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003000)이 오는 6월 한국유니온제약 인수를 마무리한다. 최대 주주 OCI홀딩스(010060)의 제약·바이오 사업 진출 전략하에 생산 기반 확보와 연구개발(R&D)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회사의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광약품이 제시한 '2030년 국내 제약업계 매출 20위권 진입'과 '10% 이상의 영업이익률 달성'이라는 목표에 다가설지 주목된다.
◇ OCI, 부광약품 인수로 신사업 진출 …지분 확대 관건
OCI홀딩스의 부광약품 인수는 2022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OCI(현 OCI홀딩스)는 기존 오너 측으로부터 약 11% 지분을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태양광·화학 사업을 하는 기업이 1960년 설립된 중견 제약사 인수에 나선 것이라 당시 시장의 시선은 엇갈렸다. 하지만 OCI의 제약·바이오 진출 구상은 부광약품에 그치지 않았다. 이어 회사는 한미약품(128940)과의 통합 또는 인수 가능성을 검토했으나, 한미그룹 창업자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격화하면서 해당 논의는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OCI는 부광약품을 중심으로 확장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OCI홀딩스는 이우현 회장이 7%대 지분을 보유한 가운데 그룹 내 핵심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구조다. 작년 7월 OCI홀딩스는 부광약품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지분율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OCI홀딩스의 지분율은 2024년 3월 11.32%에서 현재 17.11%(1687만8791주)로 커졌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 30%(비상장 5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OCI홀딩스가 부광약품을 자회사로 두려면 내년 9월까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그간 업계 일각에선 OCI홀딩스의 부광약품 지분 확대와 엑시트(지분 정리)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시선이 있었다.
아직 OCI는 뚜렷한 방향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만약 지분 확대 의무를 지키지 못하면 지분을 모두 처분하거나 과징금을 내야 한다.
현재 OCI홀딩스의 재무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약 576억원, 당기순손실은 1462억원에 달했다. 그룹 핵심사업인 신재생에너지 사업, 에너지솔루션 사업, 화학소재 사업이 모두 고전한 영향이다.
◇상장폐지 한국유니온제약 인수 노린 까닭은
이런 가운데 부광약품은 생산 기반 확장을 위해 한국유니온제약 인수에 나섰다. 회사는 오는 6월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총 인수금액은 300억원 규모이며,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부광약품은 한국유니온제약 지분 74.97%(6000만주)를 확보하게 된다.
이번 거래는 회생절차 구조를 활용한 인수다. 유니온제약은 작년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22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3년 연속 적자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출자 전환과 감자를 거친 뒤 신주 발행을 통해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이후 부광약품이 지분을 인수하는 수순이다.
부광약품이 노린 건 제조 기반 확보를 통한 자체 생산능력 확대다.
유니온제약은 항생제·주사제·경구제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단기간 내 신규 확보가 어려운 제조 인프라로 평가된다. 특히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억제해 살균 효과를 내는 세파계 항생제 생산 능력은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영역으로 꼽혀 이번 인수의 주요 전략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리스크도 적지 않다. 유니온제약은 상장폐지 상태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제한돼 있다. 추가 투자와 운영자금 조달이 향후 핵심 변수로 꼽힌다. 부광약품은 인수 이후 자금조달과 운영 전략을 확정할 방침이다.
◇ 부광약품, 수익성 조정 속 구조 개편·R&D 투트랙 가속
부광약품은 이제영 대표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제영 대표는 검사 출신으로 OCI홀딩스 전략기획을 거친 뒤 현재 부광약품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영업대행(CSO) 중심 영업 구조 개편과 비용 효율화 작업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부광약품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 1601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했다. 2025년 매출은 2007억원, 영업이익은 141억6000만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였다.
회사의 핵심 제품은 '덱시드'와 '치옥타시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로 연간 100억원 이상 매출을 내는 캐시카우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78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와 같으나 영업이익은 30억원에서 62.6% 줄었다. 이제영 대표는 콘퍼런스콜에서 영업이익 감소 배경에 대해 "전문의약품(ETC) 생산 역량을 우선 확보하기 위해 일반의약품(OTC)과 치약 등 일부 제품의 외주 생산을 확대하면서 원가 부담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처방 실적은 성장세를 보였다. 이 대표는 "유비스트 기준 ETC 처방은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고, 특히 중추신경계(CNS) 부문은 36% 성장했다"며 "3월 이후 회복 흐름이 뚜렷해 2분기에는 목표 수준의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광약품은 생산 구조를 재편해 ETC는 부광약품이 집중하고 OTC와 위탁생산(CMO)은 한국유니온제약으로 이관하는 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한 생산 이전이 아니라 '수익 구조 재설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는 R&D 축도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부광약품의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는 RNA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스핀오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목표 시점은 2027년까지로, 기업공개(IPO)보다는 전략적 투자자(SI) 유치나 CB·EB 발행 가능성을 통한 신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스핀오프 추진엔 파킨슨병 치료제(CNS) 개발 사업과 RNA 플랫폼 사업의 성격이 달라, 각각 독립적으로 투자와 개발 전략을 가져가겠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콘테라파마의 핵심 파이프라인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 'CP-012'는 2025년 임상 1b상을 마쳤고, 올해 3분기 미국·유럽에서 임상 2상 진입을 추진 중이다. 임상 비용으로 최대 약 220억원 투입 계획이 언급됐다.
회사 전략은 직접 상용화보다 임상 2상 이후 기술수출(LO)에 무게가 실려 있다. 시장에서는 부광약품이 유니온제약 인수와 함께 CNS·RNA 신약 개발 축을 동시에 키우며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RNA 기반 카나반병 치료제 후보물질 'CP-102'의 전임상 데이터를 지난달 글로벌 학회에서 공개했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글로벌 제약사 룬드벡과의 공동연구로 이어진 핵심 자산이다.
제약업계에서는 OCI 그룹이 부광약품을 중심으로 생산 내재화와 R&D를 결합한 제약바이오 사업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신사업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광약품이 생산 내재화와 R&D 강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 "제약바이오 사업이 성장하려면 지분 확대와 자금 투입 속도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OCI의 기존 에너지·화학 사업의 수익성 개선도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