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프랑스 파리에서 해충 방역업체 매니저인 사샤 크리프가 빈대 퇴치 작업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방역당국이 올 가을부터 전국에 출몰하는 빈대 유입 경로와 기원 추적 작업에 나선다. 최근 국내에서 기승을 부리는 빈대가 해외에서 유입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때문이다. 미국 유럽을 시작으로 전세계가 빈대 발생이 늘어난 가운데, 국내에서 발견된 빈대들이 국내에서 주로 쓰이는 기존 살충제에 내성을 보여 당국은 방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일 질병관리청 관계자에 따르면 질병청은 이르면 이달 중 해충 방역업체로부터 빈대 샘플을 제공받아, 분자 분석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출몰하는 빈대가, 어디서 어떻게 들어왔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방역업체로부터 이 달안에 샘플을 충분히 확보하면, 올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어디서 유입됐는지 기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빈대가 해외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유입 경로를 찾고 있다.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을 다녀온 일부 여행객을 중심으로 빈대 물림 불만이 여럿 접수되고 있고, 외국인 체류자가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 빈대 방역 민원 신고가 많다.

여기에 최근 출몰하는 빈대 종인 반날개빈대와 일반 빈대가 국내에서 주로 쓰이는 기존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을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저항성 문제 때문에 빈대 박멸에는 다른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 기존 살충제에 저항성이 있는 독한 빈대가 유입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해외 유입 경로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나 원숭이 두창과 같은 감염병은 발열 기침 발진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에 따라 환자를 걸러내 유입 경로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빈대 물림은 가려움 외에는 특이한 증상이 없어서 입국 검역 과정에서 걸러내기가 어렵다. 대신 방역당국은 해외로 출국하는 여행객들에게 빈대 물림에 유의하라는 안내를 하고, 입국하는 여행자에게 빈대 물림과 관련한 안내문을 제공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해외에서 빈대가 유행한 이후에 국내에 유행이 시작됐다고 해서 국내 유행하는 빈대가 해외에서 유입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한국의 빈대와 프랑스를 비롯한 외국의 빈대가 다른 점이 있는 지 기원을 분자 분석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유입을 입증하려면 국내와 해외 사례를 비교 분석해야 하는데 빈대는 감염병 해충이 아니라 규제의 대상이 아니고, 해외에 빈대 관련 데이터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빈대에 대한 연구나 노하우가 있었다면 이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대가 국내로 들어오는 국제선 항공기를 통해 확산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현재로선 이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일례로 프랑스에서 해외 항공사가 운행하는 여객기를 타고 국내로 돌아온 탑승객 가운데 일부가 빈대에 물렸다는 주장을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 관계자는 “비행기 방역작업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지침에 따라 정기 소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빈대가 올해 들어 갑자기 많이 출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지난달부터 숙박업소 등에서 빈대 관련 민원 신고가 많이 접수됐는데, 작년 이맘때에도 비슷한 수준의 빈대 신고가 들어왔다는 것이 일부 방역업체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