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큐로셀은 최근 불응성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 치료제인 ‘안발셀’에 대한 임상 2상을 마쳤다고 공개했다. DLBCL은 혈액암인 림프종 중 하나로 치료 후 재발하거나 치료제가 듣지 않는 위험이 큰 질환이다. 안발셀은 이 질환을 앓는 환자에게서 종양이 사라지는 완전관해율이 7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상반기 최종 결과를 발표해 이르면 하반기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국산 ‘CAR(키메라항원수용체)-T세포’ 치료제 중에서는 가장 앞서 있다.
GC셀은 유방암 등 고형암에 대한 CAR-NK(자연살해) 세포 치료제 ‘AB-201′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임상 1상과 2상 시험의 허가를 받았다. 이 약은 고형암 환자에게 공통적으로 과발현하는 유전자(HER2)를 표적으로 암세포뿐 아니라 암 줄기세포에까지 작용한다. 국산 CAR-NK세포 치료제로는 유일하게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최근 국내외 제약사들은 기존 항암제보다 효능을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기 위해 과거 ‘꿈의 약’으로 불렸던 세포치료제를 실현시키고 있다. CAR-T세포 치료제는 현재 전세계에서 6개가 출시됐다. 이보다 후발 주자인 CAR-NK세포 치료제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지만 환자 유래 세포만 쓸 수 있어 고가인 CAR-T세포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을 항암제로 주목 받고 있다.
◇ T세포 이용해 암세포 공격하는 유도미사일 ‘CAR-T세포’ 치료제
CAR-세포 치료제는 면역세포를 유전자 조작해 건강한 세포는 거의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표적으로 유도미사일처럼 공격하도록 만든 약물이다.
그 중’ CAR-T세포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세포 중 T세포를 이용한 것이다.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인식해 그 세포가 사멸하도록 유도한다.
그 비결은 세포가 병원체나 암세포를 잘게 부순 단백질 조각을 표면으로 내놓기 때문이다. T세포는 자기 표면에 나 있는 수용체(TCR)를 통해 이 세포가 내놓은 단백질 조각이 원래 몸속에 있는 정상 단백질인지 아니면 병원체나 암세포의 것인지 구별한다. 만약 이 세포가 감염 세포 또는 암세포로 인식되면 T세포가 세포 자살을 유도한다.
제약사들은 이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CAR-T세포 치료제를 만든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해 암세포만 달라붙도록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한다. 이것을 다시 환자 몸속에 넣어 T세포가 암세포를 강력하게 없애도록 만든다. CAR-T세포 치료제는 특히 백혈병 같은 혈액암을 치료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노바티스의 ‘킴리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와 ‘테카투스’, BMS의 ‘브레얀지’,’ 아벡마’, 얀센·레전드바이오텍의 ‘카빅티’ 등 6개가 현재 전세계 시장에 나와 있다. 특히 예스카타는 지난해 매출 10억 달러를 넘기며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등극했다.
국내에서는 큐로셀의 안발셀이 임상2상을 마치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 허가 신청을 낼 계획이다. 만약 이 약이 허가 승인된다면 국산으로서는 최초의 CAR-T세포 치료제가 된다.
하지만 CAR-T세포 치료제로 암을 정복했다고 보기에는 한참 멀었다. 폐암이나 위암, 췌장암 등 고형암에 대해서는 신경 독성이나 사이토카인 폭풍 같은 면역적 부작용이 있어서다. 또한 환자가 자기 T세포로만 치료제를 만들 수 있어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 CAR-T세포 치료제보다 저렴하고 단점 보완할 CAR-NK세포 치료제도 개발 중
최근 제약사들은 다른 사람의 면역세포로도 만들 수 있어 CAR-T세포 치료제보다 저렴하고 고형암을 치료할 수 있는 데다, 사이토카인 폭풍 등 부작용이 적은 ‘CAR-NK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CAR-NK세포 치료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면역세포 중 하나인 자연 NK 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만든다. 아직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임상 초기 단계다.
NK세포는 T세포보다 발 빠르게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한다. 세포에 구멍을 낼 수 있는 퍼포린과 세포를 죽일 수 있는 그랜자임,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사이토카인, 케모카인 같은 물질을 분비한다.
일부 암세포들은 T세포의 눈을 속이기 위해 표면 밖으로 단백질 조각을 내놓지 않는다. 그러면 바로 옆에 암세포가 있어도 T세포가 이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NK세포는 이런 암세포까지도 비정상으로 인식해 없애버린다.
제약사들은 혈액이나 제대혈에서 NK세포를 추출해 활성화시킨 다음 몸속에 넣어 암세포를 없애는 원리로 NK세포 치료제를 만들었다. NK세포 치료제는 T세포 치료제와 달리 다른 환자의 것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는 NK세포 치료제 개발이 T세포 치료제에 비해 더뎠다. 그 이유는 NK세포를 몸밖 실험실 환경에서 배양하기가 T세포에 비해 워낙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또한 T세포 치료제보다 항암 효과가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NK세포를 유전자 조작해 암세포를 표적으로 공격하는 능력을 높인 CAR-NK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CAR-NK세포 치료제 중 가장 앞선 것은 일본 다케다의 ‘TAK-007′이다. 이 약물은 암세포 표면에 나 있는 항원(CD19)을 표적으로 암세포를 없애는 원리다. 이미 CAR-T세포 치료제 중에도 킴리아, 예스카타, 테카투스, 브레얀지 등이 CD19를 표적으로 한다. 하지만 TAK-007의 경우 임상 1상 결과, 고형암 환자를 치료해도 신경 독성이나 사이토카인 폭풍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세계 첫 CAR-NK세포 치료제로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는 GC셀이 ‘유방암 유전자’로 알려진 HER2를 표적으로 개발한 ‘AB201′이 가장 앞서있다. 유방암뿐 아니라 난소암, 위암 등 고형암에서 과발현된 HER2를 표적으로 해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B201은 국산 CAR-NK세포 치료제로는 유일하게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현재 한국과 호주에서 동시에 임상시험 중이다.
혈액에서 NK세포만 선별적으로 증식시키는 기술에 대해 특허를 갖고 있는 차바이오텍 역시 NK세포 치료제뿐 아니라 CAR-NK세포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외 제약사들은 대식세포와 골수침윤림프구 등 면역세포를 이용한 CAR-대식세포(M), CAR-골수침윤림프구(MIL)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아직까지 CAR-T세포 치료제나 CAR-NK세포 치료제에 비하면 개발 극초기 단계다.
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열리는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3)’에서는 박재홍 메모리얼슬로언캐터링암센터 세포진료서비스부문장의 기조강연을 통해 CAR-T세포 치료제 등 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