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243070)그룹이 지주사 휴온스글로벌(084110) 자회사 휴온스랩을 휴온스에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휴온스글로벌 소액주주·투자자연대가 그룹의 합병 과정을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주주연대는 변호사 선임까지 추진하고 있어 회사와 주주 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1일 휴온스글로벌 소액주주연대·투자자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국회 등에 '개정 상법 우회 및 미공개 정보 유출 의혹을 동반한 계열사 간 편법 합병에 대한 엄정 조사 촉구'를 제목으로 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이번 합병은 제도적 사각지대를 악용해 모회사 일반 주주들의 부를 지배주주 일가와 특정 재무적투자자(FI)에게 이전시키는 전형적인 편법 구조"라며 "공식 공시 전 내부 정보 유출로 양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흔들어 합병 비율을 왜곡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액주주 측은 합병 관련 풍문이 퍼진 지난 11~12일 이후 휴온스글로벌 주가는 급락하고, 합병 주체인 휴온스 주가는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휴온스 주가 상승으로 합병가액 산정 시 휴온스 가치가 과대평가됐고, 결과적으로 휴온스랩을 보유한 휴온스글로벌은 낮은 지분율의 합병 신주를 배정받는 불이익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가능성이 있는 만큼 특사경과 한국거래소의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됐다. 소액주주연대는 법무부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합병 당사회사 각각 독립적인 특별위원회가 필요하지만 휴온스랩에는 관련 설치·운영 기록이 없다"고 지적했다.
휴온스랩 기업가치 평가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자본잠식 상태의 적자 연구법인을 1290억원 규모로 평가하면서 2041년까지의 미래 추정 수익을 반영했고, 외부평가 기간도 약 2주에 불과했다"며 "대주주가 원하는 가치에 맞춘 부실·졸속 평가"라고 주장했다.
앞서 휴온스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비상장 계열사 휴온스랩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합병 비율은 1대 0.4256893이며 합병기일은 오는 8월 18일이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9월 4일이다. 휴온스는 오는 7월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 승인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이번 합병 구조 자체가 휴온스글로벌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휴온스랩은 현재 휴온스글로벌의 비상장 자회사인데, 이를 계열사인 휴온스가 흡수합병할 경우 향후 휴온스랩의 성장 가치 상당 부분이 휴온스 주주들에게 이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는 휴온스랩이 보유한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피하주사(SC) 플랫폼의 기술수출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가치가 크게 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현재 휴온스글로벌이 보유한 휴온스랩의 잠재 가치가 희석되고, 증가한 초과가치 상당 부분은 합병 법인인 휴온스 주주들에게 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회사 측은 이번 합병이 휴온스랩이 보유한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SC 제형 변경 기술의 기술수출 추진 과정에서 휴온스의 자금력과 사업 역량을 결합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외부평가기관인 이촌회계법인이 산정한 합병비율 평가 범위 내에 본건 합병 비율이 포함돼 있어 합병가액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휴온스는 합병 반대 주주를 대상으로 주식매수청구권도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주연대 측은 "최근 금융당국의 강력한 정정요구 사례를 보면 외부평가 의견서만으로 합병의 공정성이 종국적으로 담보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주주연대가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엔피와 위지윅스튜디오는 외부평가기관의 평가의견을 첨부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특별위원회 미설치, 외부전문가 선임의 독립성 부족, 소액주주 대상 정보 제공 미흡 등을 이유로 정정요구를 받았다.
또 현대지에프홀딩스(005440)-현대홈쇼핑(057050) 거래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이행 여부를 보다 명확히 기재하라"는 정정 요청이 있었고, 이마트(139480)-신세계푸드(031440) 주식 포괄적 교환 거래 사례에서도 금감원이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 재차 정정요구를 진행했다는 게 주주연대 측 주장이다.
주주연대는 휴온스가 주주들과의 소통에 앞서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연 데 대해서도 주주를 "패싱"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휴온스그룹은 전날 IR 간담회에서 휴온스랩 기술이전 진행 상황과 향후 지배구조 개편 방향 등을 설명했다. 일부 주주들은 "일반 주주와의 소통보다 자본시장 관계자 대상 설명이 우선됐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합병을 둘러싼 논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향후 회사 측의 합병신고서가 제출되면 위법성 여부와 주주 보호 절차 준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주주연대는 주주대표 선정과 변호사 선임을 검토 중이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온라인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11.78%의 지분을 확보했다. 결집 주식 수는 149만1931주, 참여 주주는 432명이다.액트가 산정한 결집액은 484억9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