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유방암 예후진단 검사 '진스웰 BCT'를 개발한 암 진단 솔루션 기업 젠큐릭스(229000)가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력 제품이 국내 주요 병원에 안착하며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누적된 적자와 극심한 유동성 압박, 진단업계 투자심리 위축이 겹치면서 독자 생존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젠큐릭스는 올해 초부터 경영권 매각을 타진 중이다. 인수·합병(M&A) 투자안내서(티저)에 따르면 인수자는 기존 주식 인수대금 46억5000만원과 신주 투자금 75억원 등 총 약 120억원을 투입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구조다.

당초 삼정KPMG가 매각 주관을 맡았으나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절차가 중단됐고, 현재는 별도 자문사 없이 잠재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말부터 시작된 매각 작업이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협상 과정에 따라 거래 구조와 인수 금액은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조상래 젠큐릭스 대표(가운데)가 2015년 10월 코넥스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거래소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한국거래소

◇'국내 처방 1위' 유방암 진단키트 개발에도…적자·유동성 위기

젠큐릭스는 2011년 설립된 암 분자진단 기업이다.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의 유방암 예후진단 검사 '진스웰 BCT'이 대표 제품이다. 다양한 연령대와 폐경 전·후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저위험군을 구분해 불필요한 항암 화학치료를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전국 100여개 주요 의료기관에 도입돼 국내 처방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일본과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회사는 2015년 10월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데 이어 이 제품을 기반으로 2020년 6월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510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외형 성장과 달리 재무 체력은 빠르게 악화했다는 점이다. 젠큐릭스의 매출은 2022년 26억원, 2023년 26억원, 2024년 51억원, 2025년 75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각각 110억원, 112억원, 85억원, 66억원으로 꾸준히 적자가 지속됐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21억원, 영업손실 10억원을 기록했다.

젠큐릭스 주가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페니트리움바이오(187660)(구 현대ADM)와 함께 췌장암 내성의 새로운 원인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가는 약 20% 급등해 7320원까지 치솟았다. 다만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동성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억6989만원에 불과한 반면 오는 8월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104억2000만원에 달한다.

회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자산 매각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4월 자회사 엔젠바이오(354200) 지분 전량인 약 150만주를 매각해 80억원을 조달하며 최대주주 자리에서도 내려왔고, 같은 해 12월에는 나노바이오라이프 지분 전량을 처분해 56억원을 확보했다. 올해 2월에는 HLB파나진(046210) 주식을 13억원에, 에이비온(203400) 주식도 약 20억원에 각각 매각했다.

최대주주인 조상래 대표도 직접 자금 수혈에 나섰다. 회사는 지난해 조 대표를 대상으로 88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조 대표는 사실상 사재를 투입해 유동성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지분율은 14.7%에서 35.5%로 높아졌다.

그래픽=정서희

◇자회사 투자·흡수합병 논란…잠재 인수자들 '부담'

다만 이후 회사가 자회사인 지노바이오의 전환사채(CB) 취득에 70억원을 투입하면서, 시장에서는 어렵게 확보한 자금이 본업이 아닌 관계사 지원에 사용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투자 이후 회사의 가용 현금이 운전자금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줄어들면서, 잠재 인수자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큰 대목으로 꼽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이사회 구성원인 정진구 기타비상무이사가 창업한 바이오벤처 제노픽스를 흡수합병하기로 하면서 시장의 의문도 커지고 있다. 제노픽스는 현재 매출이 전무한 상태로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3억원, 부채 26억원, 총자본 -23억원의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현재 정 대표가 유일한 직원이다.

젠큐릭스는 합병 이후 제노픽스의 의료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해 액체생검 진단 제품의 임상 검증과 신규 바이오마커(생체지표자) 발굴 등 핵심 사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유전자 분석 분야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점도 매각 작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진단업계 전반의 투자심리가 냉각된 상황에서 적자를 지속하는 기업의 신규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 대표의 임기가 오는 9월 20일 만료되는 만큼 임기 종료 전에 경영권 매각을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경영권 매각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한편 젠큐릭스는 최근 약 294억원 규모의 범부처 첨단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공동연구기관으로 선정돼 올해부터 2032년까지 '중대 암질환 조기검진용 차세대 디지털 유전자 증폭(PCR) 통합 플랫폼 개발' 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