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는 당뇨병 인구가 늘고 있음에도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 같은 합병증 예방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국가 보고서가 나왔다. /조선일보DB

최근 30~40대 당뇨병 인구가 늘고 있지만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 같은 합병증 예방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정부 분석이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21일 올해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으로 한국인 당뇨병을 심층분석한 ‘당뇨병 관리지표 심층보고서’를 냈다고 밝혔다.

이용제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30~40대는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약물치료나 인슐린 주사 치료,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혈당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과거 소아청소년 비만 인구가 는 탓에 현재 젊은 당뇨병 증가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거나 작용하지 않는 대사질환이다. 혈중 포도당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져 있는 상태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황반변성이나 신부전, 당뇨발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임상에서는 약물 치료와 함께 당 함량이 낮은 식이조절, 근력운동, 금연과 금주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공복혈당 수치는 110㎎/dL 미만이다. 공복혈당이 126㎎/dL 이상이거나 당화혈색소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혈당 수치를 정상에 가깝게 유지하기 위해 혈당강하제나 인슐린 주사를 처방한다. 이렇게 당뇨병으로 진단받아 치료 중이거나, 진단은 받지 않았지만 당뇨병이 의심되는 고혈당 인구 비율(유병률)은 지난 20년 동안 전 연령대에서 증가 추세다.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2019~2021년 기준 15.8%로 2011년 대비 3.7%p 늘었다. 남성(18.3%)이 여성(13.5%)보다 높고, 50대 이상이 20% 이상으로 가장 많다. 30~40대의 경우 여성은 정체인 반면, 남성은 2011년(6.0%) 대비 2019~2021년 9.3%로 3.3%p 늘었다.

이용제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소아청소년 비만 인구가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젊은 당뇨병 유병률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만이 대사증후군을 유발하고 올바른 생활습관이 잡히지 않은 채 살아가면서 당뇨병 발생 위험이 함께 증가한다는 뜻이다.

◇ 3040 당뇨병 늘었지면 치료율 낮고, 생활습관 개선 적어

질병관리청

당뇨병 유병률이 늘면서 의사로부터 당뇨병 진단을 받았거나(인지율), 혈당강하제 또는 인슐린 주사를 처방받아 치료 중인 비율(치료율)도 2011년 이후 전 연령대에서 8%p 증가했다. 문제는 남성 30~40대의 경우 당뇨병 유병률이 늘었음에도 실제적으로 당뇨병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인 비율은 절반에 그쳤다. 해당 연령대의 당뇨병 인지율과 치료율은 각각 51.5%, 46.7%에 머물렀다.

또한 당뇨병 유병자 중 당화혈색소를 6.5% 미만으로 유지하는 인구 비율(조절률)은 2011년 이후 큰 변화 없이 25%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당화혈색소를 6.5% 미만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혈압을 130-80mmHg로 유지하는 비율(포괄적 조절률)은 10% 미만으로 매우 낮았다.

당뇨병은 약물 치료만으로는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용제 교수 연구진은 환자 개인적으로는 금연과 식이, 절주,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탄수화물 섭취 제한’이다. 사진은 탄수화물 함량을 낮춘 당뇨병 환자의 식단./조선일보DB

보고서에 따르면 당뇨병 조절을 방해하는 요인은 남성은 흡연, 여성은 비만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조절에 실패할 위험이 남성은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가 1.32배, 여성은 정상체중에 비해 비만이 1.41배나 컸다.

또한 합병증 예방을 위한 포괄적 조절에 실패하는 요인으로 낮은 연령과 근력운동 비실천 등이 꼽혔다. 특히 30~40대 남성은 50대 이상에 비해 근력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하는 사람보다 1.44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당뇨병 합병증 예방을 위한 건강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당뇨병은 약물 치료만으로는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용제 교수 연구진은 환자 개인적으로는 금연과 식이, 절주,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탄수화물 섭취 제한’이다. 연구진은 여성 30~40대에서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했더니 당뇨병 조절이 잘 됐다고 분석했다. 탄수화물 섭취 비율을 55% 미만으로 제한한 그룹이 55-65%으로 제한한 그룹에 비해 당뇨병 관리가 0.138배 더 잘 됐다. ‘체중 조절’도 중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남성의 경우 ‘금연’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 남성은 흡연하지 않는 남성에 비해 당뇨병 조절 관리에 실패할 확률이 1.355배나 됐다. 흡연이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는 탓이다.

이 교수는 “당뇨병 합병증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나타난다”며 “이 때문에 젊은 연령층은 아직 뚜렷하게 겪고 있지 않는 증상에 대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심각성을 못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당뇨병 조절률과 관련된 사회경제인구 요인이 성별, 연령별로 다르므로, 전체 인구 집단이 아닌 개별 연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당뇨병 진단 후 6개월 이내 병원에 방문하는 비율이 30대 19.9%, 40대 30.2%로 매우 저조하다. 이 교수는 “젊은 연령의 치료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신규 당뇨병 환자들이 병의원을 빠르게 내원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연결하는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가에서 주도하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사업의 지원 대상은 주로 65세 이상 연령인데, 이를 하향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1인가구, 저학력인 집단도 당뇨병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교수는 “1인가구와 저학력 등 당뇨병 관리가 취약한 집단에게 근력운동을 하도록 격려하는 등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당뇨병 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의 이환을 예방하기 위해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의 당뇨병 선별검사 나이를 40세에서 35세로 낮췄고, 미국당뇨병학회에서도 비만과 관계없이 모든 성인에게 35세부터 권고한다”며 “국내에서도 당뇨병 선별검사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40세에서 선별검사를 시작하고,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에만 30세부터 선별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