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조각과 가루들. 설탕보다 600배나 단 인공 감미료인 수크랄로스가 면역세포를 억제할 수 있다고 동물실험에서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하면 면역과잉이 초래하는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Pixabay

인공 감미료가 면역반응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고 인공 감미료 사용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 실험에는 일상에서 섭취할 수 없을 정도의 고용량을 썼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오히려 인공 감미료를 잘 활용하면 과도한 면역반응이 초래하는 질병을 막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카렌 바우스덴(Karen Vousden) 박사 연구진은 1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험용 생쥐에게 인공 감미료인 수크랄로스(sucralose)를 고함량으로 먹였더니 백혈구인 CD8+ T세포의 기능이 저하된다”고 밝혔다.

◇외부 자극에 대한 면역세포 반응 감소

수크랄로스는 합성 감미료의 일종이다. 설탕보다 600배 달면서도 인체에서 분해되지 않아 칼로리 부담은 없다. 미국에서 스플렌다(Splenda)라는 상품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2000년 식품첨가물로 지정된 이후 빵이나 과자, 껌, 음료, 치약 등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수크랄로스는 설탕보다 600배나 단 인공 감미료이다. 미국에서 '스플렌다'라는 상표로 알려져 있다./daveasprey.com

CD8+ T세포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파괴하는 면역세포이다. 세포독성 T세포 또는 킬러 T세포라고 한다. 연구진은 고함량 수크랄로스를 생쥐에게 먹였더니 암세포에 대한 반응이 감소했으며, 리스테리아균의 감염을 막는 능력도 떨어졌다고 밝혔다.

수크랄로스는 다른 면역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연구진은 고함량 수크랄로스가 T세포가 외부 자극을 받았을 때 칼슘을 방출하는 반응을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면역반응이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바우스덴 박사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수크랄로스 사용을 중단하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에서 미국과 유럽 식품 규제 당국이 정한 최대치에 가까운 고함량으로 수크랄로스를 생쥐에게 먹였다. 이 정도 양은 일상에서 도저히 섭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파비오 자니 박사는 “일상에서 섭취하는 수크랄로스가 인체에 해롭다는 메시지를 주지 않기를 바란다”며 “생쥐에게 먹인 고함량은 의사가 처방하지 않는 한 일상에서 도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생쥐들이 자신의 장내 세균 사진을 들고 범인처럼 머그 샷을 찍은 이미지. 인공 감미료가 생쥐의 장내 세균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Science

◇1형 당뇨 치료에 활용할 수도

과학자들은 인공 감미료가 전반적으로 안전하지만, 장기간 섭취로 인한 영향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해 독일 와이즈만 과학연구소 과학자들은 인공 감미료인 사카린과 수크랄로스가 생쥐의 장내 세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셀’에 발표했다. 미국 클리블랜드병원의 스탠리 하젠 박사 연구진은 지난달 ‘네이처 메디슨’에 “널리 쓰이는 인공 감미료인 에리스리톨(erythritol)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 과학자는 이번 연구 결과가 인공 감미료가 해롭다는 의미로 해석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암연구소의 카리스 베츠 박사는 “수크랄로스가 인체에 해롭다는 점을 밝힌 결과가 아니므로 식단을 바꿀 필요는 전혀 없다”며 “오히려 이번 연구는 고함량 수크랄로스가 환자 치료에 쓰일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바우스덴 박사 연구진은 인체에서도 동물실험처럼 같은 효과가 나타나면 장차 T세포 반응을 억제하는 치료에 쓸 수 있다고 기대했다. 과거 ‘소아 당뇨라고 불렀던 1형 당뇨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 세포가 T세포의 공격을 받고 파괴돼 혈당을 조절하지 못하는 질병이다. 수크랄로스로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면 1형 당뇨를 치료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1형 당뇨가 생기도록 만든 생쥐들에게 수크랄로스와 물을 주며 비교했다. 30주 후 물을 준 생쥐는 모두 당뇨가 발생했지만, 수크랄로스를 준 생쥐는 3분의 1만 당뇨에 걸렸다. 바우스덴 박사는 “생쥐 실험 결과가 인체에서도 같이 나타나는지 알아보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번 발견이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면 과도한 면역반응이 초래하는 자가면역질환을 억제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든버러대 로슬린연구소의 닐 매보트 교수는 이날 과학언론 지원기관인 사이언스 미디어 센터에 “이번 연구는 고함량 수크랄로스가 T세포에 작용해 자가면역질환인 1형 당뇨의 발생을 늦출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수크랄로스가 T세포 기능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밝히면 1형 당뇨를 포함해 T세포와 연관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자료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5801-6

Nature Medicine,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3-02223-9

Cell,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2.07.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