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유럽화학물질청(ECHA)이 과불화화합물(PFAS)의 전면 사용을 제한한 PFAS는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유해 물질이다. 모든 산업분야에서 활용되는 물질인 PFAS가 여성에서 난소암, 자궁암 등 암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맥스 아웅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연구팀이 2005~2018년에 미국 인구의 건강 및 영양 데이터를 통해 활성인 20세 이상 4만8712명을 분석한 결과, 체내 PFAS 농도가 높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흑색종과 난소암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노출과학과 환경역학 저널(Journal of Exposure Science and Environmental Epidemiology)’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은 조사를 위해 혈액 및 소변 검사 결과를 통해 7개의 PFAS와 12개의 페놀, 파라벤 화학물질 노출 정도를 측정했다. 참여자들은 주로PFAS에 노출된 1만6696명과 페놀 화학물질에 노출된 1만428명으로 분류됐다. 성별에 따른 암을 평가하기 위해 PFAS 분석에서는 남성 8010명과 여성 8686명으로, 페놀과 파라벤 분석에서는 남성 5084명과 여성 5344명으로 나눠 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체내 PFAS 농도가 높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흑색종 발병 위험이 더 높았다. 페놀에 더 많이 노출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난소암 발병 위험이 높았다. 체내 페놀 및 파라벤 농도가 높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자궁암 진단 확률이 61% 높았고, 남성은 전립선암 진단 확률이 35% 더 높았다.
이번 연구에서 호르몬에 의해 유발되는 암 진단을 받은 여성이 가정 및 산업 제품에 사용되는 특정 과불화화합물 또는 식품 포장, 염료, 개인 관리 제품에 흔히 사용되는 페놀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이러한 PFAS 화학물질이 내분비계를 교란해 암 발병 위험을 높였다고 봤다.
미국에선 2002년부터 PFAS의 일종인 ‘PFOA(퍼플루오로옥타노익 에시드·과불화옥탄산)’ 유해성이 문제가 되자 생산과 사용이 단계적으로 중단됐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 임산부의 90% 이상이 PFOA에 노출됐다는 보고가 있다.
PFAS는 탄소와 불소가 결합한 유기화학물질이다. 이는 자연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아 인체나 동식물, 환경 등에 유해해 세계 각국에서 규제를 추진 중인 물질이다. 물과 기름, 화학물질, 열 등에 반응하지 않고 원래 분자구조를 유지하기 때문에 방수성 등이 뛰어나 산업에 널리 활용된다.
PFAS는 수십 년간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가정에서 조리도구의 원료로 사용됐다. 또 자동차 및 자동차 배터리, 전자부품 등 제작시 안전성과 신뢰성, 난연성과 내구성 등 성능 충족을 위해 원료 또는 코팅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반도체를 만들때도 식각과 화학증착 공정에서 냉매나 세정제로도 사용된다.
EU는 올해 전자제품의 핵심 원료인 과불PFAS 사용 금지를 예고했다. 하지만 국내 산업계에서는 PFAS 기능을 대체할 물질을 당장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PFAS의 사용을 전면 제한한다면 한국 제품의 생산과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EU PFAS 전면 사용 제한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ECHA 측에 전달했다.
정부는 우려 사항으로 규제 유예기간(5년 또는 12년) 내 대체물질 개발이 쉽지 않아 글로벌 공급망에 큰 혼란과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와 함께 배터리와 반도체 생산,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에 문제가 생겨 전기차 보급이 지연되는 등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이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포함됐다.
또 1만 종이 넘는 PFAS 물질 각각의 인체·환경에 대한 유해성 검증 없이 전면적으로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는 의견도 냈다. 이에 의료기기, 전기차, 반도체 등에 사용되거나 상당 기간 기술적·경제적 대체재가 없는 품목 등에는 규제를 예외 적용할 필요가 있고, 인체·환경 유해성 검증을 거친 ‘유해한 PFAS’만으로 규제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참고 자료
Journal of Exposure Science and Environmental Epidemiology(2023) DOI: https://www.nature.com/articles/s41370-023-006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