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석(왼쪽)·최원묵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진이 만성 B형간염 환자 9709명을 대상으로 간암 발생 위험을 수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간암 발생을 효과적으로 낮추려면 B형간염을 치료할 때 간수치가 아닌 혈중 바이러스 수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서울아산병원

국내 연구진이 간암 발생을 효과적으로 낮추려면 B형간염을 치료할 때 간수치가 아닌, 혈중 바이러스 수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서울아산병원은 임영석·최원묵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진이 만성 B형간염 환자 9709명을 대상으로 간암 발생 위험을 수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알아냈다고 7일 밝혔다. 간암은 국내 중년 암 사망률 1위인 질환으로 발생하는 원인의 70%가 만성 B형간염이다.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과 경희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국내 5개 대형병원에서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한 성인 환자 4693명과 간염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5016명, 총 9709명을 대상으로 평균 7.6년간 추적관찰했다. 간염 치료를 시작한 환자 중 193명은 나중에 간암을 진단받았다. 반면 간염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중에서는 322명이 나중에 간암 진단을 받았다. 간염 치료가 간암 발생 위험을 전체적으로 약 50% 줄인다는 의미다.

하지만 치료를 받은 환자군과 치료를 받지 않은 치료군에서 모두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1mL 당 100만 단위(IU/mL)일 때 간암이 발생할 위험이 가장 높았다. 반면 바이러스 수치가 100만 단위에서 멀어질수록, 즉 매우 적거나(1만 단위 미만) 매우 많은(1억 단위 이상) 환자들은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낮았다. 즉, 바이러스 수치가 1억 단위 이상에서 치료를 개시한 환자들에 비해 100만 단위에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의 간암 발생 위험은 최대 6.1배나 높았다.

현재의 B형간염 치료 건강보험 급여기준은 ‘바이러스 수치가 최소 2000 단위 이상이면서 간수치가 정상 상한치의 2배(80단위) 이상’이어야 한다. 혈중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도 간수치가 정상이면 치료를 시작할 수 없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간암 발생 위험이 바이러스 수치와 크게 상관 없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간암을 잘 예방하려면 바이러스 수치가 매우 높을 때(1억 단위 이상) 또는 상당히 낮을 때(1만 단위 미만) 간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간암 발생 위험을 낮추려면 혈중 바이러스 수치만을 기준으로 B형간염 치료 시작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임영석 교수는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2000 단위 이상인 성인 환자는 간수치와 상관없이 간염 치료를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며 “그러면 1년에 약 3000명, 향후 15년간 약 4만여 명이 간암에 걸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B형간염 치료 시기를 간염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단순화하고 앞당길 경우, 간암 발생을 예방함으로써 사회적인 비용 부담은 오히려 감소한다는 점도 이미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국내외 B형간염 치료지침과 건강보험 급여기준 개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9일 소화기분야 국제 학술지인 ‘거트’에 발표됐다.

만성 B형간염에서 바이러스 수치와 간암 발생 관계./서울아산병원

참고 자료

GUT(2023) DOI: 10.1136/gutjnl-2023-33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