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000100)이 상업화에 성공한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이후를 이끌 차세대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알레르기·항암·대사질환 분야 핵심 파이프라인이 글로벌 기술 수출(이전)이 가능한 임상 단계 연구·개발이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은 28일 오후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연 기업설명회(IR) 행사 R&D 데이에서 "유한양행은 포스트 렉라자를 5개 갖고 있다"며 "실제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딜(라이선스 계약)은 임상 1상 후기~2상 초기 단계에서 이뤄지는데 현재 주요 파이프라인들이 그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주요 파이프라인에 대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상 진척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제시한 회사의 후보물질은 ▲알레르기 치료 신약 후보 YH35324 ▲HER2 이중항체 YH32367 ▲HER2 표적항암제(TKI) YH42946 ▲EGFR 이중항체 YH32364 ▲MASH(대사이상 지방간염) 치료 신약 후보 YH25724 등이다.
YH35324는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면역 단백질 IgE를 강하게 붙잡아 차단하는 'IgE Trap' 기반 약물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노바티스의 '졸레어(성분명 오말리주맙)'가 대표적인데 이를 뛰어넘을 후보군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열홍 사장은 YH35324에 대해 "효과가 빠르고 자가항체 환자까지 치료 범위를 넓힐 수 있을 수준의 뛰어난 임상적 유효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임상시험에서 보고된 부작용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안전성이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노바티스가 도입한 경쟁 후보물질 'EXL111'과 비교해서도 우위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중국·한국·일본에서 글로벌 임상이 진행 중이다. 약 40명이 스크리닝 승인을 받았고, 14명이 등록됐다. 김 사장은 "딜이 상당히 임박해 있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이 차세대 핵심 축으로 제시한 또 다른 분야는 HER2 항암 신약 후보 물질이다. HER2는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유방암·위암·폐암·담도암 등에서 과발현되거나 돌연변이가 나타난다.
김 사장은 HER2 이중항체 'YH32367'과 HER2 저분자 표적항암제(TKI) 'YH42946'를 함께 소개하며 "궁극적으로는 HER2 영역에서 '아미반타맙+렉라자' 같은 조합을 유한양행 약으로 직접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존슨앤드존슨(J&J)의 이중항체 '아미반타맙'과 유한양행 폐암 신약 '렉라자' 병용 전략처럼, 서로 다른 기전의 항암제를 결합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다.
YH32367은 HER2를 차단하면서 동시에 면역세포 활성화 수용체인 4-1BB를 자극하는 이중항체다. 현재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b상이 진행 중이다.
김 사장은 "용량 증량 단계에서 굉장히 깊은 반응(deep response)이 나왔다"며 "완전관해(CR) 사례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일부 환자에서는 반응 유지기간(Duration of Response)이 1년 반~2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HER2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17조원에서 2028년 2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YH42946'에 대해서는 "렉라자를 그대로 닮아가는 파이프라인"이라고 표현했다.
YH42946은 암세포 내부 HER2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TKI다. 현재 임상 1상 용량 증량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 김 사장은 기존 치료 실패 환자와 HER2 ADC(항체약물접합체) 실패 환자에서도 완전반응(CR)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10명에서 부분 반응(PR)이 관찰됐다고도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YH42946를 YH32367, 면역항암제와 병용하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김 사장은 "2·3차 치료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1차 표준치료(first-line standard of care) 진입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GFR·4-1BB 이중항체 'YH32364'도 핵심 후보물질이다. EGFR은 폐암·대장암·두경부암 등에서 중요한 암 유전자다. YH32364는 EGFR을 차단하면서 동시에 면역세포 활성화 기능까지 유도하는 구조다. 현재 임상 1상 용량 증량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다.
김 사장은 "장기간 암 진행 없이 유지되는 환자와 반응 환자가 관찰되고 있다"며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 임상 관련 방향성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됐고 현재 계약서 작성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곧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YH25724'도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제시됐다. 이 후보물질은 비만·당뇨 치료에 활용되는 GLP-1과 지방간·대사 기능 개선에 관여하는 FGF21 기전(원리)을 결합한 융합 단백질이다.
김 사장은 "MASH 시장은 굉장히 크다"며 "전 세계 환자가 약 3억4800만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이며 연평균 17~23%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유사 기전 후보물질 딜이 7조원, 5조원, 3조원 규모로 이뤄졌다.
YH25724는 임상에서 MRI-PDFF 기준 지방간 감소율 약 46%를 기록했다. 김 사장은 "설사·체중 증가 등 기존 FGF21 계열 약물 부작용을 GLP-1이 상당 부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의 전략 변화도 두드러진다. 공동 개발·공동 투자·옵션딜·뉴코(NewCo) 설립 중심으로 방향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현재 연간 R&D 투자 규모는 약 2500억원이며 이 가운데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에만 약 1500억원이 들어간다"며 "모든 후보물질을 후기 임상까지 자체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 펀딩과 리스크 셰어링(위험 분담) 구조를 통해 임상 비용 부담을 줄이고, 이를 다시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컨드라인·서드라인 등 작은 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드시 1차 표준 치료 시장으로 올라가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