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18일 오후 6시 열린 '호흡기 감염병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최근 인플루엔자(독감)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확산하면서 전례에 보기 드문 동시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보건 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대책반을 꾸려 시장에 항바이러스제를 추가 공급하고 병원 진료 현황을 감독하며 대응에 나섰다.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인플루엔자는 방역 조치가 완화한 지난해 9월부터 번져 나갔다. 특히 12월 2주차(12월 3∼9일·올해 49주차)에는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인플루엔자 의사환자 천분율)가 61.3명으로, 2019년 이후 5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13∼18세의 의사환자 비율은 133.4명으로, 2023~2024년 절기 유행 기준(6.5명)의 20.5배에 이른다.

같은 기간, 급성 호흡기 감염증 입원환자 감시(병원급, 218개소)에서 65세 이상 비중이 40.3%, 중증 급성 호흡기 감염증 입원환자 감시(상급종합병원급, 42개소)에서도 65세 이상 비중이 47.4%로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은 최근 2주간은 감소 추세에 있다. 백일해는 11월 3주 이후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과 백일해는 12세 이하 유아와 학령기 아동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다. 마이코플라스마 환자의 75.2%, 백일해 76.9%가 12세 이하다.

질병청은 이달 18일 오후 열린 ‘제1차 호흡기 감염병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 회의’에서 각 부처가 최근 유행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유행하지 않았던 다른 호흡기 감염병이 이례적으로 유행하고 있으며, 특히 인플루엔자는 연중 유행을 하고 있고, 지난 주 최근 5년 대비 최고 수준에 도달해 겨울철 유행 확산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질병청은 진해거담제 등 현장에서 부족한 감기약의 수급 동향을 확인하고, 지난달 항바이러스제 31만6000명 분을 공급한 데 이어 이번 주 125만6000명 분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또 ‘국가 항생제 내성 정보 감시체계’에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을 추가해 항생제 내성 감시를 확대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함께 국내 의료기관의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치료제(항생제) 사용량을 집중 감시한다.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대한소아감염학회 등 관련 학회와 함께 최근 항생제 내성·임상 상황을 반영한 마이코플라스마 관련 진료 지침 개정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아동병원 중 일부에 대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인플루엔자, 백일해 진료 현황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진료 대책을 검토할 예정이다.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게는 안전성을 고려한 범위 안에서 항생제 사용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고시 개정을 이달 20일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소아 환자는 테트라사이클린계 항생제의 경우 12세 미만, 퀴놀론계 항생제는 18세 이하 사용이 금지돼 있다.

복지부는 또 의약품 수급량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수급 불안정 대응 민관협의체를 통해 계속해서 수급량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국내 항생제 제조 현장을 방문해 생산 계획과 재고량을 파악했다며, 앞으로 항생제·항바이러스제 전 품목 수급 현황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유치원, 학교 등 교육 현장에 매주 감염병 발생 상황을 공유하고 예방 접종 독려, 개인위생 수칙과 감염병 전파 차단을 위한 지침을 안내하기로 했다.

인플루엔자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예방 접종’이다. 전문가들은 단체 생활을 하는 경우 손 씻기, 기침 예절 등 개인 위생 수칙을 준수하고 증상이 있는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지 청장은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통해 각 부처가 힘을 합쳐 신속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