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12일(현지 시각)부터 15일까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유럽비만학회(European Congress on Obesity 2026)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차세대 비만약 개발 데이터를 대거 공개했다.
비만약 시장이 주사제에 이어 고용량·경구용(먹는 약) 중심으로, 단순 체중 감량에서 유지 효과·근손실 최소화·투약 편의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28% 감량" 고용량 위고비…노보 노디스크 반격
이번 학회에서 노보 노디스크는 고용량 위고비(7.2㎎) 임상 결과를 공개해 의약계의 시선을 모았다.
STEP UP 임상 사후분석에 따르면 위고비 7.2㎎ 투여 환자 중 약 27%는 치료 24주 내 체중의 15% 이상을 감량한 '조기 반응자(Early Responders)'로 분류됐다. 이들은 72주 시점 평균 27.7% 체중 감소를 기록했다. 조기 반응자가 아니었던 환자들도 평균 15.4%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MRI 하위 분석에서는 감량 체중의 84%가 지방이었고, 복부 내장지방은 30% 이상 감소했다. 근육량은 일부 줄었지만 실제 근력 기능은 위약군과 유사하게 유지됐다.
노보 노디스크는 먹는(경구용) 위고비(세마글루티드 25㎎) 데이터도 함께 공개했다. OASIS 4 임상에서 조기 반응자는 64주 기준 평균 21.6% 체중 감소를 보였다.
특히 간접 비교 분석에서 경구용 위고비가 경쟁사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GLP-1 약물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보다 높은 체중 감량 효과와 낮은 치료 중단 가능성을 보였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 릴리 '유지 치료' 앞세워 맞불
마운자로(글로벌 제품명 젭바운드)를 출시한 일라이 릴리는 이번 학회에서 체중 감량 이후 유지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GLP-1 계열 약물의 대표적 한계로 꼽히는 '리바운드(요요현상)' 우려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릴리는 고용량 '젭바운드(Zepbound·티르제파타이드)' 치료 이후 저용량(5㎎)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 결과를 공개했다. 최대 용량인 10㎎ 또는 15㎎로 약 60주간 치료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후 유지 치료를 진행한 임상 시험이다.
해당 임상 결과, 최대 용량 치료 후 평균 체중이 196.2파운드(약 89㎏)까지 감소했던 환자들은 5㎎ 유지 치료 52주 후 평균 체중이 약 208.6파운드(약 94.6㎏)로 소폭 증가했다. 체중이 다시 불어나는 증가 폭이 제한적이었다는 의미다. 릴리는 치료 순응도가 낮은 환자를 제외한 분석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릴리는 경구용 비만약 '파운다요(Foundayo·오포글리프론)'를 유지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젭바운드에서 전환한 환자는 약 5㎏, 노보노디스크 위고비에서 전환한 환자는 약 0.9㎏의 체중 증가만 나타났다고 밝혔다.
켄네스 커스터 릴리 심혈관·대사질환 부문 사장은 "비만은 장기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인 만큼 환자들이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 선택지가 필요하다"며 "환자의 체중 감량 여정에 맞춰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다음 타자는 우리"…비만약 추격전 치열
후발 기업들도 개발 속도를 내고 있다. 위고비, 마운자로(젭바운드) 등 기존 비만약을 추격하기 위해 보다 우월한 체중 감량 효과와 근육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중 한 곳이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킹 테라퓨틱스(Viking Therapeutics)다. 이 회사는 이번 학회에서 경구용 비만신약 후보물질 'VK2735' 임상2상 결과를 공개했다. VK2735는 GLP-1과 GIP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작용제로, 먹는 약과 피하주사(SC) 두 가지 제형으로 개발 중이다.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 28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2상에서 VK2735는 13주 투여 기준 최고 용량(120㎎)에서 평균 12.2%(약 12.1㎏)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주사제는 현재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브라이언 리안 바이킹 CEO는 "VK2735가 최초의 경구용 GLP-1·GIP 이중작용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피력했다.
국내 기업 중에선 한미약품(128940)이 속도가 가장 빠르다. 회사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조직 개편과 전사 협의체를 가동했다.
이 회사는 비만을 단순 체중 문제가 아닌 당뇨·심혈관질환 등 복합 대사질환으로 보고 적응증 확대와 다양한 제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삼중 작용제와 근 손실 억제 후보물질, 먹는 약 등 후속 파이프라인도 함께 개발 중이다.
HK이노엔(195940)도 그 뒤를 쫓고 있다. 회사는 GLP-1 계열 IN-B00009(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 투약 완료를 연내 목표로 하고 있다. JW중외제약(001060)은 중국 간앤리(Gan & Lee)로부터 도입한 보팡글루타이드(GZR18)의 비만·제2형 당뇨병 적응증 임상 3상 진입을 추진 중이다.
먹는 약 개발에 뛰어든 회사로 일동제약(249420) 디엔디파마텍 등이 꼽힌다.
일동제약그룹과 흡수 합병하는 자회사 유노비아의 후보 물질 ID110521156이 임상 1상을 완료했다. 디앤디파마텍은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 기술 '오랄링크'(ORALINK)가 적용된 후보물질 6종을 미국 파트너사 멧세라에 기술 이전했다. 이 중 2종(MET-224o, MET-097o)이 임상 1상 단계다.
셀트리온(068270)은 기존 GLP-1 1·2중 작용제보다 뛰어난 비만약 개발을 위해 4개 수용체를 겨냥한 4중 작용제와 먹는 약을 투 트랙으로 개발하는 데 도전하고 있다. 현재 전임상 단계로, 2027년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 시중에 나온 비만약은 주 1회 주사하거나 매일 먹는 방식이다. 이에 약효를 늘려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식의 개발 경쟁도 뜨겁다.
대웅제약(069620)은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비만치료제 DWRX5003 임상시험 1상에 착수했다. 펩트론(087010)은 월 1회 장기 지속형 주사제 PT403을 개발 중이며, 인벤티지랩(389470)과 유한양행(000100)은 함께 월 1회 투여 주사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3월 지투지바이오(456160)와 계약을 맺고 장기 지속형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성분)' 등 비만 치료 후보물질 2종에 대한 독점적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하며 비만약 개발 경쟁에 가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