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한 일등공신은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ó·오른쪽) 독일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Drew Weissman·왼쪽)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다. 이미 이들은 수년 전부터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코로나19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에 기여한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ó) 독일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Drew Weissman)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2일 “이 연구자들은 mRNA가 우리 면역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꿨다”며 “또한 인류를 가장 크게 위협하던 시기에 전례없는 속도로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백신 개발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수상자들은 바이러스의 유전체 일부(mRNA)를 세포 속에 넣어 부작용이 거의 없이 원하는 곳까지 배달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이들이 이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90년대였다. 당시 학계에서는 이 기술이 상용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두 연구자는 연구비 지원이 끊기는 어려움에도 끈기 있게 연구를 이어가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가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도록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 mRNA 백신 한계 해결한 업적 인정 받아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을 개발한 카탈린 카리코 독일 바이온텍 부사장이 지난 5월 2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하버드대 제372회 학위수여식에서 명예 이학박사 학위와 함께 받은 테디베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항바이러스 백신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에 면역반응을 미리 유도해 나중에 실제로 해당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입했을 때 면역반응을 빠르게 이끌어내는 원리다.

이전까지 백신은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하거나, 바이러스 단백질의 일부를 넣어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 수상자들이 개발한 기술은 DNA의 사본격인 mRNA를 지질 나노입자에 실은 것이다. 지질 나노입자는 바이러스의 mRNA를 싣고 몸속으로 들어가 세포 안까지 배달한다. 우리 세포 속 기관들은 이 mRNA를 단백질로 만든다. 그러면 면역계는 단백질을 이물질로 인식해 이를 없애도록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나중에 해당 바이러스가 실제로 몸속에 침입하면 면역계가 빠르게 반응해 감염을 막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mRNA가 화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물질이라는 점이다. 또한 외부에서 mRNA를 인위적으로 넣으면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면역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전까지는 mRNA 백신을 상용화하기 어려웠다.

카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먼 교수는 RNA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 중 염기를 변형시키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그들이 이러한 연구 업적을 세우기까지 주변의 반응은 냉담했다.

◇ 연구비 지원 끊김에도 꾸준한 연구로 대유행 이겨내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바이러스의 유전체 일부(mRNA)를 세포 속에 넣어 부작용이 거의 없이 원하는 곳까지 배달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mRNA의 염기를 변형해 세포에 넣으면 부작용(염증반응) 없이 훨씬 효율적으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The Nobel Committee for Physiology or Medicine. Ill. Mattias Karlén

헝가리를 떠나 미국 템플대로 간 카리코 부사장은 수십 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일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실험실에서 먹고 자며 연구에 매달렸다. 하지만 당장 실질적인 이익이 나지 않았다. 그러자 템플대는 카리코 부사장에게 강제 추방당하게 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는 1989년 펜실베이니아대로 적을 옮겨 연구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학의 지원은 물론, 기업의 펀드나 정부의 연구비 지원도 받지 못했다. 그는 이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도 카리코 부사장이 교수 자리를 유지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가 대학을 떠나 바이오엔테크로 옮기겠다고 밝히자, 펜실베이니아대는 “그 회사는 웹사이트도 없다”며 비웃기까지 했다.

학계의 반응은 이렇게 냉담했지만 카리코 부사장은 자기 연구를 꾸준히 이어나갔다. 그와 함께 연구한 사람이 바로 와이스먼 교수다. 면역세포 중 수지상세포 전문가였던 와이스먼 교수는 카리코 부사장과 협업해, 외부에서 들어온 mRNA가 체내에서 어떻게 염증반응을 일으키는지 알아냈다.

그들은 실험실에서 RNA를 이루는 구성요소 중 염기 네 가지, 즉 A(아데닌), U(우라실), G(구아닌), C(시토신)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 수지상세포에 전달했다. 그 결과 염기가 변형된 mRNA가 수지상세포를 만나면 염증 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금까지 학계에서 생각했던 세포의 활동, 즉 다양한 형태의 mRNA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순간이었다. 이 연구 성과가 발표된 2005년 당시에도 여전히 학계에서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다.

이후 2008년과 2010년 추가 연구에서 두 연구자는 염기를 변형시킨 mRNA가 변형시키지 않은 mRNA에 비해 생산하는 단백질도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우리 몸속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효소의 활성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연구 성과는 코로나19 대유행 때 빛을 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 세포를 감염시킬 때 ‘스파이크 단백질’을 세포 표면에 나 있는 단백질(수용체)과 열쇠와 자물쇠처럼 잇는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의 설계도인 mRNA에서 염기를 변형해 백신을 만든 것이다. 코로나19 mRNA 백신은 코로나19 감염을 약 95% 예방하는 효과가 밝혀졌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12월 빠르게 승인됐다.

학계에서는 mRNA 백신이 코로나19 감염 예방 외에도 쓰임새가 훨씬 많다고 기대하고 있다. 인체에 부작용을 거의 나타내지 않고 원하는 곳까지 효율적으로 배송할 수 있다는 비결 덕분이다.

미래에는 바이러스의 mRNA 대신 치료용 단백질을 생산하는 mRNA를 지질 나노입자에 넣어 항암제 등 신약으로도 쓰일 가능성이 높다. 전염병 전문가인 미국 엑서터대 바랏 판카니아 의대 교수는 AP를 통해 “mRNA 백신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원하는 표적에 정확히 보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기술로 에볼라 바이러스, 말라리아, 뎅기열 등 백신을 만들거나 특정 암이나 루푸스 등 자가 면역 질환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자 전문가들은 “받을 만한 연구자들이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성수 경희대 의과대학 분자생물학교실 교수는 “mRNA 기반 백신이 성공하면서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많아져 조만간 노벨상을 수상하겠다 싶었는데 올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우준희 현 한국관광대학 노인전문병원장(대한민국의학한림원 코로나19백신 안전성위원회 위원, 전 을지대병원교수)은 “이번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두 사람은 되든 안되든 한 우물을 판 사람들”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수상자들은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6000만원)를 나눠 받는다.

참고 자료

노벨위원회 https://www.nobelprize.org/

Immunity(2005) DOI: https://doi.org/10.1016/j.immuni.2005.06.008

Molecular Therapy journals(2008) DOI: https://doi.org/10.1038/mt.2008.200

Nucleic Acids Research(2010) DOI: https://doi.org/10.1093/nar/gkq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