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코올성 지방간 전문가 전대원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이정아 기자
비알코올성 지방간 전문가 전대원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이정아 기자

알코올성 지방간은 말 그대로 술을 지속적으로 많이 마시면서 간에서 알코올을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져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는 병이다.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지방간은 지방간염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드물지 않게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하므로 주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술을 끊는 일이 중요하다. 다행히 국내에서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최근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국민관심질병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만 3859명으로 최근 10년간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017년 28만3038명에서 2021년 40만5950명으로 약 43.4% 늘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과는 관계가 없다. 대신 비만과 당뇨, 고지혈증인 경우 간에서 지방이 많이 생성되거나 잘 배출되지 않아 생기는 병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식이조절과 적절한 운동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체중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

전대원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내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를 많이 본 전문가다. 2012년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필요한 임상진료지침을 내며 이름을 알렸다.

이달 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연구실에서 만난 전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치료하는 약물은 오래전부터 상용화됐지만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언제라도 재발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급격히 늘어 전체 인구의 25% 정도를 차지한다”며 “이 병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간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환자가 고위험군인지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서양에 비해 한국인은 비만이나 당뇨병이 많지 않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10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다. 4명 중 1명 꼴이다. 유병률은 다른 나라와 비슷하다. 그런데 비만율은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서구 국가에서 훨씬 높다. 그럼에도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이 서구와 비슷하다는 것은 문제다. 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20%는 비만이 아니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고 아시아 국가들이 대체적으로 그렇다. 흔히 ‘마른비만’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아직까지 마른비만이 왜 생기고 무엇이 원인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어떤 전문가들은 유전적인 요인을 지목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아시아인의 식사 패턴을 꼽기도 한다.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근육량이 적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고, 장내미생물군의 분포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비만이 아닌데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인 환자가 늘고 있다.

- 한국인 4명 중 1명 꼴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니 놀랍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해야 하나.

“과거에는 과도한 음주로 인한 지방간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많아졌다. 정확히는 ‘대사연관지방간’이라고 부른다. 비만 같은 대사증후군, 대사 쪽에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먼저 최근 환자가 급격히 늘었다는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한국은 영양부족이 문제였다. 지금은 영양 과잉으로 인해 비만 인구가 늘고, 지방간 환자도 많아졌다. 4명 중 1명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부담이다.

예전에는 간경화나 간암으로 사망하는 주요 원인이 B형간염이나 과도한 음주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인한 간경화, 간암이 주요 원인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아니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미국, 유럽처럼 첫 번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간암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중 10~20%만 암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추려내느냐다. 아직은 명확하지가 않다.”

건강한 간과 지방간. 지방간은 지방이 많이 만들어지거나 잘 배출되지 않아 생기는 병이다./Terdon Gastroenterology Associates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을 받은 사람 중 어떤 경우에 정밀검사를 받아야 할까.

“한국은 거의 모든 사람이 건강검진을 매년 하므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과연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을 받은 사람 중 누가 고위험군이고, 병원에 가야 할까? 이 문제는 이미 미국, 유럽 등 서구 사회에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대사증후군 환자, 간염증수치가 높은 사람, 신장질환자다. 만약 이 같은 지병이 있는 사람들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다면 간염, 간암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간질환에만 치명적인 것이 아니다. 비만이거나 당뇨병 환자, 심장질환자, 뇌혈관질환자, 신장질환자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간암보다도 심장질환을 앓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 뚱뚱하지 않아도, ‘마른 비만’이어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섭게 들린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예방할 방법은 있나.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비슷한 체중이더라도 내장지방이 적고 근육량이 많은 체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

현재 질병관리청과 함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지방간 관리’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진단 받고도 병원에 가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가 실제보다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한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이가 젊을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지방간 환자 132명과 건강한 사람 868명을 포함해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나이가 젊을수록 ‘지방간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바빠서 병원에 갈 시간이 없다’고 답했다. 젊은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우리 연구진은 젊은이들에게 익숙한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병원에 자주 오지 않아도 정말 스스로 지방간을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매일 자기가 먹은 식사량과 운동량을 기록하면 나이와 성별 등에 따라 실제로 본인이 적절한 만큼 먹고 있는지, 움직이고 있는지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자기 신체와 식사량, 운동량에 대한 잘못된 왜곡을 바로 잡고 인지 기능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면 행동이 변할 것이고 건강한 생활습관이 굳어진다. 결국 지방간 증상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337명을 3개 그룹으로 나눠 식사량과 운동량을 매일 기록하고 피드백을 받는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전대원 교수 연구진이 지방간 환자(132명)와 건강한 사람(868명)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나이가 젊을수록 '지방간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바빠서 병원에 갈 시간이 없다'고 답했다. 젊은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Scientific Reports

-이밖에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관련해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나.

“지난해부터 3년간 질병관리청과 함께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중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 무시하는 이유, 의사들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내원했을 때 적극적인 검사와 교육을 하는 데 어려움은 무엇인지, 한국 현실에서 어떻게 진행해야 비용적인 효과가 있는지 등을 연구하고 있다. 국가마다 형편에 맞는 적절한 검사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형 비알코올성 지방간 검사법을 만들고 있다.

또한 같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도 환자의 유형이나 특성에 따라 매우 다르다. 공통적으로는 많이 먹고 운동을 적게 하는 패턴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폭식을 하고 어떤 사람은 그냥 배가 고프다고 느껴져서 습관처럼 많이 먹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적절히 먹지만 절대적인 운동량이 부족하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군을 분류해서 각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나 맞춤형 피드백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천편일률적으로 교육자료를 나눠주고 지시하는 것보다는 환자 개개인 맞춤형 교육자료를 개발하고 있다.

이런 교육 프로그램은 환자들보다는 주로 의료진에게 공급돼야 한다. 국내 병원들은 환자에게 약을 주지 생활습관에 대한 교육이나 권고를 잘 하지 않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물론 약물이 필요할 수 있지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직까지 의료진이 환자에게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도록 교육하는 시스템이 적은 것 같아 관련 교육자료를 개발해 공급하려고 한다.”

전대원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간 모형을 이용해 지방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정아 기자

참고 자료

The Kore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2012), DOI: http://dx.doi.org/10.4166/kjg.2012.60.1.64

Scientific Reports(2023),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3-421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