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심판원(PTAB)이 글로벌 피하주사(SC) 플랫폼 기업 할로자임(Halozyme)의 핵심 특허 가운데 하나를 무효로 판단했다.
미국 머크(MSD)가 제기한 등록 후 특허무효 심판(PGR)에서 나온 첫 최종 결정이다. 업계에서는 할로자임의 경쟁사인 알테오젠(196170)과 MSD 측에 유리한 흐름이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특허심판원은 할로자임의 미국 특허 제11,952,600호에 대해 "청구항 1~4 및 8~21은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unpatentable)"고 최종 판단했다.
PGR(Post Grant Review)은 미국에서 특허 등록 직후 일정 기간 특허 유효성을 다시 심사하는 제도다. 특허심판원은 결정문에서 "청구인인 MSD가 제출한 증거를 검토한 결과 해당 청구항들이 특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MSD가 할로자임을 상대로 제기한 여러 건의 엠다제(MDASE) 특허 관련 PGR 가운데 처음 나온 최종 결론이다.
문제가 된 특허는 할로자임의 약물 전달 플랫폼 '엠다제(MDASE)' 관련 기술이다. 이는 히알루로니다제 효소를 이용해 기존 정맥주사(IV) 의약품을 피하주사(SC) 형태로 바꿔 투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투약 시간을 줄이고 병원 체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기술이라 IV 제형 블록버스터 항암제를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수요가 잇따랐다.
MSD는 알테오젠의 SC 플랫폼 'ALT-B4'를 적용한 키트루다 SC 제형 '키트루다 큐렉스'를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받아 판매 중이다.
이에 할로자임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뉴저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법원은 특허 유효성 판단이 먼저 필요하다고 보고 특허심판원의 PGR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소송 절차를 중단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향후 특허 소송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할로자임의 핵심 특허가 흔들리면서 MSD와 알테오젠 측의 방어 논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전태연 알테오젠 대표는 "할로자임의 엠다제 특허가 무효가 되면서 키트루다 큐렉스와 관련한 법적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현재 진행 중인 다른 PGR에서도 유사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MSD를 포함한 글로벌 파트너사들도 이번 결과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ALT-B4 추가 파트너십 논의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했다.
키트루다 큐렉스는 최근 미국에서 영구 J-코드를 부여받았다. 이에 따라 병원 내 투약과 보험 청구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기존 IV 제형보다 SC 제형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알테오젠은 키트루다 큐렉스 매출과 연계해 총 10억달러 규모의 판매 마일스톤과 별도 로열티(사용료)를 받을 예정이다.
이번 심판 문건에는 해당 특허 외에도 할로자임의 다른 엠다제 특허들이 다수 PGR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남아 있는 PGR 결과에 따라 글로벌 SC 플랫폼 시장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할로자임은 PGR 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 특허 제11,952,600호의 청구항 5~7번 권리를 자진 취소했다. 이후 미국 특허심판원은 이번 최종 심결(Final Decision)에서 남아 있던 나머지 청구항들까지 모두 특허 불능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