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신약이 나오지 않았던 골육종 시장에 처음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가 돌파구를 만들었다. 중국 한소제약이 개발하고 영국 GSK가 글로벌 개발권을 확보한 ADC '리스레즈'가 골육종 임상 3상에서 처음으로 유효성을 입증하면서다.
업계는 이번 결과를 계기로 골육종에서도 ADC가 새로운 치료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같은 적응증에서 체코 소티오바이오텍이 개발 중인 ADC 후보물질 'SOT106'에도 관심이 쏠린다. SOT106은 소티오의 항체에 리가켐바이오(141080)의 ADC 플랫폼 '콘쥬올(ConjuALL)'을 적용한 물질이다.
◇골육종 ADC 첫 3상 성공…신약 공백에 변화 신호
GSK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한소제약이 중국에서 진행한 리스레즈의 골육종 임상 3상 'ARTEMIS-011' 결과를 공개했다.
두 차례 이상 전신 항암치료를 받은 뒤 병이 진행하거나 재발한 골육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시험에서 리스레즈는 표준 항암화학요법보다 무진행생존기간(PFS)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늘렸다. 전체생존기간(OS)을 포함한 2차 평가지표에서도 일관된 개선 경향을 보였고, 새로운 안전성 문제도 확인되지 않았다.
한소제약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다만 PFS 중앙값과 위험비(HR), p값 등 세부 데이터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골육종은 뼈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악성종양 가운데 가장 흔한 암으로, 주로 소아와 청년층에서 발생한다. 환자 수는 많지 않지만 재발하면 치료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드는 대표적인 희소암이다. 두 차례 이상 치료에도 병이 진행한 환자에게는 현재 승인된 치료제가 없다.
골육종은 그동안 ADC 개발이 번번이 벽에 부딪혔던 암종이기도 하다. 미국 애브비가 LRRC15를 표적으로 개발한 ADC 'ABBV-085'는 골육종에서 약 20%의 객관적반응률(ORR)을 보이며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다른 고형암에서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개발이 중단됐다.
GSK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개발권을 활용해 골육종을 포함한 육종 환자 대상 글로벌 임상 1b·2상을 진행하는 한편, 폐암·전립선암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다암종 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표적, 다른 전략…'SOT106′ 차별화 시험대
GSK의 성공 이후 골육종 ADC 개발 경쟁도 다시 속도가 나는 분위기다. 후발주자 가운데 주목받는 후보는 소티오의 SOT106이다. SOT106은 앞서 애브비가 개발했던 ABBV-085와 같은 LRRC15를 표적으로 삼지만, 약물 설계는 다르다.
소티오는 ABBV-085의 한계가 표적 자체가 아니라 ADC를 구성하는 항체와 링커, 약물 설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자체 개발한 항체에 리가켐바이오의 콘쥬올 플랫폼을 적용해 후보물질을 새로 설계했다. 콘쥬올은 항체와 항암제를 혈액에서는 안정적으로 유지하다가 암세포 안에 들어간 뒤에만 약물을 방출하도록 설계한 플랫폼이다.
또 미세소관 억제제 계열 페이로드인 MMAE를 적용했고, 항체 하나에 연결하는 약물 수(DAR)는 기존 ABBV-085의 2개에서 4개로 늘렸다. 같은 표적을 겨냥하더라도 암세포에 전달되는 약물량과 전달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전임상 결과는 이런 설계 변화가 안전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줬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우수실험실관리기준(GLP) 독성시험에서 SOT106은 심각한 독성 없이 투여할 수 있는 최고 용량(HNSTD)을 9㎎/㎏으로 확인했다. ABBV-085는 3㎎/㎏였다.
소티오의 라덱 스피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리가켐바이오 글로벌 R&D 데이 2026'에서 "DAR 차이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치료 안전역은 기존 후보물질보다 약 18배 넓다"고 설명했다. 같은 치료 효과를 내면서도 더 많은 약물을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는 여유가 커졌다는 뜻이다.
효능도 개선됐다. 골육종을 이식한 동물모델에서 SOT106은 표준 항암제인 독소루비신과 ABBV-085보다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보였다. 반복 실험에서는 종양이 영상에서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사라지는 결과도 재현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리스레즈이 표적으로 삼는 B7-H3는 다양한 고형암을 겨냥하는 반면, SOT106이 표적으로 삼는 LRRC15는 골육종을 비롯한 육종에서 발현 특이성이 더 높은 편"이라며 "효능과 안전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FDA 희귀의약품 지정…연내 환자 투여 시작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6월 SOT106을 골육종 적응증의 희귀의약품(ODD)과 패스트트랙(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소티오는 규제 절차가 비교적 빠른 몰도바에 이달 말 또는 9월 중 임상시험계획(IND)과 임상시험신청서(CTA)를 제출한 뒤, 연내 첫 환자 투여에 나설 계획이다.
임상 설계도 기존 후보물질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소티오는 LRRC15 양성 세포 비율이 1% 이상인 환자만 임상에 등록할 예정이다. 자체 개발한 진단 키트로 약물이 표적을 제대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먼저 선별하겠다는 전략이다. 애브비와 달리, 표적 발현과 치료 효과의 연관성을 초기 임상부터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런 환자 선별 전략이 초기 임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약물이 잘 듣는 환자를 미리 선별하면 주요 지표를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며 "최근 규제기관도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 선별을 권고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시장 규모는 희소암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작지 않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매년 연조직육종 환자 약 3만6000명, 골육종 환자 약 8000명이 새로 발생한다. 스피섹 CEO는 SOT106의 잠재 시장을 연간 1만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3500명이 평균 6개월간 치료를 받는다는 보수적인 가정만 적용해도 연매출 7억~8억달러(약 1조원) 규모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소티오는 골육종에서 임상적 가능성을 확인하면 같은 표적을 가진 다른 고형암으로 개발 범위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LRRC15는 골육종뿐 아니라 일부 유방암과 두경부암에서도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OT106이 임상에서 차별화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할 경우 서브라이선스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스피섹 CEO는 "임상 1상은 자체적으로 수행할 계획이지만, 육종은 희귀질환인 데다 아형이 다양해 경험이 많은 글로벌 제약사와 함께 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파트너십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브라이선스는 기술을 이전받은 회사가 다시 제3의 기업에 개발·판매 권리를 넘기는 계약 방식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원천 플랫폼 기술을 제공한 리가켐바이오도 계약 구조에 따라 추가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GSK가 골육종에서 ADC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아직 치료 성적을 더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며 "SOT106은 속도보다 계열 내 최고(Best-in-Class)를 목표로 효능과 안전성을 모두 높이는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