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243070)그룹이 정맥주사(IV) 제형 의약품을 피하주사(SC)로 전환하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휴온스랩과 계열 상장사 간 합병을 추진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휴온스랩이 최근 글로벌 제약사와 항체·약물접합체(ADC) SC 전환 관련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대형 기술수출 전 기업가치가 낮을 때 합병을 먼저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휴온스는 전날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에 대한 답변을 통해 "제약바이오 사업의 경쟁력 및 R&D 강화를 통한 중장기적인 지속 성장을 위해 자회사 합병 등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시장에서 제기된 휴온스랩 합병설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휴온스랩은 오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관련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며, 합병 기일은 8월 7일로 거론된다.
◇투자자 반대에 합병안 재차 수정…시장선 "휴온스 편입 유력"
업계에 따르면 휴온스그룹은 당초 여러 합병 시나리오를 검토해왔다. 초기에는 휴온스랩을 휴온스(243070)에 흡수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산업은행, 브이에스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투자자(FI) 측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구조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휴온스랩은 지난해 4월 제3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92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회사는 휴온스글로벌과의 합병안도 검토했지만, 지분 구조와 합병 비율 문제 등에 부딪히며 다른 방안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재도 복수의 구조를 놓고 막판 조율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시장은 합병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관련 소식이 알려진 지난 11일 이후 휴온스글로벌 주가는 이틀 연속 17% 이상 급락했다. 휴메딕스(200670), 휴엠앤씨(263920), 팬젠(222110) 등 계열 상장사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반면 시장에서 유력한 합병 대상으로 거론된 휴온스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휴온스글로벌 주주들 사이에서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휴온스랩이 휴온스로 편입될 경우 현재 휴온스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는 휴온스랩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휴온스랩의 SC 플랫폼 기술수출이 현실화돼 기업가치가 급등할 경우, 증가한 초과가치 상당 부분이 휴온스 주주들에게 귀속되면서 양측 주주 간 수혜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현실적으로 휴온스 합병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휴온스랩이 지난해 투자 유치 당시 향후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한 구조였던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이재명 정부가 중복상장 금지 방침을 밝히면서 별도 상장 추진은 쉽지 않아졌다는 분석이다.
◇'하이디퓨즈' 계약 가시화…"기업가치 재평가 전 승계 구도 정비"
이처럼 시장 관심이 커진 배경에는 휴온스랩의 SC 전환 플랫폼 '하이디퓨즈(HiDfuze)'가 있다. 하이디퓨즈는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 형태로 바꿔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ADC와 면역항암제 등 고가 바이오의약품을 환자 편의성이 높은 SC 제형으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휴온스랩은 지난해 4월 투자 유치 당시 약 1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근 하이디퓨즈 기술수출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현재 기업가치는 이보다 훨씬 높아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업계는 휴온스랩의 글로벌 기술계약 논의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윤성태 휴온스그룹 회장의 장남인 윤인상 부사장은 최근 계열사 임원들에게 글로벌 제약사와 논의 중인 계약 초안과 예상 계약 규모 등을 공유하며 휴온스랩의 성장 가능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계약은 글로벌 제약사의 ADC 치료제를 SC 제형으로 전환하는 공동개발 내용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계약이 현실화할 경우 휴온스랩의 기업가치뿐 아니라 휴온스글로벌 주가 역시 크게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기술수출 이전 시점에 합병을 먼저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휴온스글로벌 최대주주는 윤성태 회장으로 541만3011주(42.76%)를 보유하고 있다. 윤인상 부사장은 지난해 2월 윤 회장으로부터 6만주를 증여받아 현재 58만4694주(4.62%)를 보유한 2대주주다. 윤 회장의 장남인 윤인상 휴온스글로벌 부사장은 2024년 7월 상무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 7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승계 구도와도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휴온스랩의 대형 계약이 성사될 경우 그룹 지배회사인 휴온스글로벌의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할 수 있는 만큼, 그 이전에 그룹 내 자산 재편과 지배구조 정리를 마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를수록 향후 증여·상속세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합병 시점과 기술계약 시점을 예민하게 바라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대형 기술계약이 현실화할 경우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이 큰 만큼, 합병 비율 산정 과정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회사 측은 기술 수출 계약과 합병과 관련해서는 구체화된 게 없다고 답했다.
휴온스그룹은 오는 20일 기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IR) 간담회를 열고 휴온스랩 기술계약 진행 상황과 지배구조 개편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