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미국과 국내 등 글로벌 증시를 이끌었던 빅테크·반도체 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꾸준한 배당을 받을 수 있는 배당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단기 주가 변동을 배당이 일부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주가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아도 배당수익이 투자 수익의 한 축이 될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고(高)배당주가 글로벌 헬스케어(제약·의료기기 등) 업종이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는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바탕으로 배당을 꾸준히 늘려와, 대표적인 주주 환원 기업으로 꼽힌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표 배당 상장지수펀드(ETF)들이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왔다.
전일 집계 기준 고배당 우량주에 투자하는 SCHD(슈왑 미국 배당주 ETF)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약 16.9%, 12개월 수익률은 약 28.9%다. 또 다른 대표 배당 ETF인 VYM(뱅가드 고배당 ETF)의 6개월 수익률은 10%대, 같은 기간 배당 성장주 중심의 VIG(뱅가드 배당성장 ETF)는 8%대를 기록했다.
주요 편입 종목에는 애보트 래버러토리스, 존슨앤드존슨, 머크(MSD),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애브비 등 대형 헬스케어 기업이 포함돼 있다.
헬스케어업계에 따르면 미국 주요 제약사와 의료기기 회사들은 배당을 확대하거나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하며 주주 환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장기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이기도 하다.
일부 기업은 수십 년간 배당을 늘려온 '배당 귀족(Dividend Aristocrat)'이나 '배당 왕(Dividend King)'으로 평가받는다.
장기간 배당을 확대해 대표적인 배당 귀족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애브비는 올해 분기 배당금을 주당 1.73달러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주가도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2일 약 224달러였던 애브비 주가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휴미라 특허 만료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로 4월 29일 약 189.4달러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실적 회복 기대감이 반영되며 상승세로 전환했다. 28일 종가 기준 주가는 265.56달러로, 저점 대비 약 40% 상승했다.
휴미라 매출 감소 우려에도 후속 자가면역질환 신약이 고성장을 이어가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점이 주가 회복의 배경으로 꼽힌다. 애브비는 올해도 이들 후속 제품의 성장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매출 감소 이후 실적 조정을 겪고 있지만, 높은 배당 매력을 가진 대표 제약주로 평가된다. 현재 분기 배당금은 주당 0.43달러 수준으로 연간 배당수익률은 6%대에 이른다. 항암제와 백신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제약·의료기기 사업을 하는 존슨앤드존슨(J&J)은 대표적인 배당 왕 기업이다. 올해 분기 배당금은 주당 1.34달러로, 64년 연속 배당을 늘렸다. 올해 1월 205달러에서 출발한 이 회사 주가는 28일 종가 기준 267달러를 기록해, 올 들어 주가가 약 30% 올랐다. J&J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올해 연간 매출 1000억달러(약 144조790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암젠 역시 꾸준히 배당을 확대해 왔다. 올해 분기 배당금은 주당 2.52달러 수준으로, 신약 포트폴리오 확대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머크(MSD)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폐동맥고혈압(PAH) 신약 윈레브에어(Winrevair, 성분명 소타터셉트)를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현금창출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분기 배당금은 주당 0.85달러다.
지난해 키트루다 단일 품목의 글로벌 매출만 317억달러(약 48조원)에 달했다. 다만, 키트루다 물질 특허 만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 특허 만료 이후 성장 전략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키트루다 물질 특허는 한국에서 2028년 만료되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각각 2029년, 2031년 만료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는 미국 대형 제약사 가운데 높은 배당 매력을 가진 기업으로 꼽힌다. 현재 분기 배당금은 주당 0.63달러 수준이며 연간 배당수익률은 4% 안팎이다. BMS는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매출액 460억~475억달러(약 66조원~68조원),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6.05~6.35달러로 제시했다.
애브비, J&J, MSD 등은 배당과 함께 자사주 매입을 병행해 왔다. 자사주 매입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비만 치료제 시장을 이끄는 일라이 릴리는 배당보다는 성장성이 부각되는 기업이다. 현재 분기 배당금은 주당 1.74달러 수준이지만 주가 상승으로 배당수익률은 1% 미만이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판매 확대, 차세대 비만 치료제 레타트루타이드 개발이 향후 실적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연 2회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당뇨·비만 치료제 오젬픽, 위고비를 기반으로 현금창출력을 키워왔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삼진제약(005500)과 휴온스(243070) 등이 높은 배당수익률로 주목받고 있다. 삼진제약은 최근 지급 기준 주당 배당금 800원, 배당수익률은 약 4.5% 수준이다. 휴온스 역시 주당 약 1120원의 배당을 지급하며 4%대 배당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명인제약(317450)은 지난해 코스피 상장 이후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결산배당 기준 주당 배당금은 1500원이며, 올해 중간배당으로 주당 500원을 추가 결정해 환원 규모를 확대했다.
GC녹십자(006280)는 최근 지급 기준 주당 1500원, 유한양행(000100)은 약 600원, 한미약품(128940)은 주당 1000원 배당을 실시했다.
셀트리온(068270)은 올해 약 1000억원 규모 자사주 48만8977주를 소각했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발행 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주당순이익(EPS)과 주당 가치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회사는 추가로 1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연내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계획이 모두 완료되면 올해 누적 자사주 소각 규모는 약 2000억원에 달한다. 셀트리온은 최근 3년간 누적 기준 약 1856만주를 소각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배당주를 단기 매매보다 장기 보유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배당 수익률이 높은 기업보다 후속 파이프라인과 R&D 등에서 성장성을 함께 갖춘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경우 주가 하락 확대와 배당 축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배당액만 보고 투자하기보다 실적, 잉여현금흐름, 배당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