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정부가 이달까지 조성을 마감하기로 한 5000억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펀드'에 출자 비율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지난해 7월 펀드 출범 계획을 밝힌 뒤 1년 넘게 이 펀드는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조치는 3차례나 펀드 결성에 애를 먹은 만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장기적으로 '조(兆)' 단위 펀드 조성 계획까지 세웠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월 말 조성을 목표로 하는 K바이오·백신 펀드 출자 비율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가 계획 중인 K바이오·백신 펀드는 총 5000억원 규모를 목표로 한다. 보건복지부가 1000억원, KDB산업은행(450억원), 수출입은행(300억원), 기업은행(250억원)까지 국책은행 3곳이 1000억원을 출자한다. 나머지는 운용사로 선정된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각각 250억원, 200억원을 출자하고, 민간 투자자를 통해 유치하는 식으로 구성한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담당자는 "정부 출자 금액을 제외하면 운용사가 민간에서 사실상 3000억원을 모아야 한다는 것인데 현재 투자 시장에서는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정부 출자 금액을 보면 펀드 조성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일러스트=정다운

정부는 현재까지 3차례 펀드 조성 기한을 번복해 왔다. 애초 지난해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한 뒤 같은 해 8월 운용사 선정 공고를 낼 때만 해도 연내 펀드를 결성하고, 연말까지 투자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이후 올해 3월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 활성화 전략 방안'을 내놓으며 올 상반기 내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초 펀드 조성 목표 시한은 지난해 11월 15일 기획재정부 승인일로부터 3개월 뒤인 올해 2월까지였다고 말을 바꿨다.

그만큼 펀드 조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펀드 결성을 앞당기기 위해 '조기 결성제도'까지 내걸었다. 이는 자금 75%만 모이면 펀드를 결성해 투자를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현재까지 펀드 결정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75%도 채우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까지도 타진 중인 출자자도 있기 때문에 75%를 채우지 못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달 말까지 지속해서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바젤의 노바티스 본사에서 직원들이 대형 화면을 보며 신약 개발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노바티스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으면서 향후 계획에도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5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서도 애를 먹고 있는데, 2025년 1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아서다.

한 PEF 관계자는 "펀드보다는 연구개발(R&D) 지원금으로 지원하는 형식이 나았을 것"이라며 "백신 개발로 돈을 번 회사들은 이미 현금을 많이 조달해 외부 투자를 받지 않을 테고, 중소기업들은 지원 자격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K바이오·백신 펀드는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임상 3상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 국내서 임상 3상을 진행할 경우 1000억원 이상, 해외 임상으로 할 경우 30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