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트마 간디. 단식투쟁으로 유명한 간디도 단식기간이 21일을 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조선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14일차에 접어들면서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고 않고 버틸 수 있는 기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단식을 통해 정치적 의사를 관철하는 행위는 그리스 로마 시대 때부터 있었고 영국의 참정권 투쟁이나 유럽 노동권 역사에도 종종 등장한다. 지난 2002년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해 단식 투쟁을 시작한 지율스님은 물과 소금만으로 100일을 버텼다. 삼풍백화점 사고 당시, 최후 생존자는 무너진 건물 폐허에서 홀로 27일을 버텼다.

13일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물과 소금을 충분히 섭취한다고 해도 40일이 넘는 극단적 단식은 건강 상태에 극심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1980년대 초 영국에 저항하던 아일랜드 벨파스트의 메이즈 교도소의 정치범 수십여명이 양심수로 대우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했다. 제 1,2차 단식을 통털어 단식 기간이 60일을 넘자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최종적으로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가 잘 아는 인도의 간디는 14차례 단식을 했지만 단식 기간은 21일을 넘지 않았다.

이대호 가천대의대 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물과 소금을 섭취하면서 단식을 할 경우, 건강한 사람은 6~8주 정도까지도 견딜 수 있다”면서도 “건강 상태 폭염 등 외부요인에 따라 3주 안에 생명이 위험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과 소금마저 섭취하지 않고 단식을 하면 탈수로 짧게는 일주일 안에 숨질 가능성이 크다. 사람의 몸에서 물이 3분의 2일 정도로 근육이나 세포의 상당 부분을 물이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 섭취는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바레인독립조사위원회(BICI)가 지난 2011년 발간한 단식투쟁에 따른 의학적 증상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을 끊고 최초 3~7일이 지나면 어지러움과 피로와 쇠약감을 느껴 서있기가 어려워진다. 2주가 지나면 추위와 복통을 느낀다. 3주가 넘으면 정신적 무기력증과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한 달이 지나면 입원이 필요할 수 있다. 물과 소금을 충분히 섭취했을 경우다.

특히 4~5주차까지 비타민을 복용하지 않은 경우, 심한 현기증과 구토와 신경증을 느낄 수 있다. 40일 이후부터는 청력과 시력이 소실되고, 내출혈과 부정맥 등 심혈관 질환으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중간에 단식을 중단한다고 해도 이렇게 장기간 단식을 하면 영양실조로 신장과 간 면역, 심장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고 다시 회복하지 못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다.

우리 몸의 세포는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주로 혈액, 간과 근육에 저장된다. 단식을 시작해서 반나절이 지나면 혈액 속에 포도당이 부족해지고, 에너지를 얻기 위해 간과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분해해 포도당으로 쓴다. 단식을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나면, 수용성인 비타민 B와 C가 부족해지기 시작한다.

열흘 가량 지나면 간과 근육에 축적된 글리코겐을 모두 소진하는데 이 기간동안 체중이 빠르게 줄어든다. 그렇게 보름정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 몸은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먼저 근육에 쌓인 단백질인 아미노산을 쓰게 된다.

사람의 몸은 근육과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단백질은 남겨두게 된다. 대신 지방산이 분해돼 나온 부산물인 케톤으로 활동하게 된다. 케톤은 대부분 뇌세포의 에너지원으로도 사용된다. 이대호 교수는 “몸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뇌에서 쓰기 좋은 에너지원으로 케톤을 만드는 것”이라며 “뇌에서 가장 먼저 케톤을 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2~3주가 지나면 비타민 B1 부족으로 인지장애·시력 손상·운동능력 손실이 나타나기도 한다. 단식 4주가 지나면 몸 속 지방도 모두 소모되면서 체중의 20% 정도가 빠진다. 지방을 다 쓰면 몸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근육까지도 단백질로 분해해 쓰기 시작한다. 세포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단백질까지 에너지원으로 쓰게 되면 청력과 시력을 잃고 장기 기능도 급격히 떨어진다.

단식을 시작한 지 45일이 넘어가면 심혈관계 기능이 마비되고, 골수세포가 손상돼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감염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LA타임즈에 따르면 날씬하고 건강한 사람은 단식으로 체중이 10% 감소하면 건강 상태를 주의해서 관찰해야 하고, 체중의 18%가 빠지면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날씬한 사람들은 극단적 단식을 하게 될 경우 비만한 사람에 비해서 체중이 더 급격하게 빠져서 문제가 생긴다는 연구도 있다”며 “장기간의 극단적 단식을 하면 전해질 불균형과 심장 부담으로 돌연사할 가능성이 있어 극히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헐적 단식과 음식을 끊는 단식 투쟁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라마단은 이슬람 교도들이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모든 음식과 음료를 금하는 신성한 기간이다. 카타르의 하마드 메디컬이 라마단 기간 동안 최소 20일 동안 단식한 240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라마단 후에는 체중과 체질량지수(BMI)가 줄어들고 건강 상태가 개선됐다. 이 교수는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라고 해도, 복용하는 약 가운데 저혈당을 일으키는 약이 없는지 확인하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간헐적 단식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