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쉬 치과병원 강정호 원장이 서울 논현동 치과병원 원장실에서 치아 구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김명지 기자

사람의 치아는 가장 겉면의 법랑질, 신경을 느끼는 상아질, 신경이 있는 신경관, 치아를 받치는 잇몸뼈, 잇몸뼈와 치아를 잡아주는 치주인대로 구성된다. 커피를 마시지도, 흡연하지도 않는데 나이가 들어 치아가 누렇게 보이는 건, 불투명한 법랑질이 마모돼 얇아지면서 안쪽의 노란 상아질 색깔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치아가 시린 것도 비슷한 이유다. 법랑질이 깎여나간 상태에서 차가운 물을 마시면 신경을 느끼는 상아질을 통해 시린 느낌이 든다. 치과에서 주로 하는 레이저 미백 치료는 법랑질이 마모돼 치아가 누렇게 된 환자들에게 큰 소용이 없다. 치아 미백 치료는 미백제를 뿌려서 표면에 붙은 착색 물질을 분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치아 구성/미니쉬 치과병원 제공

이런 환자들은 치아와 유사한 인공치아를 붙이는 라미네이트를 하거나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를 시술했다. 그런데 ‘예쁘게’ 보이려는 심미(審美) 목적의 라미네이트는 시술 후에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았다. 인공치아가 잘 붙도록 치아를 많이 깎으면 깎을수록 상아질이 드러나 시린 이 증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라미네이트를 붙인 치아의 맞은편 자연 치아에도 문제가 생겼다.

인공치아 재료는 세라믹(도자기)인데, 단단한 재질을 썼더니 반대쪽 자연 치아가 깨졌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미니쉬치과병원의 강정호(48) 원장은 “치과대학에서는 심미치료는 예쁘기만 하면 되니까, 인공치아에 맞춰서 자연치아를 얼마를 깎든 상관없다고 배웠다”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강 원장은 “휴대전화 액정필름은 얇고 약하지만 액정에 붙이면 액정이 깨지지 않는 이상 절대 깨지지 않는다”며 “치아에 씌우는 라미네이트는 왜 단단하고 두꺼울수록 좋다고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치아 겉면의 법랑질은 뼈처럼 단단하지만, 상아질은 고무지우개처럼 말랑말랑하고 수분이 가득 차 있다. 강 원장은 자연 치아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게 인공치아를 최대한 얇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다. 또 자연치아와 가장 가까운 물성(파절/인장 강도, 탄성계수, 열팽창계수, 마모도, 투명도 등)을 가진 인공치아 재료를 찾아냈다.

강 원장이 2010년 경기도 치과의사학회에서 이 내용을 발표했을 때는 ‘말도 안 된다’는 조롱을 들었다. 치아와 같은 강도의 얇은 인공치아는 당연히 깨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강 원장은 “소재의 강도가 아니라 소재 총합의 강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해도 아무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년 강 원장의 시술 기법(미니쉬)을 배우고 인증을 받은 치과의사가 100여 명이 넘는다. 이 시술은 ‘시린이 회춘’ 시술로 불린다.

강 원장은 이 소재를 ‘미니쉬(minish, 최소화하다)’라고 이름 짓고, 치과병원 상호도 바꿨다. 전라도 광주 출신의 강 원장은 서울 강남 치과의사 중에서도 자수성가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국내 치과병원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시술이 많아서 개원가 경쟁이 치열하다. 그중에서도 서울 강남은 격전지로 꼽힌다. 강 원장은 조선대 치과대학을 졸업했다.

강 원장은 성공 배경을 두고 “쉬지 않고 발전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성남에서 처음 개원한 후 4년가량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매일 야간 진료를 했다. 서울에 와서는 원장실에 인공치아 가공 장비를 두고 제작 프로그램인 캐드캠을 수시로 연습했다. 강 원장은 “2010년 서울 선릉에 치과 병원을 개원하고 13년 동안 약 15만 케이스의 (미니쉬) 환자를 봤다”며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와서 앉기만 해도 환자의 치아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강 원장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원장실에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니쉬는 자연치아와 유사한 소재의 인공치아를 얇게 가공해서 붙이는 시술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고안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생각하게 됐다. 치아는 충치 때문에 빠지는 게 아니다. 치주인대가 무너지거나 법랑질이 닳고 깨져서 빠진다. 법랑질은 재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닳고 깨지는 건 방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미니쉬 치과병원 강정호 원장

-치아에 크라운을 입히거나, 라미네이트를 하는 시술은 원래 있었다. 그리고 얇게 깎은 인공치아는 아무래도 약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예를 들어 스마트폰 보호필름은 얇은 유리다. 이 보호필름은 손으로 힘을 주면 부술 수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 액정의 티끌이나 기포 없이 붙어서, 완벽하게 한 덩어리가 되면 필름을 깨는 것이 쉽지 않다. 붙고 난 후에 필름을 깨려면 아예 스마트폰의 액정을 깨야 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소재마다 파절강도, 압축강도, 마모도 등을 수치화한 물성 표가 있다. 파절(破節)은 깨뜨린다는 뜻이고, 파절강도가 100메가 파스칼(MPa)이라고 하면 100에 깨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파절하는 물체 강도는 단면적에 반비례한다. 압축강도는 접촉하는 면적에 반비례한다. 그러니 파절강도가 높을수록 잘 안 깨지지만, 파절강도가 낮더라도 두꺼워지면 안 깨진다.”

-하지만 기존의 치과 치료에서 인공 치아의 소재가 강할수록 좋다고 생각한 배경도 있지 않나.

