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의료기기 수출을 약 21조원까지 끌어 올려 세계 5위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10대 기술을 발표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는 의료기기부터 외산에 기댔던 의료기기의 국산화, 보건안보, 사회문제 해결까지 국내 유망 의료기기 개발 과정이 대거 공유됐다. 정부는 올해 처음 내놓은 10대 대표과제를 해마다 발굴해 미래 먹거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은 23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2023년 성과 보고회’를 개최하고 10대 대표과제를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까지 총 4개 부처가 공동 후원한 이날 성과보고회는 사업단 출범 이후 처음 진행됐다.
김법민 사업단장은 이번에 선정한 과제에 대해 “출범 이후 의료기기 연구개발(R&D) 성공률 제고를 위해 다양한 연구과제를 지원하고 우수한 성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전주기 지원체계를 플랫폼으로 구축했다”며 “연구자들과 적극 소통해 의료기기 제품화를 견인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마다 선정하는 선도 과제는 기존에 선정됐던 기술이 재차 될 수 있고, 새로운 기술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선정된 대표 과제는 윤석열 정부가 목표로 내세웠던 국내 의료기기 수출 5위 달성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올해 2월 정부는 2021년 86억달러 수준이었던 의료기기 수출액을 2027년까지 160억달러까지 확대해 세계 5위 수출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10대 과제는 영상진단, 체외진단, 치과 기술은 물론, 디지털헬스와 같은 유망 분야가 포함됐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기대되는 과제만 3개다.
김 단장은 “90개 기관으로부터 제출된 869개 성과 중 연구개발 수행의 적절성과 기술·의료, 사회·경제 분야 파급효과를 기준으로 한 평가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지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10대 의료기기 과제와 선정 기관, 개발 현황이다.
①인공 지향 지능형 체어사이드 K덴탈 솔루션 개발
이마고윅스와 오디엑스, 바텍이 주도하는 사업은 세계 최초로 환자 맞춤형 치과 통합 모델 구현을 목표로 한다. 치과용 진단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환자에 최적화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2020년 9월 1일부터 오는 2024년 12월 31일까지 개발을 진행하며 정부출연금은 139억원이다. 현재 시리즈 A와 B를 통해 외부에서 총 139억원 투자도 유치했다. 현재까지 35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5건을 기록했다.
②퇴행성 뇌질환 극복을 위한 뇌전용 PET 시스템과 융합분자 영상 플랫폼 기술개발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은 국내 최초로 치매, 파킨슨과 같은 노인성 질환을 대상으로 뇌 전용 양전자방출 단층촬영장치(PET) 개발로 의료기기 국산화를 꾀한다. 현재 노인성 질환 진료를 위해서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과 연계가 필수인데, 이 기술은 특정 뇌 영역의 당 대사 변화만 영상화해 질병 여부를 판독한다. 대한민국 혁신 창업상과 과기정통부 장관상을 받았다. 연구기간은 2020년 9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다. 정부 출연금은 116억600만원이다.
③말초미세혈관 초음파 광초음파 융합 영상기기 개발·사업화
포항공대 산학협력단이 추진하는 사업은 세계 최초로 침습과 조영제, 방사선이 없는 초음파와 광초음파를 융합해 말초 미세혈관 진단기기 개발을 목표로 한다. 말초 혈관 질환은 손이나 발 등 다른 신체 말단 부위의 혈액 순환 장애로 심한 경우 괴사하거나 절단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절반 이상 환자는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없어서 조기에 진단을 받지 못한다. 이번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조기 진단으로 괴사, 절단과 같은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오는 2024년 12월 31일까지 연구를 진행하며 정부 출연금은 53억3300만원이다.
