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최근 국내 청소년 10명 중 1명이 마약류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내용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초등학교(4~6학년), 중⋅고교에 다니는 청소년 1만 71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중⋅고교생 10.4%가 '펜타닐 패치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 골자다. 또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94.9%는 '병원 처방'으로 얻었다고 답해 충격을 줬다.
이 결과가 나오자마자 의료계에서는 '설문 문항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해 국내15~19세 인구는 227만8815명이고, 이 중 10%면 22만7881명인데 이는 한해 국내에서 추산되는 마약 투약자 숫자 20만 명보다 많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21년 국내에서 펜타닐 패치를 처방 받은 환자 전체(18만2657명)보다도 많은 숫자다.
정부가 2019년부터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마약류 의약품 처방과 유통을 엄격히 관리하는 상황에서 이처럼 많은 10대 학생들이 마약을 손에 넣었다는 것도 선뜻 이해가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암 환자에게 한정적으로 쓰이는 마약성 진통제다. 진통 효과가 모르핀의 약 200배에 이르고 2㎎만 투약해도 치사량에 이르는 무서운 약이다.
현재 국내에서 문제가 되는 펜타닐 패치는 파스처럼 생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부 마약 중독자들이 이 패치를 불법으로 수십 개씩 처방을 받은 뒤 패치에 포함된 펜타닐 성분을 긁어낸 가루를 흡입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가부는 이번 발표에 대해 논란이 일자 22일 오후 설명자료를 내고 "펜타닐 패치의 경우 해석에 유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설문 조사표에서 '진통제'라는 표현이 앞에 나오면서 응답 청소년 입장에서 일반 진통제를 이용한 사례까지 대거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펜타닐 패치 관련 설문 문항은 너무 간단했다. '최근 1년 동안 다음에 제시된 약을 복용해 본 적이 있나요? 복용해 본 적이 있다면, 어떻게 구했나요? 해당하는 것을 모두 선택해 주세요'라고 돼있다. 이어 '진통제(펜타닐 패치)'를 사용한 경험을 '① 있다'와 '②없다' 중 선택하게 하고, '① 있다'라고 답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취득 경로를 '①병원에서 처방받아서' '② 인터넷(SNS 등)을 통해 구매' '③ 친구 또는 선배에게 얻어서' '④ 다른 사람(성인)에게 얻어서' '⑤ 기타 중에서' 선택하게 했다. 펜타닐 패치가 마약성 진통제라는 설명은 설문조사 어디에도 없었다.
여가부 관계자는 "중·고등학생 문해력 정도라면 펜타닐을 마약성 진통제로 충분히 구분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 문항은 마약성 진통제를 쓰는 일부 청소년들이 답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고생 문해력을 넘어 설문 문항 자체에 구멍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취득 경로에 '병원 처방'이 첫 번째로 포함된 것도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약품 적정 사용 정보(DUR)에 따르면 펜타닐 성분은 모든 제형에 대해서 18세 미만은 사용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사 판단에 따라 18세 미만에 처방한 사례가 있지만, 이렇게 쓰이는 경우는 연간 400여 명에 그친다. 물론 지난 2021년 부산에서 18세 고등학생이 자신과 다른 사람 명의로 '펜타닐 패치'를 불법적으로 처방을 받아 검거된 사례가 있기도 하지만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청소년 실태 조사에서 환각성 약물 사용 경험에 대한 문항을 포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같은 실태 조사는 국가 승인 통계로 쓰이기 때문에 통계청과 여가부 등 정부 부처가 여러 차례 협의를 거친다. 설문 조사에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한국리서치 등 설문 관련 전문 기관들도 참여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펜타닐 패치를 설문조사에 포함한 것은 청소년이 비공식적으로 마약류 진통제를 취득해 쓰고 있다면, 정책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며 "다음 실태조사에서는 이번 결과를 고려해 필요 사항을 보완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