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고 해외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뷰티·에스테틱 사업을 키우는 국내 바이오기업이 늘고 있다. 현지 유통사를 인수하거나 생산 거점을 확보해 해외 판매망을 직접 구축하는 방식이다. 뷰티 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에서 판매 기반을 갖추려는 전략이다.

3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해외 유통사 인수와 현지 생산시설 확보, 직접판매 전환 등으로 해외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기존 유통업체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판매 경로를 직접 관리하고 수익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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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실탄은 뷰티서…샤페론·지놈앤컴퍼니, 해외 유통사 인수

면역·염증질환 신약개발사인 샤페론(378800)은 지난 7월 홈 뷰티·헬스케어 기업 니즈테크 지분 60%를 인수하며 뷰티 사업 확대에 나섰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뷰티 사업의 매출 기반을 활용하고 해외 시장까지 판로를 넓히려는 전략이다.

니즈테크는 '휴그랩' 브랜드로 다이어트 기기와 뷰티 디바이스, 마사지기 등을 판매한다. 최근 싱가포르와 호주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미국과 일본 아마존에 입점했으며, 홍콩 법인은 설립 3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억원을 넘어섰다. 샤페론은 이를 바탕으로 2027년 해외 매출 100억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샤페론은 지난해 11월 자체 뷰티 브랜드 '닥터 숀'도 출시했다. 피부 노화와 관련된 만성 미세염증(인플라메이징)에 주목해 개발한 원료 '루미루아'도 적용했다. 신약 연구 과정에서 확보한 GPCR19 기반 염증 조절 기술을 기능성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로 확장할 계획이다.

뷰티 사업을 키우는 배경에는 신약 개발 비용과 재무 부담도 있다. 샤페론은 2023년 기술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으며,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이 종료됐다. 법차손 비율은 2024년 93.14%, 2025년 62.75%를 기록했다. 올해 비율을 50% 이하로 낮추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험이 있다.

샤페론은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제 '누세린'과 면역항암제 '파필릭시맙', 미국 임상 2b상을 진행 중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누겔' 등을 개발 중이다. 특히 누겔의 임상 개발 비용 부담이 큰 만큼 향후 기술수출도 추진할 방침이다.

최근 신약 개발 전략을 기존 마이크로바이옴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으로 확대한 지놈앤컴퍼니(314130)도 뷰티 사업을 주요 수익원으로 키우고 있다. 100% 자회사 블룸파트너스를 통해 국내 뷰티 브랜드의 미국 수출·유통사인 올블룸 지분 64.46%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자사 화장품 브랜드 '유이크(UIQ)'의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올블룸은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Target), 미니소(MINISO) 등과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올블룸의 현지 유통망을 활용해 유이크의 해외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유이크 매출은 약 120억원으로 전년보다 50% 증가했다.

◇현지 생산부터 유통망까지…해외 판로 직접 확보

해외 매출 비중이 큰 에스테틱 기업들도 현지 판매 구조를 바꾸고 있다.

휴젤(145020)은 주력 제품인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의 미국 시장 확대를 위해 직접판매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기존 현지 유통사를 영업대행(CSO) 방식으로 바꾸고, 유통사에 공급했던 재고도 다시 매입하고 있다. 유통사에 제품을 넘기는 데서 나아가 현지 판매를 직접 관리하고 유통 구조를 단순화하려는 전략이다.

파마리서치(214450)는 지난 6월 미국 화장품 제조기업 CG USA를 인수해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했다. CG USA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등록된 시설과 일반의약품(OTC)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한 '리쥬란코스메틱'을 미국에 수출해온 파마리서치는 이번 인수로 현지 생산·물류 체계를 활용해 향후 캐나다와 중남미 등 해외 시장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이미 확보한 해외 유통망을 화장품 판매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셀트리온(068270)은 지난 5월 인수한 프랑스 헬스케어 기업 지프레(Gifrer)의 유통망을 그룹 계열사 제품 판매에 활용할 계획이다. 지프레는 프랑스 전역에 약국 9000여곳과 병원 800여곳을 아우르는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셀트리온그룹 계열사 셀트리온스킨큐어는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지피덤(Zipiderm)'을 내년 초 프랑스 약국 화장품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지프레가 현지 판매와 유통을 맡고, 셀트리온 프랑스법인은 '유플라이마'와 '옴리클로' 등 바이오의약품 영업을 통해 구축한 의료진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미국 세포라나 올리브영 같은 대형 유통 채널에 입점하려면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현지 유통망과 영업 역량이 필요하다"며 "해외 유통사를 인수하거나 현지 판매 조직을 갖추면 입점 협상부터 마케팅, 재고 관리까지 직접 챙길 수 있어 브랜드를 키우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