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병원과 의료기관에서 폐렴·패혈증·요로감염 등을 일으키는 ‘수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에 감염돼 사망한 환자가 최근 4년 새 4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퍼박테리아는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써도 약효가 듣지 않는 균을 뜻한다.
정부는 이같은 ‘병원 내 감염’(의료 관련 감염)을 줄이기 위해 중소병원과 요양병원의 의료감염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감염관리실 설치·감염관리 인력 지정 의무 대상을 일부 중소병원까지 확대하고 요양병원에 별도의 감염예방·관리료 지급한다. 의료인이 아닌 간병인 등 감염관리 인력을 대상으로 감염관리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질병관리청은 12일 이같은 내용의 ‘제2차 의료 관련 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의료 관련 감염은 환자의 생명과 신체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거나 치료를 더디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환자는 장기입원, 후유증, 항생제 사용 증가 등의 어려움을 겪고 이는 의료체계에도 부담을 키운다.
국내 의료 관련 감염 발생은 혈류감염, 요로감염, 폐렴 등에서는 감소 추세에 있지만,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패혈증은 재원 환자 1000명당 사망 건수가 2007년 1086명에서 2021년 6429명으로 6배 가량 급증했다.
특히 다제내성균 가운데 CRE(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 감염증 사망자가 2018년 141명에서 작년 527건으로 크게 늘었다. CRE는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써도 약효가 듣지 않아 세계보건기구(WHO)가 확산을 우려하는 다제내성균의 일종이다.
이날 발표된 종합계획에 따르면 질병청은 오는 2027년까지 감염관리실 설치·전담인력 지정 의무 대상을 10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서 80병상 이상 의료기관으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대상 의료기관을 2335곳에서 2723곳으로 388곳 늘릴 계획이다.
종합병원이 중소·요양병원의 감염관리 활동을 지원하는 ‘의료 관련 감염병 예방관리 사업’의 참여 의료기관도 276곳(작년)에서 40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활동을 보상과 연계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특히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감염관리 활동 보고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감염예방·관리료를 별도로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겸임이 가능한 요양병원의 감염관리 전담 인력 관련 규정을 보완하고 전담 인력 여부에 따라 감염예방·관리료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와 함께 감염병에 대한 의료기관 감시체계에 참여하는 요양병원을 65곳에서 300곳까지 늘린다.
감염관리 교육 체계도 강화해 예비 보건의료인이 학부과정에서 감염관리 교육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관련 법령에 포괄적으로만 규정돼 있는 감염관리 인력(요양시설 종사자, 간병인, 미화원 등)의 역할과 행동지침을 구체화하고, 의료인만 받던 감염관리 교육을 감염관리 지원인력도 받도록 한다.
감염 고위험 환자가 있는 중환자실, 인공신장실에 대한 음압격리병실, 1인실 설치 기준을 강화하고 인공신장실의 시설규격 기준도 마련한다. 감염취약시설에 대한 환기 기준을 정하고 중소·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주사제 투약준비 공간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작한다.
또 CRE 감염증 전파 예방을 위해 표준 대응 시나리오를 의료기관에 배포하고, 국내외 우수사례를 참고해 감소전략 모델을 만들 방침이다. 이 밖에 의료기관에 대한 감염관리 평가를 효율화하기 위해 적정성 평가 항목과 지표를 추가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의료질 평가 지표와 지원금 산정 방식을 개선해 감염관리 활동을 촉진할 방침이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이날 충북 청주원광효도요양병원을 방문해 종합대책을 소개하면서 “의료 관련 감염 위험을 최소화해 안전한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의료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종합대책의 세부과제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