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새로운 의약품 개발을 위한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연구진도 곧 우주에서 암세포를 배양해 항암제를 시험하는 실험을 추진한다./NASA

국내 연구진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손잡고 우주에서 암세포를 배양해 항암제 반응을 관찰하는 연구 위성체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다.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서 암세포의 세포와 약물의 기전을 밝혀 향후 항암제 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은 박찬흠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이 항우연과 함께 국내 최초로 지상 귀환형 우주 연구 위성체를 개발한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암세포 배양과 항암제 반응을 관찰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이 위성체에 실어 우주로 보낼 예정이다. 지상보다 중력이 약한 우주 공간의 특성을 활용해 지상 실험과 달라지는 세포의 양상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중력이 적은 우주에서 약물을 만들면 단백질 결정이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아 더 균질하고 고순도 약물 생성이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활용해 우주에서 고순도 신약이나 인공장기 개발을 위한 실험이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제약사 머크(MSD)는 2017년부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우주에서 제조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나노입자와 무중력상태를 이용한 새로운 약물전달 기법을 연구 중이고, 미국 일라이릴리도 무중력 환경을 활용한 신약개발 연구에 돌입했다.

박찬흠 교수 연구팀이 이번 연구를 성공한다면 국내에서도 귀환형 우주의생명공학 플랫폼을 통해 고순도 항암제를 비롯한 다양한 우주 의약품 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박 교수 연구팀은 오는 2027년 발사 예정인 귀환형 인공위성 플랫폼 ‘바이오렉스(BioRexs)’에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3차원 미세유체 타깃 세포배양 시스템, 타깃 세포 배양용 바이오 하이드로겔, 우주 의약품 개발을 위한 약물 자동화 평가 시스템, 귀환형 바이오 모듈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바이오렉스에 탑재된 이 시스템들은 우주 궤도에서 암세포를 배양한 뒤 세포 양상 관찰과 항암제 반응성 분석을 통해 지상국에서 과학데이터를 받아 1차 분석을 하게 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위성체를 다시 지구로 귀환시켜 정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우주 환경에서의 암세포와 미세중력, 우주 약물 효용성의 기전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국내 우주산업 관련 대학과 연구소, 산업체, 공기관과의 인프라를 형성해, 국내 우주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며 “인재 양성은 물론 참여 연구원들의 전문성을 높여 다양한 융복합 연구를 통해 우주산업의 원동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위성체 개발 연구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운영·관리하는 ‘2023년 STEAM 연구사업(미래융합기술개발 파이오니어 전략형) 신규과제’에 최종 선정됐다. 연구는 올해 4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4년 9개월 동안 진행된다.

박 교수는 현재 한림대 나노바이오재생의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박 교수는 바이오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한 인공 후두와 줄기세포 생존율과 활성도를 증가시키는 하이드로겔 세포 전달체, 세계 최초 인공 고막 패치를 개발했다.

박찬흠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한림대 의대 나노바이오재생의학연구소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국내 최초 귀환형 우주 연구 위성체 개발에 나선다./한림대의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