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년 동안 개원한 대학병원 10곳 중 6곳은 수도권에 있고, 이렇게 개원한 대학병원 의사 10명 중 5명은 수도권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이른바 ‘빅5 병원’ 들이 수도권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런 수도권 분원 병원들이 지방 의료 자원을 빨아들여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의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0년 동안 개원한 대학병원 16곳 가운데 9곳(56%)이 수도권에 있으며, 이렇게 개원한 대학병원의 의사 4298명 가운데 1959명(45.5%)이 수도권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주요 대학병원들이 오는 2028년까지 수도권에 6600병상 규모의 분원을 추진하고 있어 이같은 수도권 쏠림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략 500~1000병상 대학병원에 200~500명 의사가 근무하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수도권 대학병원들이 300명 이상 지방 의사들을 흡수할 것이란 추산에 따른 것이다.
대학병원이 앞다퉈 수도권 분원을 추진하는 것은 신도시 개발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등으로 환자수요가 늘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병원 쏠림은 지방 의료 서비스질 악화는 물론 지방 중증·응급환자 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전남 지역의 권역응급의료센터 중증 응급환자(심근경색·뇌졸중·중증 외상) 전원율은 9.7%로 전국 평균(4.7%)의 두 배에 달한다. 전남 목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없다.
전 정부에서 추진한 의대 정원 확대와 지방 공공 의대 신설은 현 정부 들어 흐지부지된 상태다. 보건복지부가 의사단체가 2025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의사단체에서 공공 의대 설립은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병원이 수익 창출을 위해 몸집을 불리는 것을 정부가 오히려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은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를 갖추려면 지역 대학병원에서 의사를 양성하고, 또 근무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의대 없는 지역에 대학병원이나 부속 대학병원을 설립해 지방 의료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