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주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사무총장이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편의점 안전상비약 국민 수요조사' 내용을 발표를 하고 있다./소비자공익네트워크 제공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국민 10명 중 6명은 판매 품목을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에서 상비약 판매를 허용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판매 허용 품목은 그대로여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편의점 상비약 관련 대국민 수요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12일부터 같은 달 21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96.8%는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입할 수 있어 이전보다 편리하다'고 답했다. 약국이 아닌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로 68.8%가 '공휴일, 심야시간 급하게 약이 필요해서'라고 꼽았다.

편의점 상비약 구입 경험이 있는 715명 가운데 41.3%는 '편의점에서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구입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62.1%는 '품목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인 개선 방향으로 새로운 효능군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0.7%로 가장 많았고, 새로운 제형을 추가해야 한다(46.6%), 제품 변경하거나 추가할 필요가 있다(33.6%) 순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상비약 판매는 지난 2012년 7월 정부가 해열 진통제 5종,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등 총 13개 품목을 상비약으로 지정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점포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정부는 제도 시행 6개월 후 중간 점검, 시행 1년 후 품목을 재조정한다고 예고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13개 품목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일부 시민단체는 2018년부터 지사제, 제산제를 편의점 상비약으로 품목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약사단체는 의약품 오남용과 부작용을 이유로 상비약 확대를 강하게 반대하면서 품목 확대는 결국 불발됐다.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논의가 지지부진했지만 이런 와중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비약 시장 규모는 2013년 약 153억원에서 2021년 457억원으로 3배 가까이 커졌다.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는 이날 정부가 국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품목을 확대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해열진통제 같은 상비약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도서산간처럼 약국이 적은 지역에서는 안전상비약 제도가 약국의 보완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수요 조사 결과를 보면 편의점 안전상비약 제도가 당초 취지에 맞게 잘 정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건강 관리 방향인 자기건강관리 측면에서 안전 상비약 제도는 적절한 보건 정책이라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안전상비약을 파는 판매자 교육을 통해 의약품 오남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비자가 적절한 의약품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약사단체는 여전히 안전상비약 품목을 확대하면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겨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의점의 상비약 판매 참여가 낮다는 점도 반대하는 논리로 활용되고 있다. 약사 출신인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시민단체와 편의점 10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안전상비약 13개 전 품목을 구비한 곳은 114개소(11.4%)에 불과했다"며 "안전상비약 판매자의 준수 사항인 동일 품목 1회 1개 포장 단위 판매 규정도 46.5%가 위반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