④세계 최초 인슐린 의존성 당뇨 환자를 위한 웨어러블 인슐린 자동 주입시스템 개발
세계 선도형 인공췌장(AP)을 기반으로 인슐린 자동 주입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만성질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 중이다. 배 또는 팔뚝과 같은 부위에 패치를 부착해 주사 대신 패치를 통해 5분 주기로 스스로 혈당을 측정한 뒤 인슐린 주입량을 조절해 자동 투여한다. 한국 의료기기로는 처음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 지정 받았다. 하나의 제품으로 84시간 사용할 수 있고, 샤워나 운동 시 탈부착도 가능하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모니터링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미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등에 수출도 했다.
⑤인공지능 기반 MRI 초고속 영상화 소프트웨어 혁신제품 개발
에어스메디컬은 MRI 촬영 시간 단축과 AI 기반 해상도 제고를 통해 의료공공복지 기여와 사회문제 해결에 나선다. 기존 MRI 촬영 시간을 최대 10분의 1로 줄이는 대신 고품질 의료영상을 제공한다. 빅테크 페이스북이 개최한 글로벌 MRI 가속영상 딥러닝 복원대회에서 필립스, 지멘스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시리즈 B 투자유치금만 250억원 이상에 달할 만큼 대외적으로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
⑥두경부 암환자의 방사선 감수성 진단키트 개발
두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방사선 치료 효과 여부를 사전에 판단해 환자 편익을 제고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두경부는 먹고 말하고 숨 쉬는 중요한 기관이 밀집돼 있어 기관 보존 치료전략이 중요하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 환자마다 효과가 다르고, 부작용 빈도 역시 다르다. 방사선 진단키트 검사로 방사선 치료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를 선별해 수술치료 또는 항암치료 등 비방사선 치료로 대체하도록 의사 결정을 지원한다. 가천대 산학협력단이 연구를 진행 중이다.
⑦역박동 제어 방식 휴대형 심폐순환 보조장치 상용화
국내 최초로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를 국산화해 감염병 발생 시 응급의료 대응과 보건안보에 기여한다. 메르스와 코로나19를 거치며 ECMO 수요는 증가했지만, 해외 제조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수입이 불가능하게 되면서 한국은 장비난에 시달렸다. 이에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산화가 시급한 상태다. 삼성서울병원, 강원대 산학협력단, 인성메디칼, 시지바이오가 협력해 오는 2025년 연말까지 개발에 나선다.
⑧근전전동의수를 위한 손가락·손바닥 내장형 통합 구동시스템 개발
근전전동의수(전자의수) 핵심 부품인 초소형 모터와 감속기, 컨트롤러의 구동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다. 기존 전자의수는 수입산에 의존해 비싼 가격을 형성해 국내 보급률이 0.1%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내 생산 제품이 존재하나 외산 모터 의존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만드로는 연내로 현재 4000만원 이상 고가인 해외 제품과 비교해 가격 경쟁 우위를 갖춘 제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⑨AI와 전동화기술 기반 소화기관용 고성능 스마트 연성 전자내시경 시스템 개발과 상용화
내시경 시술 시 초소형 광학계와 발광다이오드(LED) 광원, 이미지 프로세서 기반의 세계 최고 수준의 화질 구현을 목표로 한다. 현재 내시경은 일본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전동식 조작 방식도 도입해 환자 몸속에서 병변을 탐지하는 ‘스코프’를 수동으로 움직이지 않고 게임용 조이스틱처럼 전동으로 움직일 수 있게 개발한다. 메디인테크는 오는 2025년까지 AI와 전동화 기술을 적용한 내시경을 개발해 의료기기 국산화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⑩유럽체외진단 의료기기 인증을 위한HBV, HCV, HIV 체외진단시약의 유효성 평가
세계 최초로 전처리 통합 전자동 대량 분자진단 유전자증폭(PCR) 장비의 임상시험과 해외 인허가 취득을 목표로 한다. B형간염(HBV), C형간염(HCV),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비롯, 감염병 총 5종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다. 국내에서 자체 개발, 생산해 해외 대형 진단회사에서 독점 중인 장비와 검사시약을 대체할 수 있다. 바이오니아가 오는 2025년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