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식품의약국(FDA)이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겸상 적혈구 빈혈 치료제의 승인을 검토한다. 2020년 노벨상을 받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를 기반으로 한 첫 치료제가 나올지 주목된다.
FDA는 외부 자문단이 오는 31일(현지 시각)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를 활용한 겸상적혈구빈혈 치료법 ‘엑사셀’을 두고 회의할 예정이라 밝혔다. 만약 FDA의 승인을 받으면 미국에서 크리스퍼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유전자 치료법이 나오게 되는 셈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는 DNA에서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고 교정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유전자 이상으로 나타나는 유전병에 새로운 치료법이 될 거라 예상됐다. 그중 하나가 겸상적혈구빈혈증이다.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해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단백질 ‘헤모글로빈’이 비정상적인 형태를 보이는 질병이다. 비정상 헤모글로빈으로 적혈구가 낫 모양이 되며 서로 뭉치면서 혈류를 차단하고 통증, 장기 손상을 일으킨다.
지금까지 겸상적혈구빈혈증은 골수 이식으로만 영구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버텍스 제약과 스위스의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이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치료하는 ‘엑사셀(exa-cel)’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판도를 바꿨다. 엑사셀은 발달 중인 태아에서만 만들어지는 특정 헤모글로빈의 생산을 활성화한다. 결과적으로 비정상 헤모글로빈의 영향을 낮춘다.
버텍스 제약은 FDA의 자문위원회 회의에 앞서 27일(현지 시각) 46명을 대상으로 치료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중 30명을 18개월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29명이 1년 동안 통증이 없었다. 그리고 30명 모두 통증으로 입원한 사례가 없었다.
그러나 FDA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크리스퍼가 사람의 유전체에 영향을 줘 암이나 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FDA는 엑사셀의 개발한 회사가 이를 평가했는지, 앞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FDA는 블루버드바이오의 겸상적혈구빈혈증 유전자치료제 ‘로보셀’도 검토하고 있다. 블루버드가 개발한 치료제는 적혈구의 겸상을 막는 헤모글로빈을 만들도록 바이러스로 인간 세포에 기능성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