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과 폐암, 뇌암 치료제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카티) 치료제가 기대와 달리 이런 고형암에 대해 항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에서 항암 효과를 보여 고형암 치료용으로도 영역을 넓히려던 카티 치료가 상용화되기 위해서 넘어야 할 큰 산을 맞닥뜨린 셈이다.
미국 세인트주드어린이연구병원 연구진은 21일(현지 시각) 뇌종양, 골육종, 유방암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포도당조절단백질(GRP78)을 겨냥해 카티 치료제를 쓰면 암세포가 면역계를 속이는 일이 일어나 오히려 항암 효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GRP78은 지난해 1월 이 연구진이 이들 암세포에 있는 것을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항암 표적 후보다. T세포는 면역 세포의 하나로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인식해 죽이는 성질이 있다. 카티 치료제는 이런 T세포가 특정한 암세포를 인식해 살상하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치료제다. 암세포 표면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단백질을 겨냥해 치료제를 만들면 암의 종류를 불문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백혈병 같은 혈액암의 경우 암세포 표면 단백질인 CD19를 표적으로 겨냥한 카티 치료제가 이미 판매되고 있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킴리아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의 브레얀지가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카티 치료제는 고형암에 대해서는 아직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세인트주드어린이연구병원 연구진은 고형암 세포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단밸질인 RP78에 주목하고 있다. 암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데 필요한 바이오마커로 보고 있다. ‘암 바이오 마커 기술’은 암세포에 특징적인 유전자나 단백질을 암 진단표지, 즉 ‘마커(marker)’로 삼는 기술이다. 마커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환자 개개인에게 꼭 맞는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여러 마커 가운데 GRP78을 겨냥해 카티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최근 GRP78을 마커로 하는 카티 치료제를 쓰면 오히려 일부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눈을 속여 항암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이 실제로 카티 치료제를 만들어 세포 모델과 마우스 모델에 적용한 결과, 암세포의 GRP78 양이 많다고 해서 항암 효과가 증가한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암세포에서는 카티 치료제에 저항성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면역세포 표면에 GRP78 단백질이 돋아나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이런 면역세포는 암 세포를 소멸시키는 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오히려 다른 면역세포의 표적이 돼 사멸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GRP78이 고형암에 공통적으로 존재하고 있어 여전히 매력적인 표적 후보”라면서 “면역치료제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T세포와 일부 저항성이 있는 암세포 간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21일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 메디신’에 발표됐다.
참고 자료
Cell Reports Medicine(2023), DOI: https://doi.org/10.1016/j.xcrm.2023.101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