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를 잡는 미사일이라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개발 시장이 이제는 '독성 관리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 그간 더 강한 페이로드(암세포를 죽이는 세포독성 약물)와 새로운 표적 발굴이 경쟁의 축이었다면, 최근에는 효능과 독성 사이 치료역(Therapeutic Window)을 얼마나 넓히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리가켐바이오(141080)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데이터를 연이어 공개하며 효능과 안전성을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ADC는 항체가 암세포에 결합한 뒤 세포 내부에서 페이로드를 방출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구조다. 페이로드가 혈중에서 조기에 방출되거나 정상 세포로 전달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한 ADC 연구원은 "종양 이질성 때문에 ADC는 주변 암세포까지 공격하는 바이스탠더 효과(bystander effect)가 필수적이지만, 이 효과가 작동하려면 페이로드가 세포막을 자유롭게 통과해야 한다"며 "막 투과성이 좋다는 건 정상 조직의 세포막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투여된 ADC의 1% 미만만이 종양에 도달한다"며 "나머지 99%가 의도치 않은 곳에 떨어지는 구조 자체가 독성 문제를 풀기 어렵게 만드는 근본 이유"라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 효능 입증한 LCB14·71…다음은 독성 데이터

시장은 'LCB14'와 'LCB71'의 후속 데이터를 주시하고 있다. LCB14는 HER2 표적 ADC로, 리가켐바이오 파이프라인 가운데 개발이 가장 앞서 있다.

중국에서는 파트너사 포순제약이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2차 치료제를 목표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로슈의 '캐사일라'와 직접 비교하는 헤드투헤드 임상으로, 올해 종료 후 결과에 따라 내년 중국 신약 허가 신청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권리는 영국 파트너사 익수다가 쥐고 있다. 익수다는 리가켐바이오의 지분 투자로 최근 자회사가 됐으며, '포스트 엔허투' 진입을 목표로 LCB14의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다. 엔허투 이후 늘어난 내성 환자 치료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가능성은 있다. 지난해 유럽종양학회(ESMO 2025)에서 공개된 임상 1a상 결과, 90㎎/㎡ 이상 투여군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64%가 나왔다. 엔허투 투약 이력이 있는 유방암 환자 4명 중 3명에서 부분 반응(PR)도 확인됐다.

LCB71은 2020년 중국 씨스톤에 기술을 이전한 ROR1 표적 ADC다.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을 주요 적응증으로 임상 1b상이 진행 중이다. DLBCL은 전체 비호지킨 림프종의 30~40%를 차지하는 대표 혈액암으로, 수십 년째 R-CHOP(리툭시맙·사이클로포스파미드·독소루비신·빈크리스틴·프레드니손) 요법이 표준 치료를 독점해 왔다.

씨스톤이 올해 3월 공개한 R-CHOP 병용 임상에서는 ORR 100%, 완전관해율(CR) 95.5%가 보고됐다. 혈액암에서 이례적 수치라는 평가다. 다만 소규모 초기 임상인 데다 표준 요법 병용 결과여서 약물 단독 기여를 가리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다.

그래픽=정서희

◇리가켐, 자체 플랫폼으로 돌파 시도

파트너사에 이전한 후보물질들의 임상 진전이 가시화되면서 제3자 기술이전(서브 라이선스 아웃) 가능성도 점쳐진다. 파트너사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 리가켐바이오가 수익 일부를 배분받는 구조다.

문제는 독성이다. 지난달 국제학술지 '랜싯 지역 건강 유럽'에 게재된 다리오 트라파니 밀라노 유럽종양학연구소 교수팀 논문은 "ADC를 포함한 차세대 항암제 치료 설계는 정교해지고 있지만, 독성과 내성, 임상 적용의 제약은 여전히 구조적 한계"라고 짚었다.

실제로 머크(MSD)·다이이찌산쿄의 '이피나타맙 데룩스테칸(I-DXd)'은 임상 3상에서 5등급(grade 5) 간질성 폐질환(ILD), 즉 사망 사례가 나오면서 개발이 일시 중단된 바 있다. 바이오앤텍·메디링크의 HER3 표적 ADC 'BNT326'은 전임상에서 안전해 보였지만 임상에서 예상보다 낮은 용량에서 심각한 독성이 나타나 FDA로부터 부분 임상 보류(partial clinical hold) 조치를 받았다.

또 다른 국내 ADC 연구원은 "동물과 사람은 항원 발현, 링커(항체와 페이로드를 연결하는 화학적 결합 물질 ) 안정성, 페이로드 대사, 조직 흡수가 달라 전임상 안전성이 임상에서 그대로 재현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리가켐바이오의 LCB14와 LCB71는 각각 안과독성 관리가 까다로운 MMAF(미세소관 저해제), 전신 독성 부담이 큰 PBD 계열 페이로드를 쓴다.

회사는 자체 플랫폼 기술을 통해 독성 통제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LCB14에는 링커의 혈중 안정성을 높인 '콘쥬올(ConjuAll)' 기술을, LCB71에는 여기에 더해 암세포 내부 환경에서만 페이로드가 활성화되도록 설계한 '프로드러그' 기술을 더했다.

회사 측은 "링커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며 "LCB71은 안전장치가 추가된 구조로, 임상 1a상 첫 8개 용량군(7~125㎍/㎏)에서 용량 제한 독성(DLT)이 관찰되지 않았고 최대 허용 용량(MTD)에도 도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올해는 ORR과 함께 다양한 독성 데이터도 공개할 예정이며, 내부적으로는 해당 데이터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