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249420)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성분명 엔시트렐비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 국내 허가 재도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국내 시장에 이미 유통되는 치료제가 있는 데다 코로나19 치료제 수요 자체가 팬데믹 시기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만큼, 허가 이후 실제 시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FDA는 조코바를 코로나19 바이러스 노출 후 예방(Post-Exposure Prophylaxis) 용도로 최종 승인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된 이후 감염 또는 발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인정받아 승인된 첫 경구용 치료제다. 국내 판권은 일동제약이 보유하고 있다.
이번 FDA 승인으로 일동제약도 국내 허가 재추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지난해 말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하면서 시오노기가 확보한 '노출 후 예방' 임상 데이터를 추가해 다시 허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오미크론 변이'에 발목…국내 허가 4년째 표류
조코바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3CL 프로테아제(단백질 분해효소)를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다. 증상 발현 초기 환자에게 투여해 바이러스 증식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당초 조코바는 치료제 중심으로 개발됐다. 실제 임상 2·3상에서는 복용 환자들의 체내 바이러스 수치가 현저히 감소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오미크론 변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증도가 낮아졌고, 주요 증상 개선 효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위약군 대비 뚜렷한 차이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허가도 순탄치 않았다. 조코바는 2022년 11월 일본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처방되기 시작했지만, 국내에서는 같은 시기 추진했던 긴급사용승인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기존 치료제로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일동제약은 2023년 1월 수입품목허가를 신청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제조판매 품목허가로 전환해 심사를 이어갔다. 하지만 심사 기간이 길어지자 지난해 12월 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대신 시오노기가 새롭게 확보한 예방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략 수정에 나섰다.
◇치료제에서 예방약으로…'조코바'의 승부수
조코바의 가장 큰 변화는 치료제에서 예방 영역까지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이다.
시오노기는 2024년 하반기 진행한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코로나19 감염자와 밀접 접촉했거나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코로나19 증상이 없는 접촉자에게 하루 1회 조코바를 투여한 결과, 10일 이내 코로나19에 감염돼 증상이 발생한 비율이 위약군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번 FDA 승인도 해당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조코바의 투약 대상은 코로나19 환자뿐 아니라 환자와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나 보호자 등 밀접 접촉자까지 확대됐다. 특히 가족 내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있는 경우 예방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업계가 조코바의 시장성을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미국 화이자의 팍스로비드가 사실상 유일하다. 팍스로비드는 발병 초기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되지만, 노출 후 예방 효과까지는 입증하지 못했다.
미국 머크(MSD)의 '라게브리오(몰누피라비르)'는 정부가 확보했던 재고의 사용기한 종료로 올해 3월부터 사용이 중단됐고, 셀트리온(068270)의 '렉키로나' 역시 오미크론 변이 유행 이후 국내외 상업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조코바가 국내 허가를 받을 경우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FDA 품목허가는 효능과 안전성뿐 아니라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 가치도 함께 평가한 결과"라며 "조코바는 노출 후 예방 목적으로 세계 최초 승인을 받은 경구용 치료제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허가 받아도 흥행할까…남은 과제는 '시장성'
다만 허가와 상업성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정부 지원이 대부분 종료됐고 실제 처방 수요도 팬데믹 시기와 비교해 크게 감소했다. 최근 코로나19가 여름철에도 반복적으로 유행하는 상시 감염병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대규모 치료제 수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약가 역시 중요한 변수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조코바 처방 비용을 전액 지원하던 시기 판매가 늘었지만, 2024년 지원 종료 이후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건강보험 급여 여부와 약가 수준에 따라 시장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동제약이 조코바 개발에 수년간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온 만큼, 허가 획득 이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회사의 연간 R&D 비용은 2020년 786억원에서 시오노기와 조코바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한 2021년 1082억원, 2022년 121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FDA 승인에 이어 국내 허가를 받더라도 실제 처방 수요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투자금 회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이 팬데믹 시기와 같은 규모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조코바는 기존 치료제들이 확보하지 못한 예방 영역이라는 차별점을 갖고 있어 허가 이후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어느 정도 활용될지가 시장성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