“그게 잘못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소재가 너무 강하면 그 힘이 다른 쪽으로 간다. 예를 들어 단단한 고목이 태풍이 불 때 가장 먼저 쓰러지는 걸 생각하면 쉽다. 살아있는 나무는 태풍이 와도 휘어질 뿐 부러지지는 않는다. 죽은 나무는 부러진다. 이 밖에 마모도 등도 고려해야 한다. 잘 안 닳는 소재는 맞닿은 소재를 닳게 한다.”

-그렇다면 금이빨은 어떤가.

“금은 좋은 재료 중 하나다. 꽉 물면 휘어진다. 씹는 힘을 흡수한다. 그런데 세라믹이라는 예쁜 재료가 나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치과대학 교과서에서는 세라믹 치아를 붙일 때 자연치아를 최대한 많이 깎으라고 한다. 또 세라믹이 잘 깨지지 않게 두꺼워야 한다고 했다.”

미니쉬 치과병원 강정호 원장이 서울 논현동 치과병원 원장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은 미니쉬 치과에 마련된 인공치아 가공 장비들. /김명지 기자

-미니쉬는 치아에 방탄유리를 씌운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나.

“비슷하다. 치아는 복합재다. 겉은 딱딱한 법랑질이고, 안쪽에는 고무지우개처럼 말랑말랑한 상아질이 있다. 상아질과 법랑질은 섬유소로 아주 첨예하게 붙어있다. 법랑질과 상아질은 단단하게 붙어있으니, 법랑질 바깥을 단단하게 덧대는 방법을 고민했다.”

-얇으면 잘 붙는 거 아닌가.

“필름과 액정 사이에 모래 알갱이 하나만 들어가도 필름은 부서질 수 있다. 그래서 치아와 미니쉬를 화학적으로 한 덩어리를 만드는 정밀가공기술과 접착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과학 발전으로 9세대 생체접착제까지 나왔다.”

-그런데 그렇게 붙이면 영원히 못 떼는 것 아닌가.

“미니쉬는 분리는 안 된다. 하지만, 갈아서 없앨 수 있다. 종이를 벽에 붙이면 못 뜯어내는 것처럼. 내 치아의 일부가 되도록 한다.”

-시린이 증상도 완화된다고 들었다.

“치아가 시리다는 것은 신경이 자극받는다는 뜻이다. 법랑질은 감각기관이 없다. 상아질은 감각기관은 없지만, 수분을 머금은 스펀지 같은 조직이다. 그 수분의 온도 변화로 신경관에서 시리다고 느낀다. 상아질은 법랑질이 마모돼 벗겨지거나, 잇몸이 녹아내려서 뿌리가 드러나면서 노출이 된다. 상아질이 노출된 부분에 인공 치아를 덧대면 시리지 않게 된다.”

미니쉬 치과병원 강정호 원장이 서울 논현동 치과병원 원장실에서 치아 구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김명지 기자

-논문으로 학회에 발표할 생각은 하지 않았나

“10여 년 전에 경기도 치과의사학회에서 구두 발표한 적은 있다. 그때 분위기가 안 좋았다. ‘얇게 만들었는데, 안 깨질 리가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수백 번 시행착오를 거쳐서 치아와 가장 비슷한 소재를 독일에서 찾아냈다고 말해도 믿지 않았다. 이제는 임상 데이터가 충분히 쌓였으니, 이를 정리해서 학회에 발표하려고 한다. 음식을 씹을 때 어금니에 가장 큰 압력이 가해지는데, 이 어금니에 미니쉬를 시술한 환자가 현재 7년째로 접어들었다. "

-전라도 광주 출신인데 강남에서 성공했다.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무시를 많이 당했다. 그런데 같은 학교 출신 치과의사들이 더 무시했다. (치과가 성업하자) 주변 사람들은 먼저 시기와 질투를 했다. 그 수준을 뛰어넘으면 존경하게 되는데, 그전에는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미니쉬가 환자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이제는 인정받게 됐다. 요즘 해외에서도 얇은 인공 치아의 개념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를 명의라고 생각하시나.

“명의는 어느 한 분야에서 큰 업적을 이룬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자연 치아 복구와 보호에 관해서는 창시자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도 명의가 아닐까. (웃음)”

-개원 초기 성남 치과 병원 시절이 밑거름이 됐다고 봐야 하나.

“오히려 서울 선릉으로 이전해 캐드캠(CAD/CAM)을 도입하고부터 성장했다. 캐드캠을 실제 환자에 적용하기 전까지 6개월 동안 틈만 나면 프로그램을 만졌다. 처음에는 충치나 크라운 치료에 쓰려고 하다가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려고 했다. 그래서 인공치아 가공 장비인 밀링머신(milling machine, 치과 재료를 절삭하는 기계)까지 원장실에 놔두고 테스트를 했다. 치과 재료 가공 장비를 원장실에 놔둔 사람은 아마 세상에 없을 거다.”

-치과 병원장으로 사업에도 성공했다. 성공의 비결이 있나.

“환자의 요구, 시장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다. 치과를 찾는 환자들은 치료를 고통스러워하고 두려워한다. 또 치료가 빨리 끝나길 바라고 이왕이면 가격이 저렴한 것을 찾는다. 편안한 치료를 신속하고 가성비 있게 제공하는 걸 늘 고민했다. 과학이 발전하고 있고 장비와 소재가 매일 업그레이드된다. 외과에서도 로봇 수술이 나오고 더 좋은 인공 관절이 계속 개발되는데, 치과는 왜 멈춰있나. 시대가 변하면 거기에 맞춰 바꾸고 변화를 줘야 한다. 그게 내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