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스페인에서 열리는 유럽 간학회에서 간질환 치료 연구 성과를 공개한다. 유럽 간학회는 미국 간학회와 해외에서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학회다. 최신 연구 동향을 엿보거나 글로벌 제약사에 '눈도장'을 찍고 기술 이전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이번 학회에선 '지방간'으로 불리는 대사(代謝) 이상 지방간염(MASH)에 대한 논의가 활발할 예정이다. 이는 간에 지방이 과하게 쌓여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간염, 간경변, 간암을 유발할 수 있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다. 기업들은 단순한 지방 감소를 넘어 간이 딱딱해지는 섬유화 개선까지 도전하고 있다.
◇지방 감소하고 섬유화 개선…MASH 정복 나섰다
디앤디파마텍(347850)은 MASH 치료제 후보 물질 DD01 임상 2상 핵심 지표를 공개한다. 환자 투약 48주차에 간섬유화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조직(生檢) 생검 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앞서 환자 투약 12주차에선 지방이 평균 6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간으로 염증이 지속되면 조직이 섬유화돼 딱딱해질 수 있다.
이 후보 물질은 일주일에 1번 투약하는 주사제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작용한다. GLP-1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이다. 비만 치료제로 주로 쓰이나 최근에는 MASH 치료 효과가 입증돼 이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활발하다.
디앤디파마텍은 MASH 치료제 개발을 임상 2상까지 진행한다. 임상 3상부터는 라이센스 아웃(기술 이전)을 추진한다. 임상 2상까지 직접 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기술 이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비만 치료제의 변신? 간 치료 가능성도
동아에스티(170900) 관계사 메타비아는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 DA-1726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마찬가지로 GLP-1과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 작용한다. 식욕을 억제하고 말초에서 기초 대사량을 증가시켜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물질은 임상 1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고 있다. 치료제 투여 54일째 체중 감소와 함께 간 경직도(硬直度)가 기준치보다 10.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직도 감소는 간 섬유화 개선과 연관지을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회사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로 임상 중이지만 간 관련 데이터도 함께 평가하고 있다"면서 "MASH 치료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아직 임상 1상 단계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유한양행(000100)의 MASH 치료제 후보 물질 YH25724 임상 1상 결과도 공개될 예정이다. 이 후보 물질은 유한양행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했으나 작년에 반환됐다. 유한양행은 자체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발표는 임상을 진행했던 베링거인겔하임 측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몇 없는 치료제…블루오션 선점 나선 K바이오
MASH 환자는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MASH 환자는 4억명으로 추산된다. 의약품 시장 조사 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는 세계 MASH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4년 2700억원에서 2030년 14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MASH 치료제는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2개가 있다. MASH는 발병 원인이 복잡해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연구개발에 성공하면 그만큼 시장을 조기 선점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