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이가 홍역 백신을 맞고 있는 모습./뉴스1

지난해 전 세계에서 홍역 환자와 사망자 수가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 시각)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홍역 환자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900만명이며 사망자 수는 43%나 증가한 13만6000명이다.

홍역 발생국도 2021년 22개국에서 지난해 37개국으로 증가했다. 권역별로는 아프리카 28개국, 지중해 동부 6개국, 동남아시아 2개국, 유럽 1개국 등의 분포를 보였다.

홍역은 기침 또는 재채기를 통해 공기로 전파되는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 감염병이다. CDC에 따르면 면역력이 없는 사람 10명 중 최대 9명이 홍역에 노출된 뒤 감염되며, 홍역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 최대 2시간 동안 살아남는다.

감염 시 고열과 함께 콧물, 전신에 발진이 나타나며, 홍역에 대한 면역이 불충분한 사람이 환자와 접촉하면 90% 이상 감염될 수 있다. 5세 미만 어린이에게 가장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역으로 인한 사망 원인은 대부분 뇌염, 심각한 탈수, 폐렴과 같은 합병증으로 인해 발생한다.

홍역 발병이 증가한 것은 백신 접종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홍역 집단발생으로부터 지역 사회를 보호하는 데 요구되는 2차 접종률은 95%다.

하지만 접종률이 기대치에 못미쳤다. 홍역은 2차례 접종을 받아야 예방이 가능한데, 지난해 전 세계 평균 접종률은 1차 접종 83%, 2차 접종 74%에 그쳤다.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2019년 71%에서 지난해 66%로 급감했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다.

WHO는 “저소득 국가에서는 지난해 백신 접종률이 60%대에 그친 상태”라면서 “전 세계에서 어린이 2200만명이 1차 접종을, 1천100만명이 2차 접종을 놓쳤다”고 설명했다.

케이트 오브라이언 WHO 예방접종 국장은 “홍역은 저소득국 주민 등 백신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환자를 공격하는 질병이어서 불평등 바이러스로 불린다”면서 “모든 어린이는 어디에 살든 홍역 백신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CDC도 “홍역 발병과 사망자의 증가는 엄청나다”면서도 “불행하게도 지난 몇 년간 백신 접종률 감소를 고려해 볼 때, (홍역 발병 증가)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일부 선진국에서도 홍역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영국 보건당국은 지난 7월 런던에서 발병 위험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일부 지역에서 어린이의 40%만이 홍역 예방 접종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예외다. 한국에서는 2000년 3만2647명까지 증가했던 홍역 환자 수는 지난해 0명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2000∼2001년에 대유행 발생한 뒤 2001년 ‘홍역 일제 예방접종’에 따라 발생이 급감했고, 2014년엔 ‘국가 홍역 퇴치 인증’도 받았다.

다만 질병관리청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저소득국가와 일부 선진국에서는 감염이 나타나고 있어 해외 유입으로 인한 확진자가 국내에서 가끔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면 여행 전 홍역 예방백신(MMR)을 2회 모두 접종했는지 확인하고 접종하지 않은 경우 출국 4~5주 전 접종(최소 4주 간격)을 완료하는 것이 권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