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김종국/유튜브 캡처

#지난 2018년 가수 김종국 씨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이 통풍을 앓고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김 씨는 40대 초반 발끝을 찌르는 듯한 증상에 병원을 찾았지만, 당시엔 초기라서 통풍 진단을 받지 못했다. 증상 초기 ‘발목을 접질린 것’으로 착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다. 하지만 그 뒤 점점 걷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고, 끝내 통풍 진단을 받았다.

김 씨 사례처럼 최근 국내에선 20~40대 젊은 통풍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통풍은 그동안 음주와 과음이 잦은 40대 중반 남성이 걸리는 병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통풍을 일으키는 또 다른 유발 원인인 콜라⋅사이다 같은 과당 음료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 탄산음료에 치맥 즐기는 20~30대도 고위험군

2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국내 통풍 환자 수는 50만 8397명으로 5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21년 (49만3561명)과 비교해 3.2%(1만 4836명) 늘어난 것인데, 10년 전인 지난 2012년 26만 5065명과 비교하면 2배가량으로 늘었다.

작년 기준 환자를 성별로 구분하면 남성 47만1569(92.8%)명, 여성 3만 6828(7.2%)명으로 남성이 대부분이다. 환자 증가세도 남성이 압도적이다. 최근 5년 동안 남성 환자는 17.8%가 늘었지만, 여성 환자 수는 8.7%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런데 환자 증가율을 연령별로 분석했더니 20대 남성의 증가세가 가장 컸다.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로 봤을 때 20대 남성 환자 수는 2018년 573명에서 지난해 879명으로 53.4% 늘었다. 같은 기간 30대와 40대 남성 환자 증가율은 32%와 37%였고, 50대 남성 환자 증가율은 4.9%에 그쳤다.

국내 통풍 환자 진료 인원/국민건강보험공단

여성 통풍 환자도 20대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인구 10만 명당 20대 여성 환자 수는 같은 기간 41명에서 55명으로 34% 늘었다. 30대와 40대 여성 환자 수 증가율은 각각 20%와 6.7%로 나타났다. 통풍은 요산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환자가 늘어나는데, 같은 기간 60대 이상 고령층 환자 숫자는 남녀를 불문하고 오히려 5~7% 줄었다.

◇ 식습관 서구화에 과당 음료 섭취 악영향

지금까지 통풍 고위험군으로 4050대 직장인 남성을 꼽았다. 통풍은 체내에 요산이 과도하게 축적돼 관절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요산은 필수아미노산(단백질)인 퓨린(purine)을 간이 대사한 후 나오는 찌꺼기인데, 회식 때 먹는 기름진 음식에 퓨린이 많이 함유돼 있고, 술의 원료인 에탄올은 요산 분해를 막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대 통풍 환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식습관의 서구화와 함께 콜라사이다와 같은 과당음료 섭취가 늘어난 것을 꼽았다. 일산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진수 교수는 “탄산음료에 들어 있는 액상과당은 옥수수 추출물로 간에서 대사되면 요산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요즘 헬스트레이너처럼 근육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도 통풍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근육 생성을 촉진하려고 먹는 단백질 보조제가 요산 수치를 높일 수 있고, 근육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요산 수치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통풍성 관절염 /서울아산병원 제공

◇ “혈액 순환 안되는 곳에 쌓여서 염증 일으켜”

통풍은 내 몸에 요산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병이다. 건강한 사람은 간이 단백질을 대사해서 요산(찌꺼기)을 쏟아내면 신장이 이를 분해해 대소변으로 배출한다. 하지만 단백질이 너무 과도하게 유입되거나, 간과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문제가 생긴다.

요산은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몸속에 떠다니면서 발끝, 손끝처럼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는 곳에 쌓여 크리스털처럼 뾰족한 결정체를 만들어 염증을 일으킨다. 비커에 담긴 물에 소금을 한꺼번에 왕창 집어넣으면 녹지 않고 쌓여서 결정이 생기는 것을 상상하면 쉽다.

이렇게 생긴 요산 나트륨 결정체가 신장에 쌓이면 신장결석이 되고, 관절, 연골, 힘줄에 쌓이면 통풍을 일으킨다. 결정체가 관절을 찌르면 염증이 생기고, 찌르는 듯한 ‘급성 통풍 발작’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 시기에 요산 수치를 낮추는 약물 치료와 식단 관리를 하게 되면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식단 관리를 해도 발작이 만성화되는 ‘통풍관절염’이 된다. 통풍 환자 10명 중 6명은 1년 안에 통증 발작을 경험한다.

통풍은 주로 엄지발가락 관절 쪽에 갑자기 붓고 후끈거리고 근육이 경직돼 빨갛게 변하면서 통증이 시작된다. 심하면 피부가 벗겨지는 극심한 고통으로 통증 부위를 도려내고 싶다는 기분까지 든다고 한다. 오죽하면 바람만 불어도 고통스럽다고 해서 통(痛)풍(風) 이라고 불린다. 통풍을 영문으로는 ‘gout’라고 쓰는데, 악마의 침이 관절에 들어와 생긴 병이란 뜻이라고 한다.

◇ 술은 최악의 음식…“약 먹으면서 평생 관리해야”

하지만 과거에는 통풍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 손가락 전체가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린 사람처럼 퉁퉁 부어서 내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이렇게 방치하다가는 요로결석이나 신장결석으로 이어져 만성 콩팥병이 될 수 있다.

일러스트=이은현

직장인들의 소울푸드인 ‘치맥’은 통풍을 일으키는 최악의 조합이다. 맥주의 주원료인 보리와 치킨 같은 튀긴 음식은 통풍의 원인이 되는 몸속 요산 수치를 높인다. 여기에 술에 들어있는 에탄올은 요산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박진수 교수는 “맥주뿐만 아니라 모든 술이 통풍에는 나쁘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교수는 등푸른생선이나 오징어와 같은 고단백 식품에 대해선 술과 액상과당과 달리 적당량 섭취할 것을 권고했다. 박 교수는 “퓨린 함량이 많다고 이런 음식들을 모두 피하게 되면, 질 좋은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다”며 “약을 먹으면서 꾸준히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통풍 치료에는 통증을 완화하는 항염증제 외에도 요산의 배설을 촉진해 수치를 낮추는 의약품을 쓰게 된다. 박 교수는 “혈중 요산 농도가 6.8㎎/dL 이상이 되면 결정을 만든다”며 “식단관리와 함께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요산 수치를 낮추는 꾸준한 약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풍에 걸리는 것이 주로 남성인 것은 남성들이 여성보다 단백질이나 알코올 섭취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여성호르몬이 콩팥의 요산 제거를 돕기 때문에 요산 수치가 쉽게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완경 이후엔 여성호르몬이 줄어들어 50대 이상 여성은 통풍이 생길 위험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