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기업 소룩스(290690)가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치매 신약 개발 기업 아리바이오와의 합병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번 CB를 투자목적 법인인 인더머니가 전량 인수하면서 합병 전후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소룩스는 제8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한다고 13일 공시했다. 발행 규모는 250억원이며 표면 이자율은 2%, 만기이자율은 8%다. 만기일은 2029년 5월 29일이다.
조달 자금은 연구개발비·자재비 등 운영자금 90억원, 채무상환자금 72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 88억원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전환 가액은 3453원이다. 전환권 행사 시 발행되는 주식 수는 724만81주로, 현재 발행주식총수 대비 14.67% 수준이다.
공시에 따르면 소룩스는 오는 5월 29일 CB 납입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6월 5일 아리바이오와의 합병 기일을 거쳐 통합 법인이 출범하게 된다. 합병 이후 존속법인 사명은 아리바이오로 변경된다.
이번 자금 조달이 단순 운영자금 확보를 넘어, 합병 직전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성격으로 풀이된다.
아리바이오는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후보물질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대규모 연구개발(R&D) 자금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아리바이오·소룩스 합병 관련 증권 신고서에 대해 수차례 정정을 요구하면서 합병 일정은 6월 5일로 연기된 상태다. 이번 CB 발행이 합병 지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무 공백을 메우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최대 주주 변경 가능성이 공시에 명시됐다는 점이다. 회사는 '전환권 행사 후 최대 주주가 주식회사 인더머니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재했다.
회사 측은 "본 사채만 전환된다고 가정할 경우 인수인이 보유하게 되는 주식 수는 전환 후 발행주식총수 대비 12.80%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전환권 행사 가능 시점은 2027년 5월 29일부터다.
CB를 전량 인수하는 인더머니는 김상원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 목적 법인이다. 공시에 따르면 인더머니의 2025년 말 기준 자산 총계는 21억6200만원, 자본 총계는 2억9100만원이다. 자금 조달 방식은 '자기 자금 외'로 기재됐다.
시장 일각에선 인더머니가 단순 재무적 투자자(FI)를 넘어 향후 합병 이후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일정 역할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회사 측은 구체적인 경영 참여 여부 등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하지 않았다.
소룩스는 이번 CB에 대해 콜옵션(매도 청구권)도 설정했다.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가 발행 후 1년 뒤부터 최대 50% 물량을 되사올 수 있다. 향후 경영권 안정성 확보를 고려한 장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리바이오도 자금 조달에 나섰다. 아리바이오는 최근 12억원 규모 제31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인수자는 성수현 아리바이오 부회장이 최대 출자자인 '아리바이오투자조합6호'다.
해당 CB에는 이례적으로 '신약 매출 연동' 조건이 포함됐다. 올해 상반기 신약 매출이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전환가액이 기존 2만7000원에서 최대 1만원까지 낮아지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합병 이후 실적에 대한 부담과 투자 유치 필요성이 동시에 반영된 조건으로 보고 있다.
아리바이오의 기존 미상환 CB와 BW 규모도 적지 않다. 기존 미상환 메자닌 잔액은 약 837억원 규모이며, 전환 가능 주식 수는 총 754만228주다. 이는 현재 발행주식총수 대비 29.47% 수준이다.
소룩스는 최근 차바이오텍(085660) 계열 차백신연구소(261780) 경영권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 회사가 조명 사업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에서 바이오 중심으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향후 통합 법인의 재무와 지배 구조 변화도 주목된다.
아리바이오 사정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소룩스와 아리바이오 모두 합병 성사와 바이오 사업 의지가 강하다"며 "다만 금융감독원의 반복적인 정정 요구와 조명·바이오라는 이종 산업 결합에 대한 시장의 보수적 시각이 맞물려 불확실성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시장 일각의 우려와 금융 당국의 심사를 돌파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