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모기 서식지가 확대되고 개체수가 늘면서 뎅기열 감염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미국,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 환자가 늘고 있어 현지를 방문하는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과 방문객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2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기후변화로 뎅기열 감염 경로가 확대되면서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뎅기열에 걸릴 위험에 처했다. 매년 1억~4억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뎅기열은 특히 미국, 동남아시아, 서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영향을 받고 있고, 그 중에서도 아시아 지역이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뎅기열은 매년 1억명 이상이 감염되는 급성 열성 질환으로 두통, 고열, 발진, 몸살을 비롯한 증상을 일으킨다. 소아의 경우 신체 곳곳에서 피가 나는 뎅기출혈열이나 뎅기쇼크증후군 등 중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최근 해외 여행객이 늘면서 국내에서도 감염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이 해외여행시 주의해야 할 감염병으로 분류한 뎅기열, 말라리아, 지카바이러스감염증, 치쿤구니야열 등 모기매개 감염병 4종 중 올해 뎅기열 환자가 46명(이달 2일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대부분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22일 ‘제1차 검역관리기본계획’을 통해 현행 11종인 검역 대상 감염병에 뎅기열, 홍역 등을 단계적으로 포함한다고 밝혔다.
한국 관광객이 찾는 미국 자치령에서도 감염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10~2020년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CDC)에 보고된 3만1000건의 미국 영토의 뎅기열 감염 사례 중 96% 이상이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에서 발생했다. 아메리칸 사모아,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괌이 그 뒤를 이었다. CDC는 미국령에 대한 뎅기열 감염 예방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미국 내 뎅기열 감염은 대부분 통가, 피지 등 태평양 도서국이나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아메리카 지역을 방문한 여행객들에게서 발생했다. 최근 여행, 무역, 도시화, 기후변화에 따라 댕기열을 옮기는 모기가 온대지역을 중심으로 넓어지면서 매년 새로운 지역에서 보고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 영토에서 발생한 뎅기열 감염 사례 중 절반은 20세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백신은 지난 1월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사노피 파스퇴르의 ‘뎅그박시아’로 과거 뎅기열에 감염된 적이 있는 9세 이상 성인과 풍토화만 접종이 가능하다.
일본 다케다제약이 개발한 ‘큐뎅가’는 감염되기 전 접종 가능한 예방 백신으로 이미 유럽과 브라질 등에서 사용이 승인됐고, 현재 FDA도 승인을 심사 중이다. 미국 연구원들은 푸에르토리코에서의 백신 접종만으로도 10년 안에 3000명의 입원을 막을 수 있고, 개발 중인 뎅기열 백신은 더 넓은 연령대와 감염 이력이 없는 사람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신 외에도 뎅기열 예방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 CDC는 뎅기열 감염이 늘어나고 있는 플로리다와 텍사스 지역에 월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모기를 풀어 뎅기열을 일으키는 모기의 수정을 줄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뎅기열 바이러스의 복제를 차단하는 바이러스로 모기의 유전자를 변형해 개체 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는 영국의 바이오기업인 옥시텍(Oxitec)이 개발한 유전자 변형 기술로, 앞서 지난해 10월 브라질에서 뎅기열을 퍼뜨리는 모기를 박멸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옥시텍은 연구를 통해 변형 모기를 방사하면 암컷 모기가 옮기는 뎅기나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WHO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방사선을 활용한 뎅기열 차단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IAEA는 수컷 곤충을 대량 사육해 방사선으로 사멸시키는 이른바 ‘곤충불임방사법(SIT)’을 개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리셔스 등에서 모기 퇴치 실험을 진행 중이다. 특수한 방사선 효과로 번식 능력을 없앤 수컷 모기를 풀어 뎅기열 전파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다. SIT 기술은 농작물에 해를 입히는 파리류에 적용돼왔다.
랜달 네트 CDC 아르보바이러스(뎅기열·지카 등 절지동물에 의해 전염되는 바이러스)국장은 “SIT를 사용해 해충을 박멸해온 농부들의 역사를 고려할 때, 우리는 이 기술을 인간의 모기 매개 질병을 없애기 위해서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