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인플루엔자(독감)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이 나타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겨울철 감염병 유행을 무사히 넘기려면 독감 백신과 코로나19 변이 백신을 맞아 일단 면역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질병관리청은 19일부터 2023∼2024 동절기 코로나19 오미크론 하위변위(XBB.1.5) 백신 예방 접종 사업을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올겨울 접종용 백신은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가 각각 개발한 XBB1.5 코로나19 변이 백신이다. 화이자는 지난달 12일, 모더나는 지난달 26일 각각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백신이다.
보건당국과 의학계에 따르면, 이번 겨울철 독감과 코로나19 동시에 유행할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송준영 고대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관리청의 감시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연중 유행하지만 주로 늦가을부터 겨울철에 큰 유행을 보이는 패턴”이라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현상이 11월부터 나타나 12월, 1월로 갈수록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전문가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국민 피로감이 커진 데다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접어들면서 경각심이 줄어든 상황이지만, 독감과 코로나19 동시 감염 시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송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동시 감염 시 중증도에 대한 여러 연구들을 메타 분석한 결과, 동시 감염된 경우 코로나19 단독 감염에 비해 인공호흡기 치료를 요하는 중증 감염 위험도가 2.3배, 중환자실 입원 비율이 2.1배 증가한다. 특히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동시에 감염된 경우에 중증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송 교수는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진행되면서 중증도가 낮아져 전체적인 사망률은 0.04%로, 계절성 인플루엔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60세 이상 고령자에서의 치명률은 매우 높기 때문에 코로나19를 단순히 심한 감기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절기 독감과 코로나19 동시 유행 위험을 낮추려면 백신을 한꺼번에 맞는 ‘동시 접종’이 주요한 전략으로 꼽힌다. 이미 여러 나라가 독감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의 동시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동시 접종의 이득이 더 크다고 했고, 영국 백신접종 및 면역공동위원회(JCVI)는 고위험군의 동시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부터 동시 접종을 추진해 왔다.
송 교수는 “인플루엔자와 독감 백신 동시 접종에 관한 여러 연구들이 수행됐다”며 “일반적으로 동시 접종을 했을 때, 면역원성에 대한 면역 간섭이 없고, 안전하게 접종 가능하다고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각각 개발한 XBB1.5 백신은 최근 증가하는 EG.5와 8월 말 국내에도 신규 출현한 BA.2.86에도 각각 11배, 9배 높은 면역력을 보인다는 게 질병관리청과 송 교수의 설명이다. EG.5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XBB.1.9.2 계열이고, BA.2.86은 오미크론 변이종인 BA.2의 하위 변이다.
65세 이상 어르신, 12∼64세 면역저하자, 감염취약시설 구성원(입원·입소자, 종사자) 등 고위험군은 코로나19 변이 백신 접종 적극 권고 대상이다. 고위험군이 아닌 12~64세 일반 국민도 본인 희망시 접종 가능하다.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접종은 지난 11일부터 시작됐다. 만 75세 이상은 11일부터, 70~74세는 16일부터, 65~69세는 19일부터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