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기업들이 특허 출원에 사용한 생물유전자의 출처 공개가 의무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선 캡슐약의 색을 선명하게 하는 착색제인 이산화티타늄 사용이 금지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으로 중국과 연구 협력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바이오협회는 2일 이처럼 올해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현안을 공개했다.
협회에 따르면 당장 5월 열리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회의에서 특허로 출원된 생물 유전자원의 출처 공개 의무가 최종 결정된다. WIPO는 오는 5월 13~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의를 열어 특허출원 생물유전자원에 대한 출처 공개를 의무화를 결정하기로 지난해 공개했다. 한국은 출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인도, 스페인 등 약 30개국은 이를 강제하고 있다. 특허청은 지난해 8월과 11월 간담회를 열고 특허출원 공개 의무화 조약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당부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의약품에 착색제로 들어간 이산화티타늄 안전성 평가도 진행하고 있다. 이산화티타늄은 소금 알갱이의 1만분의 1크기의 나노입자다. 의약품 캡슐의 색을 선명하게 만들거나 불투명하게 만드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장기간 섭취하면 내장세포를 손상시키고 심각할 경우 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이산화티타늄을 식품 첨가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 왔다. EMA는 4월 1일까지 연구 결과를 받은 뒤 2025년 1월 사용금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의약품 정제나 캡슐 필름 코팅, 자외선(UV)으로부터 보호를 위한 불투명화제와 같은 부형제로는 사용되고 있었다. 이산화티타늄을 즉시 대체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현재로서는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럽 규제를 당장 따라갈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하는 기업에는 타격이 된다.
협회는 또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흐름으로 한국과 중국의 공동연구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21일 ‘중국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을 개정하고 새로 확정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인간 세포 복제와 유전자편집기술을 금지기술로 정하고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술을 제한기술로 지정했다.
금지기술로 지정되면 기술수출이 일체 금지된다. 제한기술은 해외 기술이전, 공동연구, 인허가 기술서류 반출에 사전 허가 같은 규제를 받게 된다. 한국과 중국의 기업의 기술이전 공동 연구가 더 까다로워진다는 뜻이다. 다만 금지기술은 생식세포(배아·난자·정자)로 한정해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와 별개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 원료의약품 수급을 ‘보건 안보’로 인식하는 상황도 주목할 부분이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원료의약품 중국 인도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지원하는 내용의 ‘핵심의약품법(Critical Medicines Act)’ 제정을 추진한다.
유럽집행위는 앞서 지난해 10월 24일 의약품 공동구매, 전략 비축, 의약품 수급 모니터링 디지털플랫폼, 핵심 의약품 리스트 작성, 수익성없는 의약품 공급 유지를 위한 보조금 지급 등 의약품 안보 대책을 마련했다.
미 백악관은 지난해 11월 27일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발표하고, 미국에서 필수의약품의 생산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보건복지부(HHS)의 권한을 확대하고 ㅊ미국내 제조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대통령 결의를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12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에 대한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이 지침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공급망 실사법이라고도 불리는데, 직원 500명 이상, 글로벌 매출 1억 5000만 유로(약 2127억원) 이상인 기업 등에 적용된다. 유럽연합(EU)에 수출하거나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매출의 최대 5%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