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코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광초음파를 이용한 말초혈관질환 진단 장치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이다. 김철홍 옵티코 대표(포스텍 교수)는 "혈관의 색을 이용해 보다 선명하게 말초혈관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포항=채승우 객원기자

국산 의료기기가 개발에 성공해 시장에 출시되는 비율은 15%, 성공하는 비율은 1%가 채 안된다. 하지만 세계 시장의 높은 벽에 도전하는 의료기기 벤처와 스타트업들이 있다. 정부도 세계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국산 의료기기가 사장되는 현실을 바꾸고자 의기투합해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단을 만들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10대 과제로 선정된, 미래 국가대표가 될 의료기기 강소 기업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소개한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는 600만명에 이른다. 국내 총 인구 약 5200만명의 11.5%에 달하는 수치다. 여기에 당뇨병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1580만명을 더하면 그 비중은 41.9%로 늘어난다.

환자수가 늘어나는 질병은 당뇨병만이 아니다.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고혈압, 비만 같은 대사질환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대사질환 환자들은 혈관에 지방이 축적되면서 말초혈관의 혈액 순환 장애를 겪는다. 특히 당뇨병은 말초혈관질환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40세 이상의 당뇨병 환자 중 20% 이상이 말초혈관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2018년 포스텍(포항공대) 실험실에서 창업한 기업 옵티코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말초혈관질환 진단용 광초음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레이저를 사용해 빛이 신체 장기에 부딪힐 때 발생하는 초음파를 이용해 진단 영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쉽게 말초혈관질환을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그래픽=손민균

포스텍 교수이자 옵티코를 창업한 김철홍 대표는 “마치 번개가 친 뒤에 천둥이 이어지듯 빛은 물질에 부딪히면서 음파를 만든다”며 “이를 초음파장비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말초혈관질환 환자는 가벼운 활동에도 근육에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심할 경우 팔, 다리가 괴사해 절단하기도 한다. 문제는 말초혈관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말초혈관 상태를 파악할 수 있으나 조영제를 사용해야 해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이를 제외하고 남은 진단법은 촉진과 문진뿐이다.

병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초음파 영상진단 장비로는 말초혈관질환을 찾을 수 없다. 말초혈관의 굵기는 약 10㎛, 적혈구 하나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정도다. 상대적으로 해상도가 떨어지는 초음파로는 모세혈관을 관찰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반면 광초음파를 이용하면 아무리 작은 혈관이라도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신체 조직의 색에 따라 레이저를 조절하면 선택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가령 빨간색에 민감한 레이저를 쓰면 말초동맥을, 검붉은색에 민감한 레이저를 쓰면 말초정맥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광초음파 장비를 의료용으로 상용화한 기업은 없다.

옵티코는 광초음파 기술을 앞세워 말초혈관질환 진단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마크(IMARC)에 따르면 전 세계 말초혈관질환 시장은 지난해 44억달러(약 5조9000억원)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관련 시장도 2028년까지 63억달러로 약 43% 성장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말초혈관질환은 선진국형 질병으로 이미 미국, 유럽에서는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으나 중국, 인도 등은 아직 기반 시설(인프라)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이들 국가가 말초혈관질환의 관리를 시작하면 관련 시장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옵티코가 개발한 광초음파 말초혈관질환 진단장치 '옵티코US'의 작동 영상. 기존 초음파 장치로는 볼 수 없는 말초혈관을 상세히 볼 수 있다(오른쪽 아래)./옵티코

옵티코는 광초음파 장비 ‘옵티코US’의 국내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임상시험 진입 목표 시기는 내년 초다. 임상시험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5년 품목허가를 받고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광초음파 기술을 전 세계에서 처음 상용화해야 하는 만큼 규제 당국과 협의하는 데 1년 이상이 걸렸다”며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의 도움을 받아 의료기기 등급을 정해 임상시험의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국내 품목허가뿐 아니라 미국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 식품의약국(FDA)과도 미국 허가를 위한 소통을 시작한 단계에 있다”며 “미국에는 말초혈관질환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족부클리닉과 영상클리닉도 많아 시장성도 큰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점유율 0.1%만 차지해도 연매출 200억~300억원의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FDA는 옵티코의 기술을 일찍이 알아보고 협업도 제안했다. 피부질환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연구하기에 광초음파 기술이 적합하다고 보고 공동 연구가 진행 중이다.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면 피부의 혈관을 수축시키고 재생을 막는다. 혈관과 관련이 깊은 유방암, 갑상선암에도 광초음파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옵티코는 광초음파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만큼 말초혈관질환 이외에도 다양한 장기와 질병 진단에도 진출하기 쉽다”며 “침습형 장치도 개발해 심장, 간 같은 장기의 질병 진단에도 도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철홍 옵티코 대표(포스텍 교수)는 이달 5일 조선비즈와 경북 포항 포스텍 체인지업그라운드에서 만나 "옵티코의 다음 단계는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기능을 구현하는 플랫폼 사업으로 진출하는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포항=채승우 객원기자

김철홍 옵티코 대표 인터뷰

“새로운 기술을 처음 시도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기는 더욱 그렇습니다.”

김철홍 옵티코 대표(포스텍 교수)는 이달 5일 경북 포항의 포스텍 캠퍼스 체인지업그라운드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광초음파 진단장치 ‘옵티코US’의 개발 과정을 소개했다. 광초음파 분야의 전문가인 그는 2018년 의료기기 개발을 목표로 실험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 옵티코를 창업했다. 첫 시제품이 나온건 지난해 말, 장장 4년의 시간이 걸렸다.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삼성메디슨 같은 대기업에 기술을 이전할 생각도 있었다. 의료기기 시장은 작은 기업이 직접 마케팅이나 영업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래도 직접 창업해 성공하는 좋은 선례를 보여주고 싶었다.”

─시제품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반도체 대란 때문에 개발이 지연됐다. 아무래도 의료기기이다보니 핵심이 되는 반도체 칩이 있는데 이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 이제는 반도체 수급 문제가 해결돼 본격적인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올해 목표는 20대 생산이다.”

─임상시험 준비도 꽤 오래 걸린 것 같다.

“가장 큰 어려움은 광초음파 기술을 의료기기에 우리가 처음 활용한다는 점이다. 레이저와 초음파는 규제가 달라 이 둘을 결합했을 때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지침이 없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광초음파의 의료기기 등급을 두고 상의하고 있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아직 의료기기 허가도 나지 않았다. 생산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연히 의료기기로 판매할 수는 없다. 대신 광초음파 기술이 필요한 다른 분야에서 벌써 수요가 있다. 최근에는 비파괴검사 기업과 계약을 맺고 제품을 판매했다. 연구용으로 우리 제품을 원하는 곳도 있다. 우리가 판매하는 것은 의료기기 이전에 광초음파 기술이다.”

─기술을 판매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광초음파 기술은 응용 범위가 넓다. 특정 목적의 제품을 우리가 모두 개발할 필요는 없다. 다음 파이프라인으로 준비하는 제품은 범용 광초음파 장치다. 우리는 플랫폼만 제공하고 필요한 기능은 사용자가 직접 코딩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까지 넣어 고품질의 영상을 얻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