분위기가 많이 바뀔 것”이라며 “의사가 부족한 필수의료 현장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